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어떠한 의도와 각오도 없이 닥쳐온 최악의 결과를 마주하는 날이 온다면? 과연 그 개인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이처럼 나는 이 소설의 줄거리 뿐 만이 아니라, 마지막의 결말 등을 접하면서, 나름 극단적이지만 그럼에도 (오늘날) 현실에서도 있음직한 최악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감상을 받기도 하였다.
이처럼 과거 오래도록 문학과 소설을 통해 바라본 인생의 이야기에서는 소위 뚜렷한 인과관계가 드러났다. 그야말로 사회적인 상식 등에 기대어 독자들을 납득시키는 과정에 있어서, 결국 이에 많은 이들은 전통적인 권선징악과 같은 논리에 익숙해지고, 또 때로는 그러한 논리를 바탕으로 삶의 과정에서 비출 '가장 이상적인 척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러한 특징이 눈에 띄지 않는다. 특히 가장 중요한 주인공의 삶에 대한 묘사에 있어서도, 또는 그를 주변으로 관계를 맺는 다른 주변인물들을 드러냄에 있어서도, 어쩌면 이들을 묘사함에 있어서 드러난 무미건조함은 분명 이 책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를 문학의 영역이 아닌 사회적인 영역에서 바라보게 되면 나름 '주체성을 잃어가는 개인(또는 세대)에 대한 묘사가 드러나고 있다고 보여진다. 예를 들어 주인공인 요스케는 분명 꾸준한 스포츠활동을 통한 건강한 신체를 지니고 또 이를 바탕으로 국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적인 역활과 미래를 위한 준비에서 벗어나 정작 주인공 개인사를 관찰하여 보면 그저 선배의 호의에 기대고, 또 무조건 애인의 사정을 배려하는 등 정작 자신의 의견을 타인에게 드러내고 또 주장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여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