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결국 저자의 기억과는 달리, 이 책을 접하는 젊은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그 50년전의 대한민국은 정말로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오래도록 쪽머리를 하고 또 한복을 고집했던 외할머니를 기억하고, 또 흐릿하지만 책 속에 표현된 시대의 단편적인 모습과 함께, 그 문화의 일부를 당연하게 계승해야 한다는 교육 속에서 자라난 '개인'이기도 하기에... 이에 비교적 온전히 저자가 드러낸 추억의 본질을 더듬어 갈 수 있었지만? 혹여 이에 조금의 연관성도 없는 독자층이라면? 역시나 이 많은 사진과 글들은 단지 사라진 옛 문화의 단편을 보여주는 과거의 이야기에서 멈추어 버릴지도 모른다.
2020년 오늘날 정말로 대한민국은 국가와 인간, 그 모든 겉과 속 많은 부분을 바꾸며 전진해왔다. 때문에 이에 과거를 돌아보는 입장에 서면 분명 전진을 위해 내려놓은 많은 부분에 있어서 그 아쉬움과 그리움의 느낌을 쉽게 받을것이 분명하지만? 적어도 앞으로 이 나라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으로선 좀 더 다른 의미로서, 생각(또는 감상을 활용 할)해볼 여지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예전의 한국인이 더 민족적 기질을 함양했던 부류라 여긴다면, 이에 어떠한 생각을 '더' 가질 수 있을까? 혹 오늘날의 한국인들이 모두 과거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위해 이 책을 들어보일 바보는 없을 것이라 믿고 싶지만, 그래도 억지로라도 교훈을 뽑아내려고 한다면, 결과적으로 '옛 것'에 대한 장점을 나열하는 재미없는? 흐름으로 빠질 여지가 커져 버린다.
물론 저자 역시 '미래의 독자'를 위한 교훈을 주기위해 이 책을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스스로가 이제 노년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젊은 시절 대한민국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엮인 기억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디가지나 이 모든 것은 과거의 모습을 정리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 기획되고, 또 출판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감상도 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 땅에서 또 앞으로도 한국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개인이기에, 한국인이 비교적 공통적으로 지니는 기질과 공감대에 대하여, 일부 이 책의 내용을 '잣대'로 삼고 싶다는 생각도 함께 한다.
그도 그럴것이 오늘이 아닌, 더 앞으로의 미래에 있어서도, 분명 한국인은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또 현실과는 동떨어질' 수 많은 과거의 유산을 내려놓으며, 앞으로 달려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