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요에 - 모네와 고흐를 사로잡은 일본의 판화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쿠보 준이치 지음, 이연식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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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과거 일본의 근대화가 진행되어가는 와중 그리고 이에 함께 목표로 했던 '서양화' 등은 분명 과거의 일본과 근.현대의 일본의 모습을 구분짓는 하나의 분기를 만들어 내었다. 이에 (현대)일본인 스스로가 자책한 "스스로가 필사적으로 자신의 것을 버리려고 했던 시대"에 있어서, 옛 일본의 신분과 생활방식 그리고 수 많은 문화가 쇠퇴하고 또 사라져갔지만, 적어도 이 책의 주제인 우키요에는 반대로 당시 서양에 전해지며 가치를 인정받고, 또 나름 체계적인 정리 과정(재평가)을 거쳐 일본에 되돌아온 문화(예술)로서, 오늘날에도 일본이라는 가장 개성적인 문화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에도의 유키요에 판화는 축척된 전통을 바탕으로 유명 화가들이 여럿 활동했던 데다 일본 최대의 도시의 풍속과 경관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는 이점 때문에 '아즈마니시키에' 라고도 불리우며 에도의 특산품으로 여겨졌다.

193쪽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관심이 가는 것에는 먼저 인상적이면서도 해학적인 우키요에의 이미지다. 그러나 책의 내용을 조금 더 들어가다 보면, 이른바 우키요에는 단순한 미술의 영역에서 벗어나, 과거 일본과 일본인들의 삶에 필요한 예술과 오락 그리고 문화의 영역에도 뿌리깊게 관여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또 그에 대한 폭넓은 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서 매력적인 부분이 많았다.

(중략) 개성을 과장하면서도 미화라는 조작을 잊지 않는 야큐샤 니가오에의 기본 원칙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였는가에 대해서는 도슈샤이 샤라쿠사와 우타가와 도요쿠니의 작품을 비교하면 분명하게 알 수 있다.

67쪽

실제로 오늘날의 인식하에 생각해보면, 우키요에는 유명배우의 브로마이드이자, 어느 장소의 풍경, 그리고 당시 사회의 화제거리를 담은 뉴스의 삽화와 같은 정보를 담은 '팔 물건'에 가깝다. 그야말로 어느 작가와 이미지 등의 인기에 힘입어 대중사회에 (비교적 싼 사격에)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더욱이 지방의 사람들에게는 가장 인상적인 기념품이 됨으로서 이후 그 독창적인 이미지는 곧 일본 판화의 개성으로서 자리잡아 발전을 거듭했다.

이처럼 우키요에의 사전적 정의는 '에도시대 말기의 서민계층을 기반으로 발달한 풍속화' 이다. 때문에 이에 그 가치를 알아간다는 것은 자연스레 옛 일본의 가장 보편적이였던 어느 문화의 면면을 살피고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다고도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오늘날 일본의 사극 등에서 보여지는 대도시의 에도, 그리고 현대와는 다른 시대의 마인드에도 불구하고, 보다 밀집된 사회의 구성에서 만들어진 어느 소비 문화의 한 면면을 알아가는 과정... 이처럼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분명 낮선 문화였음이 틀림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느 서양의 명화(그리고 명성) 와는 다른 보다 부담이 되지 않는 편안함과 적은 부담감으로 가볍게 감상하고 또 공부하는 소재거리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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