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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뇌를 끌어안고
치넨 미키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머리 속의 폭탄' '언제 터질지 모를 두려움'
이처럼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나'는 감히 생각하지도 못하겠다. 때문에
이 소설에 표현된 많은 이야기들은 분명 두렵고 무서운 것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상당히 생소
한 영역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품게 만든다. 실제로 과연 나는 평소에 얼마만큼 '죽음'을 생
각하며 살아갈까? 이에 나는 아마도 '오늘을 살아갈 생각으로도 벅차다' 라는 나름 현실적인
대답을 내놓을것만 같다.
물론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또한 미래와 현실의 가치이다. 노력하고,
꿈을 가지며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현대인들의 모범적인 생활이라 할 만한 가치
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주인공이 병원 속에서 만난 '여성'은 다르다. 그녀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불치병
을 선고 받았다. 때문에 그녀에게 있어서, 미래는 분명 눈부신 가능성과는 전혀 인연이 없을 것
이 분명하다. 때문에 주인공인 의사 또한 그러한 운명을 맞이한 여성을 동정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생판 남이자, 자신에게 있어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기에, 그는 그저
의사로서의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그녀를 마주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주인공을 맞이하며, 상당히 허물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녀는 상대에게 말
을 걸고, 대답을 듣고, 형편을 배려하고, 기꺼이 자신의 것의 일부를 내어주는 인물이다. 그렇
기에 주인공에게 있어서도 결국 이 여성은 단순한 재산많은 아가씨에서 벗어나 보다 친밀감있
게 다가오는 친구이자, 이해자로서 소중해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고백한다. 그리고 그를 풀어준다.
이처럼 그녀는 그야말로 주인공에게 있어 구세주와 같은 존재가 된다. 의사로서의 미래, 그리
고 실력있는 유망주로서 주변의 인정을 받는 주인공이지만, 그녀는 그런 주인공을 '자신과 다
르지 않다' 말해주었다. 그녀는 서로간의 대화를 통하여, 진정한 그를 발견하면서, 과거의 상
실감, 배신감, 아픔, 그리고 의무감으로 범벅되어 살아온 주인공의 삶 또한 알아보았고, 또 그
무거운 짐이 '어느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진실까지도 알려주게 된다.
때문에 처음으로 '자유로워진' 주인공은 그녀에게 감사하고, 또 사랑을 표현하려 하지만, 결국
그는 그녀의 죽음을 전해듣게 되면서, 여느 '사랑이야기'와는 다른 또 다른 장르의 주인공이
된다. 그렇다! 그는 누가 그녀를 죽였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독자들에게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또다른 진실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나 역시도 그러한 과정을 접하면서, 저자가 표현한 '반전'에 나름 신선함을 느낀다. 그
러나 이 책은 단순한 트릭이나, 사건에 매달리는 추리극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결말보다
는 다른 이 책이 표현하는 어떤 메시지에 주목하고 싶다.
타인을 받아들이는 법
이 책에서 나는 이것에 대하여 깊은 인상을 받는다. 분명 의사인 주인공은 뛰어난 인재로 성
장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오로지 개인, 가족, 이익에 집착하는 속물적인 모습을 드러내며, 주
위의 모든것에 자신의 잣대를 드리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상은 그
러한 속물처럼 살아가는 것이 정상적이게 되었다. 그렇기에 주인공과 내가 본 여성은 너무나
도 무방비하다. 친밀감, 유대, 배려, 그리고 나눔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그녀는 자신의 외
로움과 괴로움을 타인에 대한 친절로 표현했고, 이에 주인공 역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 것
같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그들은 서로에게 구원의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 구원에는 특
별한 능력이나, 조건이 필요하지 않는다. 그러 서로를 바라보고, 대화하고, 행동함으로서 생
겨하는 감정이 곧 자신과 상대 모두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기적의 존재가 되었다. 때문에 소
설의 마지막 주인공은 말한다. '당신의 폭탄을 안게 해주세요' 라고 말이다. 물론 상식적으로
그가 폭탄을 떠안을수는 없을것이다. 그러나 그는 상대에게 무한한 신뢰와 연대감을 아니!
사랑의 마음을 표현한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나는 그러한 그의 선택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비록 가상의 소설이기는 하나, 무엇보다 인간미가 넘치는 메시지가 전달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