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미학 1 :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원
최경원 지음 / 더블북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흔히 세계사를 비롯하여 문명과 미술사에 이르기까지의 영역을 들여다보게 되면 어쩌면 다른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둘도 없는 것'에 매료되어 버린다. 예를 들어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 그리스 문명을 상징하는 아크로폴리스에 이르는 건축물의 존재와 더불어 특히 중세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다빈치의 작품(또는 아이디어노트)의 존재가 남아 보존되고 있다는 것은? 이는 분명 오래도록 주장되어 온 '수준높은 서양문명'의 권위의 상징이자 증거물로서 기능하며, (때로는) 다른 문명에 사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열등감을 느끼게 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처럼 그 밖의 문명에 대한 이야기... 특히 이 책이 주장하는 한반도의 유산에 대한 것, 정리하자면 현대 한국사에 새롭게 등장하고 또 정리된 유산에 대한 내용은 분명 오래전 배워온 '국사의 영역'을 크게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가 되어주기는 하지만, 다만 독자의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분명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사의 상식을 통해 (이를)마주하기 이전,의외로 현대 대한민국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와 이념전쟁(6.25) 그리고 군사독재와 민주화의 흐름에 이르기까지 그 흔적이 남은 식민.재야사학 등의 영향을 받았다는 한계와 함께, 최근에 이르러서야 그 역사의 상식을 걷어내는 와중에 있다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각각의 (개인과) 세대는 당시의 역사가 만들어낸 교육의 그림자를 쉽게 걷어내기 힘들다. 그렇기에 개인 나름이 이해한 한반도의 역사 속에서 과연 스스로가 살아가는 조국의 역사는 다른 그 어떠한 역사와 비교하여 무엇이 특별하고 또 장.단점으로 이해가 될 것인가? 이에 적어도 저자는 유물의 디자인과 공학적 가치, 특히 현대 역사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을 통해서, 과거와는 다른 역사의 인식을 가질것을 권하고 있다.

비록 선사시대에서 통일신라까지의 내용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이에 저자가 크게 주목한 것은 한반도 문명의 독자성이 아니라, 해당 문명 사이에서 크게 적용된 보편성이다. 예를 들어 오래전부터 비파형 동검이 상징하는 것은 우하한 곡선을 통해 마주하는 독창성 흔히 우리 감각과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지만, 반대로 어떠한 투박하고 또 녹슬어 볼품없어 보이는 철제 부뚜막이야 말로 오늘날 한국사적 가치로 보았을때 크게 눈여겨 볼만한 여지가 있다.

차원 높은 조형적 가치가 예술작품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 구현되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옛날에 이런 수준높은 예술성을 삶의 한가운데서 성취했는데...

337쪽

거푸집에 부어 만들어낸 철제 부뚜막, 그야말로 각각의 틀에서 만들어낸 부품을 합쳐 만들어낸다는 그 과정을 통해서, 이 역사의 유물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처럼 작고 휴대하기 편하며, 조직적인 대량생산이 가능한 물건이 창조되고 또 만들어지게 된 방법과 함께 철이라는 물자의 공급이 원활했다는 것은 과연 사회적으로 보았을때 어떠한 상태를 의미하는가? 물론!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이 창조되는 안정과 환경 (사회)을 낳은 다른 문명의 모습은 위대하다. 그러나 위처럼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살아갈 필수품 (또는 살짝 값나가는 물건에 이르기까지)을 생산하고 또 그에 살짝의 디자인의 가치를 더할 여유를 만들어낸 문명 또한 진정 뛰어난 문명이 아닌가?

분명 과거에는 '보다 세상의 중심에 서서 모두를 (이상으로) 이끌 수 있는 '제국'을 우러르고 또 주목하여 왔다.

때문에 이에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고, 또는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거대한 업적이 미미하다는 이유만으로 한반도의 역사를 외면하거나 얕잡아보는 시선이 있었다면? 한번쯤 이 책이 말하는 가치에 대하여 접해보기를 권한다. 물론! 이는 흔한말로 국뽕에 취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역사란 인류 사회의 모습이며, 이는 오롯이 위대한 업적과 흔적을 남기는 것 만이 아닌 그 당시 개인과 모두에게 있어 '행복하게 살아갈 것을 위해서' 필요한 것에 도전하고 또 충족함으로서 드러나는 또 다른 발전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고, 또 이에 대입해 완성해가는 역사의 모습 또한 바로 오늘날의 역사적 인식중 하나라는 것을 이해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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