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의 향기 - 싱그러움에 대한 우아한 욕망의 역사
알랭 코르뱅 지음, 이선민 옮김 / 돌배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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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느끼는 것이기는 하지만, 보다 담백한 정리를 추구하는 영국과 독일 등의 역사와는 다르게, 예의 프랑스의 역사적 표현은... 정말로 감각적인 표현들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서양사에 있어서, 넓은 들판과 초원이 가지는 가치는 분명 단순한 역사적 사실 뿐만이 아닌, 그 고유의 농업과 축산업의 발달과정, 그리고 보다 자연을 이용하고자 했던 여러 사람들(민족)간의 서로 독특한 가치관을 발전시켰을 것이다.

그렇기에 서양인의 고기와 치즈의 소비가 많은 이유, 그리고 고대와 중세에 보다 중장갑을 추구하며 (기사들) 평야전?을 수행했던 그 많은 전쟁사의 모습 역시 위의 초원의 존재 (또는 지형적 특징) 이 그 밑바탕이 되어 왔을 것이 분명하지만? 역시나 본래 밑거름이란 그 중요성에 비해서 그다지 주목받기 못하는 것이기도 하기에, 이렇게 '잡초가 자라나는 땅'이 가지는 가치과 그 역사를 돌아본다는 시도 또한 어쩌면 '매우 당연하다는 것에 대하여' 다시끔 돌아보게 하려는 저자 나름의 주장과 의도가 있지 않은가 한다.

실제로 이 책 속에 드러난 '풀의 향기' 그야말로 프랑스의 많은 예술가들과 문학가 그리고 위인들의 기록 속에 남아있는 초원의 존재란 결국 그 유럽인들의 노스텔지어를 상징하는 것들이 많았다. 그들은 소위 푸른 벨벳의 감촉을 기억하고, 그것에 몸을 누이며, 더욱이 풀 냄새의 싱그로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억 속의 자연과 옛 기록 속의 초원을 대신해 등장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초원'의 모습은 적어도 저자가 추구하고자 했던 잡초들이 어울려진 작은 자연의 집합이 아닌, 치밀한 계획과 구획이 나누어진 인공물이 되어, 분명 옛 초원이 가진 많은 장점을 잃어버린 것이 되어 버렸다.

르네 샤르는 풀을 잠깐의 은신처이자 "은둔의 안락의자"라 했다. 풀은 지친 이에게 휴식을 권하며, "우리의 지친 몸을 자신의 관능적인 묵직함으로 맞이한다."

93쪽

때문에 오늘날의 초원이란? 아니... 풀밭이란 비단 저자가 표현하려는 자연의 선물과는 다른 가치관에 속박되어 버리기도 한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진드기와 해충의 문제도 그러하고, 관리되지 않음을 이유로 이를 황폐하고 거친 토지라 여기는 사람들도 (세상에) 많지 않은가. 어느날부터 따뜻하고 포근한 대지의 품에서 벗어난 인간(인류)! 그리고 그 휴식과 안정의 방법론까지 바뀌어가는 변화의 역사 속에서, 이제 자연과 인간 사이에 놓여진 다리의 역활을 과연 초원이 그대로 계승해 나아 갈수 있을까? 이에 나는 그 과거와 오늘날 그리고 미래의 변화를 바라보며, 다시끔 저자의 풀을 향한 묘사를 다시끔 곱 씹어보고, 또 그 감상의 문장을 이해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었다. 오늘날 대한민국 많은 사람들이 산의 변화를 사랑하듯이, 당연히 프랑스의 사람들도 그 기름지고 넓은 대지의 선물인 초원의 선물을 다시끔 깨닫고 사랑한다면... 이에 따라오는 장점은 각각의 인생의 즐거움과 여유로움 그리고 보다 더 너그러워지는 풍요로움으로서 보상받게 되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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