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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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중세의 르네상스 시대에서 발전한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면 분명 그것은 부흥과 절정이라는 단어를 쉽게 떠오른다. 그렇기에 어쩌면 여느 학문과 예술의 영역을 떠나서, 정치...아니 그보다는 국가 이데올로기에 가까운 이념의 영역에 있어서도 이에 앞서 언급한 높은 가치가 드러난 예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미치고는 한다.

때문에 주제에 들어가기에 앞서, 대강 이 책의 흐름을 바라보게 되면, 과거 대항해시대에서 유행했던 아라비안 나이트나 '동방견문록'과 같은 느낌을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저자 토머스 모어와 함께 중세사회에서의 엘리트에 속하는 성직자와 학자들의 사이에 선 인물 '라파엘 히틀로다이오'가 들려주는 먼나라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유토피아라는 어느 국가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결국 그 자리에 속한 사람들이 조국 영국을 포함한 유럽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정치와 행정 그리고 사회체제를 유지하며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주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어느 이상적인 국가에 대한 주문 특히 어느 행복이 보장된 이상향에 대한 내용을 엿보는 것이라면 굳이 유토피아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예로부터 영혼의 구원과 함께, 낮선 장소에서 발견 할 수 있는 신비와 보상에 대한 욕구 등이 '어느 시대의 흐름' 을 만들어낸 이후인 만큼 어쩌면 당시의 유토피아가 드러난 또 다른 '행복'이 주목을 받았다는 것은 이는 앞서 언급한 다양한 형태의 행복과는 다른 메시지를 드러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만족을 모르고 탐욕스러운 극소수의 사악한자들은 국민 전체가 살아가기에 충분한 부를 저들끼리만 나누어가집니다. 하지만 그런 부자들조차도 결코 행복하지 않고, 유토피아 사람들이 경험하는 그런 행복을 절대 누리지 못합니다.

222쪽

그렇기에 오늘날 이 책을 마주하는 '나'의 입장에 있어서도 이 유토피아는 그저 한 시대에 등장한 서술이자 이념체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라 생각치 않는다. 아니, 도리어 유토피아 속에 녹아있는 주제의 대부분은 지금까지 사회가 진보하기까지 형성한 수 많은 이념을 발견할 수 있는 씨앗과도 같았다.

정리하자면 유토피아에서 크게 주목해야 할 것은 '평등'과 '쾌락'에 대한 저자의 접근이다. 다만 이에 그 두가지의 목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그저 허황된 풍요로움... 예들 들어 넘쳐 흐르는 자원 등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닌, 완성된 국가 형태가 만들어낸 사회분위기와 목표의식이 낳은 결과라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처럼 '차별없는 권리를 누리는 세상' 을 드러내는 내용을 마주함에 있어서, 분명 현대의 독자들은 이를 해석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또는 오늘날까지 축척된)분야의 지식을 동원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를 써내려간 1500년대의 세계에서! 더욱이 계급과 부 그리고 '권력의 형성과 정통성'이 가장 중요한 국가의 구성 조건이라 생각되어진 세계에서 출현한 유토피아의 개념은 그 얼마만큼의 충격을 가져다 주었을까?

그렇기에 본디 유토피아란 국가와 세계가 가진 부조리, 특히 당시 오래도록 해결되지 않는 불평등과 격차에 대한 끝없는 질문을 던지는 책일 수도 있겠다. 이처럼 사회가 차별을 낳는 원인은 무엇인가? 어째서 사회는 부와 빈곤을 낳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토피아가 보여준 세상을 통해서, 과연 인간사회는 어떠한 교훈을 얻었고 또 어떠한 이념을 완성하려 하였을까? (또는 어떠한 방법을 도입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을까?)

이에 역사의 예를 통하여 바라보면, 결국 유토피아는 단순한 이상향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랜 역사의 흐름에서 보여진 개혁과 혁명의 발생과 결과, 그리고 끝없이 그려진 이상적인 사회상과 현실적 대안에 이르기까지! 혹 이에 그 이념의 계승과 함께 (최종적으로) 현대의 복지주의적 헌법이 만들어진 어느 개념의 본질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통해서 진정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을 것이라 주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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