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첫사랑 - 문예 세계문학선 046 문예 세계문학선 46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김학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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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미숙하기 짝이 없지만, 대신 순간적으로 불타오르는 것과 같이 격렬한 (첫)사랑에 대한 가장 유명한 이야기로서,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비극으로 손꼽히는 그 작품은 흔히 '변치 않는 사랑'을 대표하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대표작으로 손꼽히며, 이에 낭만을 느끼는 사람들에 의하여 끝임없이 표현되고 또 회자되어 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낭만' 이라는 단어 속에는 결국 이 비극이 가진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야말로 리얼한 세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사랑과, 낭만 속에 가두어져 성장한 사랑 사이의 거리는 실로 아늑히 멀고 또 다를것이다. 그렇기에 이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은 비교적 리얼한 세상에 발을 디딘 문학 작품으로서 그 가치를 온전하게 발한다. 과거 근대의 서방화가 진행되어가던 러시아(제국) 속에서, 그리고 흔히 무도회와 중매, 그리고 가문끼리의 결합이라는 옛 결혼관의 상식과는 상관없이! 그저 남자와 여자, 그리고 그들 사이에 피어난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와중에 이에 저자는 그 사랑의 완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때 사랑의 계절이 다가오고 또 사라져가는 와중의 찰나를 표현했다.

사랑과 죽음은 그녀들에게 있어서 동일한 것이였다. 순결하고 고상한 사랑이 여자를 멸망으로 이끄는 경로는 투르게네프가 가장 좋아하는 창작의 동기였던 것이다.

해설 290쪽

그렇기에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은 흔히 사교계의 숙녀가 아닌 보다 다양하고도 솔직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들 들어 호감을 드러내는 남성들 사이에 군림하는 '지나이다'에서 그저 한 사내를 향한 맹목적이고 순종적인 사랑을 보여준 '아쿨리나'에 이르기까지... 분명 그 저마다의 모습은 달라도 단 한가지 같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당시 시대가 요구하고 도 제한하는 한계의 벽에 가로막혀 사랑을 완성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도 적어도 이에 '찰나를 거쳐 성숙해진 남자들?' 과는 다르게, 아니! 그저 현실에 타협하고 납득하고 포기하는 상대들과는 달리, 그녀들은 줄곧 그녀 스스로의 사랑의 감정(마음)을 따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의 마지막 사랑이기를 원한다" (오스카 와일드) 각설하고 이 글을 통해 나는 오늘날의 독자들이 과연 어떠한 감상을 받을 지 궁금하다. 분명 시대가 변했고, 각 세대간의 추구하는 사랑의 완성형도 다르다. 그러나 적어도 이 옛 이야기에서 '종속'과 '미련'에 집중하여 낙후된 이야기라 정의하는 잘못은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적어도 투르게네프가 묘사한 여성의 성격에는 당시 시대에 있어, 최대한의 자유와 진실된 마음이 표현되는 그 아름다움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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