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거울 - 바로크 미술에 담긴 철학의 초상
유성애 지음 / 미진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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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철학자들과 인문학자들의 강연을 접하다보면, (어쩌면) 그 와중 더 나은 삶과 사회의 방향성을 알게 되는 것 같은 감상을 받을 때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학자들이 제시하는 그 방향성에는 보다 지성적인 인간의 모습과, 더욱 더 진보하는 인류사회의 긍정적인 모습이 비추어지지만, 의외로 이를 접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 스스로가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체가 되어야겠다는 실행에 있어서는 그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렇기에 반대로 이러한 '철학'을 전하는 철학자들의 입장에 있어서도 그 스스로의 존재에 대하여 하나의 의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는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이미지를 빌어, 철학의 진리와 탐구 그리고 인물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그 해답을 표현하려 한다.

17세기 그림 속 철학자는 직업인이 아니다. 철학자는 진실 속 진리를 찾는 사람, 하나의 존재양식이다. 자기와 끝없이 갈등하고 화해를 모색할 때 비로소 도달하는 순간의 인간이다.

326쪽

이처럼 책 속의 내용은 이를 마주하는 독자들에 대한 물음 뿐만이 아니라, 철학을 탐구하는 저자 스스로에 대한 물음도 함께 한다는 감상이 든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날 대중들이 원하는 철학의 현 주소, 그리고 위대한 선배? 들이 정립한 철학의 세계에 머물러 더 이상의 전진을 이루지 못하는 학문은 어쩌면 이 21세기의 세상 속에서 동떨어진 그들만의 아크로폴리스를 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오롯이 철학의 나태함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흔히 물질사회로 불리우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그나마 철학이 살아남는 방법은 탐구가 아닌 해법을 전하는 것이였다. 인간이 보다 행복하게 살수 있는 방법, 그리고 인간과 인격의 마인드를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에 있어서 철학이 좀더 도움이 될수 있을 것이라는 강연의 주제에 분명 사람들은 몰려들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는 저자가 표현하는 철학과 진리의 길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어쩌면 철학은 사회의 흐름에 편승하여 드높아지는 것이 아닌, 점차 변화하는 현상을 관찰하고, 또 이에 대한 최선의 개선점을 발견하는 학문이 되어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야말로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미지의 미래에 대란 기대감을 동반한 대비가 가능해진 '사치스러운' 현대사회 속에서, 과거 철학의 공허와 허무 그리고 덧없는 끝에 대한 경외와 두려움은 속된말로 옛 것이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때문에 현대의 철학은 분명 과거와는 다른 현대의 최선을 주문하는 학문에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분명 과거의 한계를 뛰어넘는 문화수준을 누린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회와 인류가 무한한 활력과 도전으로 끝끝내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분명 오만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지혜를 진리라 착각한다. 그리고 현대의 풍요를 보장하는 시스템에 '복종하려한다'. 이에 오늘날의 철학이 할 일은 (가금씩) 그 인간의 한계와 겸허함을 환기시키는... 그리고 그로 인하여 개개인에게 보다 무지와 오만을 깨닫고 고뇌하게 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나름의 역활 또한 수행해야 한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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