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드슨강이 말하는 강변 이야기 / 제4막 - 이병주 뉴욕 소설
이병주 지음, 이병주기념사업회 엮음 / 바이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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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겪어본적은 없지만, 세상에는 죽음보다 더 잔혹한 삶이라는 형태도 있는 모양이다.    때문에 이 소설의 이야기에서도 주인공은 미국행을 선택하며, 희망보다는 죽음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드리우며, 그의 인생 최악의 시기를 담담히 마주하는 절망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드러낸다.   그러나 이 소설과는 다르게, 예로부터 미국이란 새로운 기회의 땅이자, 희망의 땅으로서 명성이 높았다.   그 아무리 절망하고 또 궁핍하다 하더라도 미국 속 공동체와 융합되고, 또 미국의 시민이 된다면?  결국 그 선진국의 사회시스템과 경제는 그들을 여엿한 (풍족한)시민으로 만들어준다는 믿음이 이민자들의 뇌리에 은연중 깔려있었던 것이 사실이였던 것이다.


때문에 소설속 배경인 1982년의 미국 또한 바로 그러한 '기회'가 사방에 널려있는 것으로서 이해가 될 수도 있겠다.    혹 그래서일까?  결과적으로 주인공은 '죽기 위해서' 미국에 왔지만, 그 절박한 마음과 지갑사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근근히 그에게 삶을 유지시켜주었다.  단돈 80센트만으도 한끼 든든히 해결?할 수  있는 샌드위치와 커피를 파는 식당, 그리고 더럽고 불결하지만 미국사회의 온갖 가난한 민족을 품어주는 할렘가의 호텔...  이에 그는 미국이 가진 가장 천박하고 원초적인 그룹속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만나게 된 '인연'이라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이처럼 저자가 표현한 미국은 그야말로 '밑바닥 사회'로서 이해되는 일면이 있다.  


물론 주인공은 그러한 환경 속에서도 옛 지식인으로서의 사고방식을 잊어버리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춘으로 먹고사는 아프리카계 여인과, 한때의 무고로 빛나는 미래를 잃어버린 옛 친우와의 인연을 쌓아가면서, 그는 어느덧 그를 속박하던 죄의식과 책임감이라는 굴레를 내려놓고 오롯이 이 소중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살겠다는 또 다른 의미의 선택을 한다.   때문에 이러한 주인공의 변화를 마주하면서, 나는 어쩌면 그것이 (당시)미국이 가져다준 기회의 한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의 한국사회 그리고 미국 내에서의 한국 공동체의 모습은 '개인' 보다는 모두를 위한 '공동체'의 의식이 보다 중요하게 생각되던 시기였다.   그렇기에 주인공 스스로 또한 한국인으로서 책임감이라는 큰 짐을 스스로 지우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또 혹사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언급한 그대로 미국에서 만난 두 여인으로 인하여 그는 그 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자유로움 속에서 살아가며 그는 그 누구보다 열혈히 사랑하고, 아끼고 오롯이 자신과 상대만을 바라보며 삶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삶을 살았고, 또 그것을 통해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존재로서 기억에 남는 존재가 된다.    이에 어쩌면 저자는 그러한 '미국적인 삶'을 동경하며 이 이야기를 지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소설속에는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대담하고, 원초적인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오늘날 '개인'을 우선시하는 현대인의 삶과 비교해 그 무엇하나 다르지 않다.    때문에 과거와는 다르게 오늘날에 있어서, 이 책의 내용은 음란하지도 또 민족성을 변질시키는 불손한 책으로서 이해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이미 한국의 사회 또한 변했다.   1982년 그리고 2019년... 그 오랜세월동안 우리들 또한 내려놓고 또 받아들이며 끝임없이 변화를 추구해 왔다.  때문에 나름 그 변화의 시기를 거쳐온 나에게 있어서도 이 소설은 그 각각 느끼는 바가 다르다.   그야말로 옛 기성세대와 X세대의 중간다리 속에서 살았던 사람으로서, 나는 주인공 스스로를 속박한 이유에 대해서도 그리고 자유를 선택한 변화에 대해서도 모두 이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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