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레이하 눈을 뜨다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3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 지음, 강동희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현대문학으로서의 러시아 소설 들을 바라보았을때 어쩌면 가장 일반적인 주제이자 메시지로서 '지키다'는 단어가 먼저 떠오르고는 한다. 예들 들어 대외적으로 '어머니의 땅'을 위하여 행하고 또 희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많은 이야기들은 대체로 수많은 등장 인물들의 헌신을 요구한다. 그야말로 조국. 민족. 영토. 더욱이 연방국으로서 합일을 이루어야 하는 정치.사회 메커니즘이 녹아들어간 그 많은 이야기들의 한결같은 분위기... 이에 어쩌면 어느 독자들은 그 러시아의 독특한? 색채를 마주하면서, 소위 볼셰비키의 그림자를 엿볼수도 있겠다.

물론 이 책 또한 그러한 영향을 받은 소설로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그러나 최근의 현대소설로서 변화를 겪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이전보다 솔직하고, 진실되며, 반면교사의 눈높이로 쓰여진 수 많은 표현들을 통하여 보다 리얼한 옛 소비에트의 모습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유배문학이라 칭하여지는 이 소설의 특징은 혁명과 혼란 그리고 독재자 아래의 권력구조와 정치가 만들어낸 매우 독특한 역사의 사실이 만들어낸 장르라는 것이다. 실제로 주인공인 여성 줄레이하는 과거 제정 러시아의 신민으로서의 삶, 그리고 전통적으로 억눌리는 가부장제의 그림자에서 살아가는 시골 아낙네에 불과했지만, 결국 이후 등장한 혁명정부아래 '부농'(부유한 농부)로 분류되어 본래 가졌던 모든 것을 잃는 과정을 겪는다.

이에 저자는 줄레이하의 삶을 통하여 '인민(모두)을 위한 정부' 아래 자행된 무능과 불명예, 그리고 범죄와 다름이 없는 정책과 실행의 과정과 결과가 만들어내는 수 많은 이야기를 그려낸다.

정부에서는 현명한 조치를 취했다. 성장을 즉시 중단하게 했고, 죄인들을 처벌했으며, 수용소에서 근절하기 어려운 개인주의의 본질을 뻔뻔하게 드러낸 부농들을 집단농장으로 보냈다. 부농에 대한 처형은 수송열차 운영과 함께 내부인민 위원회에서 담당했으며, 1937년부터 1938년까지 전체적인 흐름을 이루었다.

503쪽

불순분자를 구분하고, 이를 처벌하고, 또 보다 건설적인 조국을 만든다는 명목하에 강제로 이루어진 이주정책과 그 와중의 (민중의) 희생에 대하여, 결국 인터네셔널의 기치 아래 자행된 모든 것은 과연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이였을까? 이에 줄레이아 개인에 있어서도 수많은 상실과 강압... 그리고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으며, 스스로 회교도로서의 신에게 빠른 구원과 안식(죽음)을 간청했을 정도이다.

그렇기에 이에 줄레이하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여느 조국과 명예 그리고 스스로의 생명이 아니다. 다만 그는 시대의 변화, 더욱이 강압된 변화 가운데서도 '운명적'으로 낳은 아들 유주프를 지킴으로서, 결국 자신에 대한 의미를 되찾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줄레이하는 봉건 소작농의 아낙네가 아니요, 혁명정부의 불순한 부농출신자도 아니다. 그야말로 그녀는 1930년대 러시아의 어머니이다. 그녀는 스스로의 아들을 키우고 또 독자적인 자아를 지닌 자유인으로 키워내고 또 떠나보냈다. 전쟁에도, 조국에도 의무에도 정부에도 빼앗기지 않은 자유의지와 자아를 자진 사람을 키워낸 어머니. 이에 저자는 어쩌면 과거의 흐름가운데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지키고 또 계승해야 할 것을 바로 자유의 의지라 생각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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