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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티드 캔들 ㅣ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 홈즈와 포와로 그리고 미스마플과 같은 추리소설들은 그야말로 오랜 시간
에도 퇴색되지 않는 영원한 명작로서 기억된다. 때문에 최근 접하게 된 에드거 월리스의 이
소설 또한 나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는 이유로 인하여, 나에게 있어 매우 가깝게 다가
오는 일면이 없지 않다.
그도 그럴것이 이 책은 매우 친숙한 내용과 분위기를 지닌다. 완벽한 겉모습과는 달리, 내면
에 잔혹한 악마를 품고 있는 악당, 그리고 그 악당의 심기를 건드린 주인공과 어느사건, 그리
고 결과적으로 이를 추적하고, 또 진실을 드러내려 노력하는 경찰의 등장과 함께, 무엇보다 뚜
렷한 선.악의 가치관을 드러내 무언가를 '동정하게'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포와로의 오리엔탈
특급살인을 떠오르게 한다. 그렇기에 아주 박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그저 앞선 선배들의 분
위기를 답습한 소설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 작품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가장 인상적이였던
것 또한 내용이 아닌 배경이였다. 안개가 자욱한 빅토리안의 영국이 아닌, 이미 마천루와 자
동차가 도로를 채운 새로운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그야말로 과거 흑백 텔레비젼속에 등
장했던 중절모를 쓴 신사들이 이야기의 구석구석에서 활약하고, 또 등장하는 것이 이 소설의
모든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이에 나는 이러한 영국의 분위기에는 보다 전형적인 스파이물이나, 마피아의 이야
기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허나 저자는 이러한 새로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고루한 -몬테
크리스토- 의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상대가 악마인것 조차 모르던 주인공, 그리고 그러한 주
인공을 농락하고, 함정에 빠뜨리며, 힘껏 좌절과 무력감을 맛보이려 했던 악마.그리고 수수께
끼같은 악마의 죽음과 함께 드러낸 누군가의 양심고백... 그야말로 굳이 힘들여 설명하지 않
아도, 누가 살인의 범인인가? 하는 진실이 드러날 것만 같은 소설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나는 이 소설을 결과가 아닌, 과정에 더 집중하라 권하고 싶다.
실제로 이 소설은 보다 근현대적인 정서와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범죄 수사'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기도 하다. 악마가 너무나도 큰 권력을 쥐고 있기에, 경찰은 곧 그의 본성을 발견
하고, 또 확신해도 주인공의 누명을 그리 쉽게 벗겨주지 못한다. 그리고 이미 상식이 되어 있
는 지문과 같은 과학수사의 개념과 함께, 엄격한 증거주의가 등장하는 것 또한 기존의 선배들
이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뒤에 찾아온 '과거로의 회귀'이다.
범인은 모두에게 고백한다. 그리고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함께 그가 겪었던 악마의 진
짜 모습을 폭로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법은 사사로운 복수를 인정하지 않을 뿐만이 아니라,
야만적인 살인의 행위도 금지하고, 또 처벌한다. 그렇기에 정상적인 이야기라면 그가 저울질되
어야 할 장소는 법정이다. 재판관과 배심원들 앞에서, 그의 가엾은 경험이 드러나야 하고, 동
정받아야 하며, 그리고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같
은 과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를 용서하고, 또 수사관 또한 못본
척 그에게 자유를 허락하지만, 그러나 그것이 진정 근세에 걸맞는 해피앤딩인지, 바로 그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