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의 탄생 - 냉장고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는
헬렌 피빗 지음, 서종기 옮김 / 푸른숲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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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냉동기술에 대한 내용을 담은 서적을 접했을때, 그 책에서는 이후 그 기술이 가져온 변화를 두고 '자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야말로 인공적인 보존기술을 바탕으로 점차 사람들이 식재료를 말리고 조리는 시간을 들이지 않을뿐 만이 아니라, 더욱이 기존의 건조한 지하창고를 떠나, 그저 부엌의 한켠 서랍장?만한 공간만을 내어주면 되니... 분명 냉장고라는 제품하나로 시작하여 변화한 일상 생활의 변화는 단순히 이 책의 주제만이 아닌, 오늘날 생활.문화의 흐름을 가늠하게 하는 흥미로운 주제라고도 생각이 되어진다.

이처럼 냉동기술의 등장 또는 냉장고의 탄생과 발전 과정에 있어서, 분명 그 기계의 필요성에는 식재료를 보전하려는 의도가 제일이였음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 본격적으로 가정에 보급되는 냉장고가 등장하게 되면서, 제조사(기업)은 비로소 '낭비없는 주방'이 실현되었음을 선언했지만, 결국 다른 많은 역사들이 증명하듯이 냉장고 또한 그 의도(또는 목표)를 벗어난 보다 새로운 형태의 낭비를 만들어냈다.

과거 사람들이 상상하던 미래의 냉장고, 꿈의 주방은 당시 사회가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시절에 소비자들은 다양한 무역박람회와 주택박람회를 통해 체계적이고 유려한 디자인과 더불어 실현 가능성까지 갖춘 미래의 주방을 엿볼 수 있었다.

293쪽

그렇기에 나는 단순히 얼음을 채워 넣은 '아이스박스'에서 (최종적으로) 전기(또는 공조)냉동방식의 기계가 등장하기 까지의 과정에 있어서는 당연한 '기술적 진보'로 이해하며 받아들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생활방식의 변화에 대한 내용에 있어서는 이에 그 필요라는 영역을 벗어난 또 다른 가치가 있음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단순히 낭비라는 단어에 비추어, 그 모든 현상에 대하여 비판적인 주장을 펴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냉동기술에 기댄 '차가운 요리'와 이후 유통기한과 청결(미생물의 번식을 포함한)의 기준이 만들어지까지 그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진보의 이면에 드러난 '부정적인 현상' 역시도 (역사적)흐름의 일부로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감상중 하나였다.

물론 오늘날의 필요하다 생각하는 기준은 과거에 비추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더욱이 단순히 차가운 온도와 얼음을 구하는 것 만이 아닌 인류(기술)스스로 만들어낸 '냉매'의 단점을 보완하고 더욱이 환경에 미치는 단점을 극복하려는 기술적 방향성은 신 미래에 실현할 '요구'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큰 흐름가운데서도 (개인적으로)작디나마 냉장고 한 켠에 말라비틀어지거나, 썩어버린 식재료를 꺼낸 경험이 있다면? 과연 그 현상 속에서 기술과 대비되는 (현대)인간 스스로의 삶은 분명 이전보다 더 나태해진 것은 아닌지? 한번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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