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 삶, 용기 그리고 밀림에서 내가 배운 것들
율리아네 쾨프케 지음, 김효정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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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흔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뉴스) 등을 들여다보면, 때때로 기적에 가까운 사건을 겪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적의 실체가 단순히 만남이나, 복권 당첨과 같은 것이 아닌, 이 책과 같은 '생존의'영역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결국 이에 대하여 제3자가 얻어낼 수 있는 감상이란 오롯이 불행을 당한 당사자에 대한 위로의 감정을 품는 것 하나로 좁혀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겠다.


이처럼 책 속의 저자가 드러낸 불행이란, 감히 최악이라 정의해도 무엇하나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과거 비행기 사고를 직접 겪은 단 한명의 생존자이며, 더욱이 그 생존과정에 있어서의 끔찍한 경험을 통해 그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도 큰 괴로움을 겪어 나아갔기에... 결국 이에 대한 고백의 글을 읽어 내려가는 입장에 있어서는? 역시 나 저자의 그 경험 자체에 대하여, '최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해서 저자가 그 스스로의 생존기만을 드러내기 위하여 이 책을 출판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실제로 저자는 이 불행을 통하여, 분명 적지 않은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이 되고야 말았지만,   이와 다르게, 그의 생존무대가 되어 주었던 '자연림' 특히 페루의 밀림에 대한 애정만큼은 저버리지 않았다는 그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고보면 그 나름 저자는 '하늘 길'에 앞서, '정글'이라는 환경에 대한 보다 강한 거부감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그야말로 페루의 정글은 추락한 비행기를 감추고, 또 그 속에서 희생된 많은 사람들과, 저자 스스로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고통을 강제하기도 했다.   물론! 그 고통의 본질 자체가 위대한 '자연의 순환' 이라는 것에 걸맞다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산 자의 입장에선 그 '죽어간다'(또는 해체되어 간다)라는 것이란 두번 다시 겪고싶지 않은 부류의 것이 분명할 것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책을 통해, 정글의 보호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비록 정글이 그의 '생존'과 '구조'에 가장 큰 장애가 되었다 할지라도...  결국 그는 어린시절부터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 정글과 그 속의 생태계에 대하여, 전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세상은(또는 어느 독자들은) 저자의 이 마음을 왜곡해 받아들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사고 이후 최악의 피해자, 기적의 생존자, 개심한? 환경운동가 라는 세상의 평가를 들으며, 때때로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주변의 평가에 의하여, 이'동물학자'의 실체가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아니면 그는 단순한 세상의 평가와 위로, 유명세를 발판삼아, 자연의 수호자라는 새 삶의 형태를 선택한 인물인 것인가?   이에 대하여, 이 책이 드러내는 가장 큰 주제는 과거의 주인공이 겪어낸 생존의 이야기가  아닌, 이후 그의 삶 전체를 상징하게 된 '자연'에 대한 저자의 진실된 사랑을 확인하고, 또 이해하는 것에 있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에 이에 저자의 마음을 통한 글을 마주하다보면, 그의 '애정'은 그 나름대로의 계승에 가까운 것이다.  비록 이후 소원해졌지만, 아버지와 (죽은)어머니... 이 둘과의 기억과 애정, 열정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페루의 정글, 또 동물에 대한 탐구심이였다.  때문에 이를 통한 시선에 따르자면, 저자는 여전히 스스로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아가는 여린 사람에 가깝다.  그야말로 삶의 어두운 한 면을 외면하며 살아온 여느 한 명의 이야기가 이 책의 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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