그러나 한중일 근대의 세계사적 흐름을 표현하는 이 만화의 주제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먼저 그 안타까움에 대한 감상보다는 당시 국제정세에 있어서, '과연 조선의 지위는 어떠했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서양화와 선진문물을 받아들인 것이 결국 '국가의 개혁이라는 영역 하에서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는가'에 대한 나름의 분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이에 이 만화 속의 일본 또한 이전의 청과 조선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선진문물'과 '제국주의'를 앞세운 새로운 실력과 마인드를 드러냈다. 물론 기존의 극동아시아 질서를 유지되어 온 외교와 국방 그리고 체제의 안정에 대한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 오롯이 잘못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일본과 서양세력의 침탈과 다름없는 행동에 대하여, 과거의 문명국이라 자부해온 청과 조선 등이 단호하고 또 효과적인 대응을 보였는지, 그리고 대외적인 외교와 협상의 장에서 온전히 한 국가로서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분명 그 답의 이면에는 자주(自主)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 이후 격동의 시대에 난파되어 휘둘리는 무력한 모습 등이 묘사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각설하고 강화도조약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일본국의 조선도발, 그리고 불평등조약의 체결이 이루어지며, 곧 일본의 압박과 횡포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이에 이미 역사 자체가 스포일러이기에 보다 더 깊은 궁금증은 일지 않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자 나름의 해석과 표현을 따라 읽어온 독자의 입장에서, 나는 이 앞으로의 암울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접해 나아갈 각오를 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