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키스토크라시 - 잡놈들이 지배하는 세상, 무엇을 할 것인가
김명훈 지음 / 비아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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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은 '지도자'에게 성숙하고 올바름을 바란다. 그야말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서 시작해, 다수의 직원들을 거느린 회사의 책임자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먼저 사람이 되어라'는 주문은 적어도 대한민국의 사회 속에서 오래도록 자리잡혀 온 상식으로서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왔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비단 동양의 특수한 문화가 아닌 동.서양의 상류사회에 드리워진 일종의 '도덕적 의무'라고 이해해야 마땅하다.

예를 들어 그 오랜 귀족제 속의 개념인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계승되어 온 점을 생각해보면 분명 문명사회의 변화 과정에서 살아남은 개념... 이른바 '사회적 지위와 함께 동반되어야 하는 의무'에 대하여 계속해서 그 필요성이 인정되어왔기 때문일것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전통적으로)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는 사람들과 함께,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한 세력 또한 그러한 의무에 속해야 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의 내용에 따르면,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보인다.

미국에서 한때 많은 부자의 기본 좌우명으로 여겨졌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제 자유지상주의의 변이체인 신자유주의의 정서에 완전히 함락되었다. 신자유주의는 탐욕에 당위성을 부여해주고 불평등의 규범화, 나아가 제도화에 근간이 되는 이념이다.

27쪽

이처럼 오늘날 등장한 신 세력의 존재... 즉 새로운 기술속에서 성장한 새로운 인재들의 출연은 분명 과거 당연했던 상식을 파괴한 존재이기도하다. 물론 그들이 이룩한 성과와 능력이 결코 펌하되어서는 안되고, 또한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사회 또한 보다 진보된 형태로서 발전을 거듭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저자의 의도를 빌리자면, 앞으로 급격한 성장 가운데서 결여되어버린 '인격'에 대한 고찰이 없는 사회란, 점차 앞으로 우직하고 정직한 것이 바보스럽게 여겨지는 사회로 변화할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면 관심이 없어지는 것' '타인의 아픔에 무감각해지는 것' 그리고 그 무엇보다 '그러한 인식이 대세가 되어 사회 전반에 침식되어 가는 것' 이에 그것을 단순히 부의 독점과, 이기적인 사회라는 단어의 틀에 가두어두지말고, 한번 조금 더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는 시도가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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