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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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혹 어떠한 의도와 각오도 없이 닥쳐온 최악의 결과를 마주하는 날이 온다면? 과연 그 개인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이처럼 나는 이 소설의 줄거리 뿐 만이 아니라, 마지막의 결말 등을 접하면서, 나름 극단적이지만 그럼에도 (오늘날) 현실에서도 있음직한 최악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감상을 받기도 하였다.

이처럼 과거 오래도록 문학과 소설을 통해 바라본 인생의 이야기에서는 소위 뚜렷한 인과관계가 드러났다. 그야말로 사회적인 상식 등에 기대어 독자들을 납득시키는 과정에 있어서, 결국 이에 많은 이들은 전통적인 권선징악과 같은 논리에 익숙해지고, 또 때로는 그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삶의 과정에서 비출 '가장 이상적인 척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러한 특징이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가장 중요한 주인공의 삶에 대한 묘사에 있어서도, 또는 그를 주변으로 관계를 맺는 다른 주변인물들을 드러냄에 있어서도, 어쩌면 이들을 묘사함에 있어서 드러난 무미건조함은 분명 이 책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를 문학의 영역이 아닌 사회적인 영역에서 바라보게 되면 나름 '주체성을 잃어가는 개인(또는 세대)에 대한 묘사가 드러나고 있다고 보여진다. 예를 들어 주인공인 요스케는 분명 꾸준한 스포츠활동을 통한 건강한 신체를 지니고 또 이를 바탕으로 국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적인 역활과 미래를 위한 준비에서 벗어나 정작 주인공 개인사를 관찰하여 보면 그저 선배의 호의에 기대고, 또 무조건 애인의 사정을 배려하는 등 정작 자신의 의견을 타인에게 드러내고 또 주장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여지지 않는다.

그들에게 맡겨두면 나는 더 이상 쓸데없는 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199쪽

그야말로 주인공은 어리숙한 사람이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인물이 인간 본연의 욕망을 받아줄 사람을 만났다. 아니... 그 병적으로 행위를 주문하는 여자를 만나, 결국 주인공 스스로가 한계를 느낄때까지 그는 그 수렁에서 발을 뺄 엄두조차 내리지 못한다. 때문에 이러한 인연을 마주하며, 나는 그것이 사랑에 기댄 행위인지, 아니면 서로간에 필요한 것을 채워준 것인지... 아직 그 정의에 대하여도 크나큰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보다 확실하게 표현되고 또 마주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여준 주인공의 '격렬한' 감정과 호소가 파국을 불러오로 말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인공은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에 미숙했다. 또한 타인과 교류하는 와중에서 발생한 트러블에 대처하는 것에도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에 발생한 사건은 그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한 것에서 발생한 것이며, 결국 어쩔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와중에서 발생한 이 사건을 통해 소위 내면의 감정을 숨기는 사람들,특히 현실 속에서도 내성적인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단점을 표현한 저자 특유의 이야기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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