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린의 살인광선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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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린의 살인광선 (알렉세이 톨스토이, 마마미소, 20160911)

아주 오래된 초기 버전의 스케일이 큰 007영화인데 러시아인이 주인공인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작품이다. 작품을 쓰게 된 시기가 1926년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이 끝나고, 1917년 볼세비키 혁명이 러시아에 일어난 직후에 정치, 경제, 사회 체제 전체의 변혁이 이루어지고, 세계는 동서이념 대립이 조금씩 불붙기 시작하던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알렉세이 톨스토이가 우리가 아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작가인 레프 톨스토이(性)보다 러시아 국내에서는 더 유명하다고 하니 의외다. 소설 속에 각종 화학 공식과 레이저 광선의 운영원리가 설명되는 등 과학적인 사실에 접목하여 소설을 전개하다 보니 굉장히 사실적이고 더한 긴박성을 준다. 또한 레이저 광선을 발명하고 지각을 뚫고 들어가 지구 맨틀 상층부의 감람석 층에 무진장 매장돼 있는 액체 상태의 황금을 채굴하는 등 당시의 상상력으로는 대단한 추론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에 놀랍다. 인간이 꿈꾸고 상상하는 거의 모든 것이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절감케하는 소설이다.

또한 그 당시 조금씩 떠오르고 있었지만 아직은 국제정치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독자노선을 걷던 미국에 대하여 자본주의의 심장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하였던 것 같다. 소설의 곳곳에는 공산주의 체제의 우월성과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당위성과 임박성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 등에 대한 구절이 많이 나온다.

『이날 남녀 판매원, 공무원, 화이트칼라 등 프티부르주아들은 저마다 자기가 할 줄 아는 오락을 즐기고, 반듯한 기업체를 경영하는 부르주아들은 자기 집 벽난로 옆에 앉아 느긋하게 쉬고 있었다. 일요일은 하층민의 날이었다. 일거리가 없는 이 날이 되면 그들은 휴식은 커녕 깊은 시름 속에 쓰라린 고통을 맛보며 지루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68p).

이 구역은 노동자들과 파리 빈민층의 집단 거주지다. 이곳 바티뇰르 가, 몽마르트 언덕, 생-잉투안느에서 무장한 노동자들이 파리를 점령하기 위해 저지대로 달려간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그들은 정부군의 포격을 받고 4번이나 고지대로 쫓겨났다. 센 강 양안을 따라 펼쳐진 도시 저지대에는 은행, 사무실, 화려한 상점, 억만장자들이 드나드는 호텔, 경찰병력 3만명을 수용하는 막사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저지대의 부르주아 세력이 4번 반격에 나서 고지대 노동자 거주 구역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이 구역의 심장부인 피갈 광장-클리쉬 가- 블랑슈 광장 일대는 환락가로 전락해버렸다. 세계적인 범죄 소굴에서 붉게 타오르는 휘황찬란한 불빛속에 저지대의 부르주아가 성적 욕구를 해소했던 흔적이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다. (92p)

비만과 매독과 퇴화에서 구제된 프랑스 국민이 이곳 고지대로 올라와 온갖 타락과 비리가 난무하는 파리의 저지대로 다시 한 번 대청소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95p)

부르주아의 도덕이라는 것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데 그런 도덕관념 때문에 독가스를 꿀꺽꿀꺽 삼키는 자들은 다 병신이라는 말이로군 그래(99p)』

추리소설이지만 100년 전 작가가 거의 정확하게 예단한 세계 정세에 대한 구절도 많이 보인다.

『석탄과 소금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하는 거라고. 1914년에 독일인들이 슬슬 전쟁터로 기어 나온 것도 따지고 보면 전 세계 화학 공장의 10분의 9를 독일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독일이 석탄과 소금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러나 당시에는 그들이 유일한 문화 국민이랄 수밖에. 하지만 그들은 우리 미국인들이 불과 9개월 만에 에지우드 아스널을 건설할 수 있다는 걸 미처 헤아리지 못한 거야. 독일인들은 우리가 눈을 뜨도록 해 주고 우린 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알게 된 거지. 종전 후 우리에게 돈이 있고 화공산업도 우리가 장악하고 있는 이상 이제는 그들이 아니라 우리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게 될 거고. 우린 제일 먼저 독일을, 그 다음은 일을 할 줄 아는 나라들을 거대한 공장으로 바꿀 거라고 ~~무능한 국가들은 자연히 도태돼 없어지게 마련이니까 그런 나라는 우리가 좀 도와주면 되겠지. 미국의 성조기가 북극에서 남극에 이르기까지 과자 상자를 포장하듯이 지구를 한 바퀴 뺑 둘러 조여 맬 날이 멀지 않았어.“(72p)

유럽 제국에 비해 미국의 압도적인 금 보유에 기반하여 금본위제에 근거한 기축통화로서 달러를 인정한 1944년 브레튼 우즈 체제를 예단하지 않았나 생각하며, 이후 미국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금본위제를 포기했지만 당시 자본주의가 갖고 있었던 약점과 모순을 정확히 짚고 있었다고 보인다. 지각을 뚫고 들어가 지구 맨틀 상층부의 감람석 층에 무진장 매장돼 있는 액체 상태의 황금을 채굴하여 초저가 금괴의 무제한 공급으로 금값과 금본위제 달러화의 폭락을 유도하여 미국의 경제를 파탄 상태로 몰고 간다는 설정이 그 당시로서는 정말 대단한 추론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주인공 셀가가 직접 작성한 격문에도 이런 구절이 있다. 『자본주의가 힘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금 가격의 폭락으로 화폐가치가 곤두박질쳐 돈이 모두 휴지 조각이 돼 가고 있습니다. 자본가들은 자기들이 고용한 하수인들 - 경찰, 시위 진압 부대, 선동가, 매수된 인권 운동가들과 시민 단체 활동가들에게 지불할 돈조차 없습니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유령이 마침내 기지개를 켜고 일어선 것입니다.(512p)』

한때 유행하였던 미국 드라마인 ‘24시’ 처럼 사건 전개가 드라마틱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맛은 떨어지지만 추리소설이 갖는 흥미진진한 사건전개와 그보다는 개인적으로 100년 전 작가가 갖고 있는 물리학, 화학, 기계학, 국제정치와 국제경제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판단력에 놀라는 재미와 웅장한 사건 스케일로 인하여 읽는 내내 통쾌하고 상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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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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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김영사, 20160909)

소설은 로맨스와 미스터리의 결합으로 탄생한 환상의 스토리텔링이라고 소개되고 있지만, 이보다는 한 소녀의 성장 소설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7세기 말은 계몽주의와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싹을 띄웠지만 암흑기 중세의 종교적 독선과 아집이 시민의 모든 생활과 의식을 지배하며 공존하였던 전환기라고 할 수 있고, 바다를 개간하여 육지가 바다보다 낮아서 풍차와 방파제가 많은 나라인 네덜란드의 번화한 도시인 암스테르담은 무역과 식민지 개척으로 세계의 패권과 이권을 장악하여 부가 넘쳐났던 곳이 공간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쓰러져 가는 시골 귀족 출신인 열여덟 살의 넬라 오트만은 어머니의 강요로 39세의 암스테르담에서 성공한 상인 요하네스 브란트와 결혼하게 된다. 어머니의 기대가 전이되어 넬라는 화려하고 풍족한 생활, 사랑이 가득한 신혼을 꿈꾸었지만 신혼 첫날부터 신랑은 일을 핑계로 가버리고, 혼자 도착한 요하네스의 집에서는 결혼 안 한 늙은 시누이인 마린, 하녀 코넬리아, 도시의 유일한 흑인 하인 오토, 개 두 마리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냉담하고 차가운 집안사람들과 매일 밤 이상하고 비밀을 간직한 소리,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대화 내용, 혼자 서재에서 계속 지내는 요하네스로 인하여 넬라는 결혼생활에 회의를 품고 있을 즈음 미니어처 하우스를 선물을 받게 된다. 넬라가 사는 저택과 똑같은 모형의 미니어처 하우스에 미니어처 사람과 물건 등을 채우게 되는데 이것이 앞으로 발생할 비극적 사건의 전조를 알려주는 것 같아 넬라는 미니어처리스트를 찾아 가게 된다. 소설의 도입부부터 사건 전체의 복선을 곳곳에 깔고 있다. 인물의 심리나 성격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고, 사건의 배경이 되는 시공간과 진행 상황을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등을 통하여 세심하게 표현하는 것이 여성 작가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더구나 작가가 배우 출신이라 가능했을 것이라고 추론해본다. “우리는 바라는 만큼만 진실에 다가설 수 있다”라고 작가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소설의 곳곳에 그리고 체계적으로 복선과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본다. 암스테르담의 상인 명부인 스미트 명부에 미니어처리스트 광고판에 “모든 것,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것”, 넬라가 미니어처리스트가 사는 집을 찾아가서 본 간판에 새겨진 글귀는 “인간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장난감으로 여긴다” 인데 소설 전체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지 않나 생각하며, 간판의 글귀는 단지 세상의 모든 것이, 보이는 그대로는 아니라는 뜻이라고 해석되어진다. 그리고 미니어처리스트가 넬라에게 전달하는 소포와 함께 전달된 글귀는 소설의 전개에 따른 복선이라고 해석되어 진다. 첫 번째 보내온 소포에 동봉된 글귀는 “모든 여자는 자신의 운명을 설계하는 건축가다. 여자는 자기 자신의 운명은 고사하고 아무것도 설계하지 못한다”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넬라는 “인간의 운명은 신의 손에 달려 있으며, 특히 남편의 손길이 몸에 닿은 뒤 출산이라는 쓰라린 고통을 겪어야 하는 여자의 운명은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한다. 소극적이고 피동적인 존재로서 넬라를 그리고 있다면 억압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벗어나기를 요구하는 것 같은 두 번째 보내온 소포에 동봉된 글귀는 “나는 떠오르기 위해 싸우리라.” 이다. 세 번째 전달된 소포에 동봉된 글귀는 “달콤한 무기를 방치하지 마세요.”라고 넬라가 직접 거대 상인의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소설은 진실되고 다양한 형태의 사랑 그리고 용서를 갈구하는 것 같다. 은세공업자 길드에서 열리는 파티에서 요하네스가 넬라에게 “때론 너무 속속들이 아는 사람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지요. 사람을 깊이 알게 되면요, 달콤한 몸짓과 미소의 이면을 알게 되면, 우리 모두가 숨기고 있는 분노와 측은한 두려움을 보게 되면, 그땐 그저 용서하는 수밖에 없어요. 용서야말로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죠.”라고 말하는데 요하네스가 마지막 재판정에서 자신을 배신한 친구와 연인이었던 자에게 용서를 한다. 그리고 현실주의자였던 마린에 대하여 코넬리아는 “마담 마린은, 사랑은 현실일 때보다는 환상일 때 아름답고, 손에 집힐 때보다는 좇을 때 아름답다고 말씀하시죠.”라고 말하지만, 마린은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고 아기와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려고 했다는 점에서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또한 미니어처리스트의 아버지가 넬라에게 “내 딸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아이랍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아이는 자기 눈에 비친 이 세상의 방식을 무척 경멸했어요. 자기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무언가가 있다고 그리고 그걸 ‘찰라의 영원’이라고 불렀어요. 정해진 시간의 경계 밖에 살고 싶어 했어요. 항상 제멋대로였고, 항상 궁금해 했지요. 시계에 매달려 살아가는 사람, 틀에 박혀 살아가는 사람을 조롱했어요.”라고 아버지의 입장에서 미니어처리스트를 말하였고, 넬라가 “따님이 사람의 영혼을 볼 수 있다고 믿으셨나요? 따님은 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영혼을 볼 수 있냐고요?”라고 물었을 때 “저에게 편지를 보낸 다른 여자처럼 철석같이 믿고 있군요. 자기 삶에 대한 주권을 포기하고 싶어 안달이 났어요.”라고 미니어처리스트의 아버지가 대답하자, 넬라는 “그렇지 않아요! 한 가지 분명한 건요. 따님이 제 주권을 되찾아주었다”고 반박하며 자신이 한 말이, 그 주장이 너무도 진실이어서 넬라는 잠시 침묵하고, “그 아이는 당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을 돌려주었지요. 내 딸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어떤 목적이 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난 그 아이가 지닌 특별한 관찰력이 지나치게 멀리갈 수 있다는 걸 일깨워주려 했어요. 그 아이가 본 것을 똑같이 볼 건지 말 건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시간만 낭비하는 거라고, 만약 내 딸이 답장을 하지 않았다면, 그건 아마 당신이 이해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거예요. 그 아이가 하려는 말을 깨달았다고 생각한 거지요.”라고 그녀의 아버지가 마무리한다.

정말로 짧은 결혼 생활 동안 발생하였던 수많은 사건과 이로 인한 고통, 그리고 그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하여 벌인 힘겨운 사투 속에 넬라는 성장하고 성숙해지지 않았나 생각해보며, 그 과정에서 아끼는 여러 사람을 잃었지만 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새로운 사람이 집으로 들어오고 세상은 그대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잘 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희망의 직물을 짠다. 그 직물을 짜는 사람은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뿐이다.”라고 넬라가 마지막 장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희망과 행복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며, 요하네스가 넬라에게 한 말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나의 부를 실제로 만질 수는 없어요. 그건 허공에 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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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정상필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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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파스칼 보니파스, 레디셋고, 20160828)

 

파스칼 보니파스라는 작가가 프랑스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역량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책을 얼핏 보면 그냥 20C, 21C 현대국제정치사라고 해야 하지만, 전체적인 분석틀이 지정학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늘날의 세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현재를 있게 한 굵직한 역사적 이정표들을 짚어보는 것이 이 책을 쓰는 이유라고 밝힌 작가는 사건들을 연속성의 맥락에서 재배치하고, 어떻게 협력과 대립이 차례로 일어났는지 또는 동시에 이뤄졌는지를 보여줄 것이며,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가두는 어두운 덧이 아니라 밝게 비춰야 한다는 관점에서 냉전, 데당트, 양극화 이후의 세계로 3부로 구성하여 서술하고 있다. 국제 정치는 공존과 평화, 번영을 하기 위해서 상호 협력하고 화해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측면과 자국의 이익과 패권을 위해서 힘(power)의 절대 우위에 근거하여 보는 현실주의 측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겠다.

 

제1부 냉전(1946.1947~1962)

‘냉전’의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데서 시작해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지면서 종말을 맺는 것으로 종종 정의된다. 다시 말해 ‘양극화 세계’로 지칭될 수 있는 역사적 시기를 말한다. 사회학자 레이몽 아롱은 ‘양극화 세계’를 “힘이 다른 주체들에 비해 월등히 강한 두 체제의 주변으로 대부분의 정치 단위들이 헤쳐 모이는 역학 관계의 형상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제관계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양극의 라이벌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국제 분쟁이나 위기가 야기될 때면 언제나 그 주역 중 하나는 워싱턴 또는 모스크바와 연관을 맺고 있었다. 1990년대에 일어난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와 공산주의 블록의 붕괴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가져왔다. (13p)

만국 공통의 시스템을 둘러싼 라이벌관계가 형성됐던 18세기와 19세게 국제관계가 아니라, 세계를 이질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린 두 개의 대립하는 시스템이 존재했던 것이다. 진정한 평화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이 이질성에서 비롯된다. (레이몽 아롱) 두 시스템은 실질적으로 적대적이었지만 한국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충돌 양상에는 일종의 합리성이 존재했다. 한국 전쟁은 전쟁에 나선 국가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지 않은 첫 번째 사례일 것이다. 냉전은 적대적인 두 세력의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로 실현되지 않았다. 필요에 따라 난관을 풀어가는 방식이었다. 미국과 소련 모두 서로를 파괴할 수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은 서로 상대가 사라져버리길 바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선전선동 전쟁이었다. 냉전 이후 벌어진 크고 작은 160번의 군사적 충돌과 4,000만 명의 인명 피해는 전면적이 아닌 주변부에서 일어난 분쟁이었다. 힘의 균형을 위한 투쟁과 전통적 개념의 지정학적 라이벌 관계에서 나온 전쟁이라기보다는 선과 악이 등장하는 도덕적 대립에서 비롯된 것이라기 때문에 이런 식의 전쟁은 미국에 유리했다고 헨리 키신저는 보았다. (14~15p)

두 진영은 냉전의 기원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했다. 한쪽에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욕망이 전 세계에서 마국의 영향력을 무제한으로 키웠고, 그 욕망이 전쟁 중 비싼 대가를 치르고 소련을 통해 얻어낸 권리를 부정했기 때문에 냉전이 싹튼 것으로 봤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공산주의 시스템 그 자체가 갖는 메시아적 시각, 영토 확장주의적 성격, 지배에 대한 욕구 등의 특성이 전통적 러시아 제국주의에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32p)

 

제2부 데탕트(1962~1990년대 초반)

1962년은 확실히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기다. 세계가 핵전쟁의 바로 곁을 지나치면서 두 초강대국에 그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양 진영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시켜준 해이기 때문이다. 대립을 절제하거나 적어도 틀 안에 넣어둬야 했다. 또한, 두 강대국이 세계를 운영하는 데 있어 책임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함께 인식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드골과 중국 지도자가 설파했던 그 유명한 공동통치의 개념이다.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처신할 수 있는 영향권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미국과 소련은 적수이자 파트너가 되었다.(102p) 데탕트가 동서 진영 대립의 종말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다만 대립관계를 더 통제 가능한 것으로, 더 예측 가능한 것으로 만들었다. (104p)

 

제3부 양극화 이후의 세계(1990년대 초반 ~ )

그러나 서방세계, 특히 미국은 권력에 도취하는 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웠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은 ‘자유세계의 우두머리’로 지내왔다. 소련과 동유럽의 독재 체제가 무너지면서 이 ‘자유세계’는 외연이 확대됐다. 워싱턴의 입장에서는 공산주의 국가들의 ‘명백한 운명’에 근거해 미국이 더 거대해진 자유세계의 선두에 서서 독주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합법적이고도 반길만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은 단지 서방세계 진영을 대표하는 것을 넘어서 전 세계를 아우르는 리더가 되고자 했다. 미국은 다원주의 체제의 새로운 질서라는 관점에 대해서는 무의식적으로 또는 의도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또한 동서대립의 종말이 새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국가들 전체의 집단적 승리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관점 대신 미국이 상대국인 소련에 대해 승리를 거둔 것이라는 매우 좁은 의미에서 해석했다. (251p)

폴 케네디는 매번 한 제국이 자신의 자리를 다른 제국에 넘겨주게 되는 과정을 들여다보며, 제국들은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까지 영토를 늘렸다는 ‘제국의 과잉팽창’ 이론을 내세웠다. 미국이 제국주의적 과잉팽창의 길을 가고 있었다. 진정한 문제는 미국의 쇠퇴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게 아니라, 쇠퇴의 속도를 내는 게 불가피한지 아닌지 아느냐는 것이다. 20세기 초반의 영국이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무대로 한 미국의 개입과 이권은 동시에 제어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것이었다. 소련이 안고 있던 위험요소들에 대해서도 진단했는데, 개인이 자유롭게 주도하는 새로운 정보 통신 기술이 등장했는데도 너무 경직된 체제를 유지한 데서 오는 난관이었다. 사실 소련은 내부로부터 무너진 것이어서 케네지의 예측이 맞았다는 걸 알 수 있다. (254p)

국제화된 세계에서는 아무리 국력이 강하다 해도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의제와 규칙을 정하고 따르도록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에서의 미국의 실패는 세계질서에서 독주체제가 불가능하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어떤 세계가 바람직한 곳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를 넘어서 이해 당사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다양화된 국제화 세계에서는 그냥 불가능한 일이다.(262p)

 

작가는 결론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세계는 확실하게 세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고 보며, 냉전과 데탕트, 양극화 이후 시기마다 강대국 간 체계적 합의와 인류애를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에 대한 공동 대응으로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고자 한 희망은 있었다고 본다. 동시에 진정한 공동 안보 노력은 얼마 못가서 흩어져버리곤 했는데 세 번 모두 불신이 신뢰를 이겼다는 것이다. 오늘날 대립구도는 그 개념이 바뀌었을 뿐 사라진 것이 아니다. 이제 핵전쟁의 위험이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대립 구도는 여전히 뚜렷하게 남아 있다. 커다란 전략적 변화가 생긴 것이다. 서방 세계 국가들의 독점이 깨지고 남반구 국가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다원주의 체제로 바뀌었다. 이는 서방 강대국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독점 구도가 더 이상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통하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다.(368p)

 

작가는 마지막으로 이러한 다원주의로 우리는 전후 네 번째 시기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인류를 짓누르는 중대한 위협에 적절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대응하기 위해 결국 단 하나의 길이 있을 뿐인데, 이는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지구 온난화에 대항하며 보편적 인권을 보호하고 모두의 의식주가 보장된 체제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그곳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작가가 주장하는 국제 정치에 다원주의 체제가 도래했는지에 대하여 다소의 의문은 있지만 결국 그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것에 공감대를 형성한다. 어릴 때 우리가 세계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한반도가 지정학적 숙명에 따라 늘 강대국에 둘러쌓여 강탈과 압제를 받아 왔다고 하는데, 이는 굉장히 피해의식주의라고 볼 수 있겠다. 한반도에 아직도 민족과 국가가 존속한다는 것은 그만큼 강하다는 자부심을 가지자고 하고 싶다. 세계 어느 나라치고 강대국에 둘러싸이지 않는 나라가 몇이나 될 것인가.? 민족이나 국가가 강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사라질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민중의 의지는 정권의 의도보다 역사의 가장 위대한 움직임을 더 정확하게 정의해준다고 1989년 12월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말한 것을 개기며, 한반도의 민중도 다시 한 번 더 좀 더 치열하게 각성하고 행동해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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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미국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김봉중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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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미국(김봉중, 창비, 20160815)

  미국은 우리와 거리상으로는 아주 멀지만 근대 이후에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도 변화가 많았고 입장도 천양지차만큼이나 크고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교통수단, 인터넷, 군사기술 등 신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지리적 의미가 퇴색되는 세계화 시대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을 비롯한 열강의 각축은 개화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그 영향력이 크고 빠르다고 할 수 있으며, 남북분단과 국내 정치, 경제적 특성과 맞물리면서 그 양상이 아주 복잡하게 전개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한반도에 사드 배치 결정을 두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각축과 국내 정치적 파급효과와 전개양상을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고 가깝게 다가오는 국가가 미국이지만 과연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품으며, 미국에 대하여 역사/지리/ 정치, 경제, 사회/문화·생활/한미 관계 5개의 부로 나누어 반미도 친미도 아닌 실용주의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이민국의 나라로 시작하여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어떻게 현재와 같이 경제적, 정치적 세계 최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를 독립전쟁, 남북전쟁, 미서전쟁, 1,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냉전 등과 함께 조망하고 있다. 미국의 광대한 국토, 무궁무진한 자원 등에서 보다는 미국인들의 독특한 정신에서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한 근원을 찾아보고 있다는 측면에서 나름 설득력있게 전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미국의 청교도들은 식민지 시대부터 자신들이 신대륙에서 지상 낙원을 건설하라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고 믿었고, 건국에 성공하고 국력이 일취월장하자 이러한 믿음은 더욱 강해졌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중반에는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륙팽창에 박차를 가했고, 기독교 복음의 전파, 나아가 민주주의 전파를 위해서 미국은 팽창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이 널리 퍼졌다. ’미국은 뭔가 다르다. 그리고 달라야 한다. 미국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몸소 인류의 문명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라는 미국의 예외주의 혹은 선민사상은 미서 전쟁뿐 아니라 향후 미국이 세계 질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되는 중요한 배경이라는 것이다. 이 내용을 얼핏보면 유태인들의 선민사상과 맥이 닿아있다는 느낌도 난다. 그리고 미국 민주주의가 별 탈 없이 정착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배경은 ‘조건의 평등’과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문화, 다인종, 다민족을 받아들이는 포용성과 개방성이 현재의 미국을 있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1998년 미국 LPGA에서 동양의 조그만 여자인 박세리가 우승을 차지했을 때, 골프의 종주국 쯤 되는 미국 관중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우렁찬 박수와 환호를 보낸 것에서 이를 입증한다고 본다. 한국에서 개최하는 태권도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만약 미국인 중에서 흑인이 우승하였다면 우리 국민들도 그렇게 열렬하게 환호하고 박수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오늘이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의 여러 민족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잔악한 식민지 수탈에서 벗어난 815 해방일이다. 일본 제국주의로 인한 학살과 수탈이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하여 종지부를 찍었던 국가가 미국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당시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정책 변화, 세계 패권전략 등 국제 정치경제적 요인에 의한 것이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우리 민족에게는 은혜로운 국가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남북분단의 책임, 군부독재정권에 대한 용인, 518 광주민주항쟁에 대한 외면 등에 대하여 미국의 책임이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본다. 기존의 반미 운동이 주로 한국의 민주화와 관련해 정치적, 이념적으로 전개되었고, 미국에 대한 피해의식도 강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 반미 운동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고 작가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민주화에 성공했고, 경제적으로도 선진국의 대열에 올랐으며, 문화적으로는 한류를 중심으로 문화 강국으로 성장했다. 비록 여러 사회 문제를 안고 있다 하더라도 성숙하게 토론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민주적인 토대가 마련되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세계 속 한국의 위상과 이익을 생각하며 미국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세계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적일 수밖에 없기에 미국이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국제 질서를 냉정하게 인식하면서 우리가 세계화에 어떠한 태도를 보이느냐에 있다. 세계화는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도 하고 위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우리가 일궈낸 경제, 정치, 문화적 발전에 대해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는 한 위기조차 곧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작가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100년 전 개화기보다도 어쩌면 더 혹독하고 엄중한 열강들의 각축이 한반도에서 전개되리라 예측할 수 있다. 우리의 정치, 경제, 문화적 발전에 대해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국제 질서를 냉정하게 인식하더라도 아직은 주체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국력이나 역량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한 국가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피동적이고 수동적 입장에서는 탈피해야 할 것이다. 과연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 편향된 시각에서 보지 말고 대다수 국민들의 행복과 안위적인 측면에서 결정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역사적으로 세계의 패권을 장악한 국가는 이탈리아, 몽고, 스페인, 영국, 미국으로 흘러 왔다고 본다. 한 개인도 그렇지만 한 국가도 처음의 위대한 정신을 망각하고 과거의 잘못과 과오를 반성할 줄 모르면 결국 흥망성쇠의 공식에 따라 사라져갈 뿐일 것이다. 미국이 세계사에서 경제성장과 정치민주화의 과실을 많이 공유하고 긍정적 영향을 많이 끼친 점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세계 일극 패권국가로서의 유지, 자국 이익 우선주의 또 내부의 군산복합체의 이익, 유대 자본가의 이익 등을 위해서 세계 곳곳에서 여러 민족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인권을 유린하였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좀 부각했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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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읽는 독서의 힘 - 생각당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독서법
김지연 지음 / 다음생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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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읽는 독서의 힘(김지연, 다음의 생각, 160811)

고사성어에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는 말은 독서의 중요성을 말하는데 무조건 많이 읽으라고는 않고 있지만 절대적 독서량에 대하여 현대로 치면 일생 동안 5,000권정도(1년에 100권 *50년) 되려나 싶다. 공무원이면서 독서광인 작가가 자연스럽게 이러한 책을 집필하는 부분이 부럽고, 그 동안 독서에 대해 좀 더 치열하게 생각하지 못하였던 자신에 대하여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온다. 책의 내용은 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과 왜 생각을 하면서 독서를 해야 하는지 등 책 읽는 방법론에 대하여 작가가 경험하고 실천했던 내용을 서술하고 있는데, 작가가 평소 꾸준한 독서를 통해서 체득하고 알게 된 좋은 자료를 꼼꼼하고 치밀하게 메모한 흔적과 성실하고 차분한 성격을 모두 담고 있다고 보여 진다.

책을 보아야 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해서만은 아니라 독서를 통해 통찰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고 타인의 생각을 내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우리가 읽은 것의 결과다. 우리가 읽은 그 모든 책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 스며들어 우리가 세상을 보는 법, 느끼는 법, 생각하는 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귀하게 여기며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을 세우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같은 사건을 경험해도 각자가 지닌 가치관이나 삶의 프레임에 따라 다른 해석을 한다. 자신만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며 경함하는 삶, 경험을 재해석하는 힘, 생각을 바꾸고 상황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독서를 통해 길러진다는 것이다.

<나이 서른에, 책 3,000권을 읽어보니>(이상민)에서 1,000권의 책을 읽고도 인생이 바뀌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돈과 관련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일 것이다. 독서는 그런 것이 아니라 가난해도 프라이드를 잃지 않는 것이고, 가난해도 일희일비하지 않는 힘이 독서가 가져다주는 힘이다. 모든 사람들이 부자가 되려고 하지만, 꼭 부자만이 이 세상에 필요한가? 예를 들어 공무원들은 청렴결백해야 하기 때문에 월급만 받으면 당연히 가난할 수밖에 없다. 이때 가난은 부끄러움이 아닌 자랑이며, 우리 사회의 미덕이다. 사실상 독서는 이런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만의 공식을 세우며 살아간다. 책은 생각의 힘을 길러주고, 책을 읽는 만큼 삶은 성장한다. 성취감을 느끼면서 자신을 긍정하고 인생의 고통을 감내할 수 있게 해준다. 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힘,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는 눈을 갖게 한다. 생각이 바뀌면 비록 현재의 위치는 그대로일지라도 자존감이 가득 찬 사람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눈을 갖기 위한 방법을 책에서 제시하고 있다.

 

 

또한 독서 방법은 한마디로 자신에 맞는 독서법으로 즐겁게 읽고, 미리 질문하고, 책에 밑줄 긋고 메모도 하고, 작가와 대화도 하면서, 책에 몰입하여 생각하면서 책을 읽고 책을 읽고 나서 필사를 하던지 독후감 등을 적어라는 것이다. 독서법에 관한 책이 책장 가득 넘쳐나지만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겠지만 책을 읽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며 최고의 독서법 또한 읽는 자만이 터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꾼다. 성장하고 도약하는 삶에 독서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

책을 읽고 생각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더 해롭다. 책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근본적인 원리만을 알려준다. 책을 읽을 때에는 내가 주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매체에서 얻은 정보나 비평가의 의견일지라도 항상 의심하고, 자신의 눈으로 정보의 본질을 밝혀봐야 한다. 책은 그 자체로는 한계가 있다.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책을 읽는 본인 스스로가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부딪히고, 느끼고, 생각하며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eke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에서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책 속에서 얻은 삶의 힌트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질문해야 한다. 인생의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도 있다. 책은 모든 지혜와 정보를 제공하지만, 얼마나 얻어 가는가는 결국 본인의 몫이다. 책을 통해 스스로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며, 그렇게 얻은 것들을 삶에 적용시켜 각자 처함 다양한 상황을 헤쳐 하가는 것이다.

지금부터 5년 후에 내 모습은 두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 읽고 있는 책과 요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찰스 존스) 음독을 하면 주의력이 높아져 집중하기가 훨씬 쉽고, 흘려버릴 수 있는 문장도 오래 기억하게 된다. 소리로 습득한 지식은 몸과 머릿속에 스며들어서 언제라도 꺼내 쓸 수 있도록 서랍에 넣어둔 것과 비슷하다.

이 우주에서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 이 두 가지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인 동시에 우리를 타우는 불이기도 하다<휘파람 부는 사람>(메리 올리버). <책읽기의 즐거운 혁명>(장경철)에서 그 책이 어떤 쟁점을 다루고 있는지를 미리 질문하고 읽으라는 겁니다. 좋은 독서법은 저자의 의중과 책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책의 관점과 기초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비판적인 독서를 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관점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략적 책읽기>(스티브 레빈)에서 문장을 질문으로 바꾸는 습관을 들여라. ‘ㅇㅇㅇ이다’식의 마침표로 그치지 말고 ‘ㅇㅇ일까?’로 바꿔 읽으면 저자가 말하는 한 가지 방법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수많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질문을 통해 한 단계 깊이 있는 생각에 이르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는 창조적인 독서가 중요하다. 책에는 저자의 깊이 있는 지식과 경험이 녹아 있다. 이를 흡수하여 깊이 있는 지식을 경험하고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것, 이것이 독서를 잘하는 기술이다.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요인이나 숨겨진 복선을 찾아 저자가 전하려는 의도를 파악하고, 책에 담긴 의미에 관하여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비판적 독서를 한 후 쓰는 독후감은 분명 차이가 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자신만의 사고습관이 굳어지고, 사물을 현실 그대로 바라보기보다는 자신이 구축해놓은 제한적인 시각으로 습관적인 판단을 한다.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열린 마음과 사고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경험한 만큼 보인다. 답이 아니라 질문을 찾는 독서를 하라고 권하고 있다.

독서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거나 지식의 보물창고에서 보물을 캐기 위함이 아니라 지식으로 쌓이는 것 너머의 통찰력, 즉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위함이다. 비판적 사고란 근거를 찾고 다른 면에서 생각해 보기도 하면서 자기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반성하는 태도다.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문제를 읽는 행위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읽는다는 것은 곧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읽는다는 것은 추리한다는 것이며, 비교 평가한다는 것이다. 읽는다는 것은 이전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것과 비교하여 차이점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에게 맞는 독서법을 터득하여 책 읽는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볼펜, 형광펜 등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저자의 생각에 나의 생각을 덧붙여 끼적거려 보기도 하고 포스트잇도 활용하고, 좀 더 오래 기억하고 필요한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책 앞부분의 빈 책장은 자기 생각을 메모하기에 가장 좋은 자리다. 책을 다 읽은 후에 맨 뒷부분의 빈 책장에 자기만의 색인을 적은 다음 다시 맨 앞으로 돌아와 책을 대략적인 내용을 메모한다.

잘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공자) <경영학보다는 소설에서 배워라>(안상헌)에서 기술만을 가르치려는 자기계발서나 답을 제시하는 경영학 서적이 아닌 소설을 읽으라고 강조한다. 소설을 통해 우리는 깨달음의 지혜를 얻고, 자신의 길을 발견하여 나아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소설 속 다양한 캐릭터들을 접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성찰과 이해를 얻을 수 있다. 대부분의 소설들은 위대한 질문을 던져준다.

책에서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책의 여백에 밑줄을 긋고 메모하다 보면 책을 잘 읽을 수 있다. 책 자체를 노트로 만들어서 저자의 의견에 ‘찬성’, ‘반대’, ‘이해’ 표시를 하는데, ‘반대’인 경우에는 근거와 이유를 써넣고 좀 더 개선적인 자신의 생각을 써두며, 이해한 척하지 않고 계속 의문점을 써넣으며 완성 후에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눈다고 한다. ‘써넣은 작업’이 습관이 되고 점전 능숙해지면, 영화나 음식 비평, 토론 프로그램, 스포츠 중계, 인터넷이나 트위트 등 주변의 다양한 정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간파하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 미디어의 정보를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가 생긴다고 한다. 북마인드맵은 두뇌의 저장 용량과 저장 효율을 구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규정하는 것은 자신이 쓰는 언어다. 언어가 없다면 그 무엇도 정의 내릴 수 없으며, 그것이 한계에 이르면 곧 그 세계도 한계에 이르게 된다. 나는 갇힌 세계에 남고 싶지 않다. 독서를 통한 언어의 확장만이 그 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사상가인 볼테르는 “당신은 책이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당신은 분명히 부질없는 야심과 쾌락에만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며, 그 세계는 책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권의 책에는 한 사람의 생각과 인생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책을 읽는 사람이 반드시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반드시 책을 읽는 것만은 틀림없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자신만의 경험으로 얻는 것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다. 타인의 생각을 가장 쉽고 효율적으로 접할 수 있는 책, 세상은 그 책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재미있는 건 하루를 아무리 바삐 보내봤자 결국 하루 15분이라 시간을 쪼개어 읽은 그 시간만이 온전히 남는 장사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는 거다. 책을 읽지 않으면 내가 아는 것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TV만 보면 테이스트가 없는 사람이 되고, 인터넷만 보면 자기가 해보지 않은 모든 것을 불편하게 여기거나 틀렸다고 말하게 되며, 경험만 많이 쌓으면 주변 세계와 격리된 꼰대가 됩니다.

위대함의 시작, 적자! 생존을 위해 -종이 위에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쓰는 순간, 우리는 몰입에 이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한 머릿속의 생각을 종이 위에 기록하는 순간, 우리는 그 생각에 대해 냉정해진다. 독서 못지않게 독서 후 생각하기가 중요한데, 필사를 하게 되면 사색은 덤으로 따라온다. 필사는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며 서로 다른 부분의 뇌를 사용하기 때문에 뇌를 자극하여 사고의 확장을 일으킬 수 있다.

책읽기로 몰입을 경험 - 몰입할 수 없게 만드는 책은 그냥 놔두며, 단지 읽는 데 그치지 말고 책의 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집중할 수 없으면 기분 전환을 하며, 집중력이 최고점이 되는 시간과 공간을 활용한다.

다 읽은 책 중에 메모 대신 사진을 남겨 놓은 것들은 다시 한 번 읽게 되어서 기억에도 오래 남으며, 좋은 구절이나 핵심을 담고 있어 반복해서 봐야 할 문장들은 수시로 보는 것만으로도 자기관리에 도움이 되며, 자신의 목소리로 책을 읽고 녹음하여 오디오북을 만들면 재미도 있고 귀에 쏙쏙 들어와 내용을 기억하는 데도 도움이 되어 독서의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는 자신의 문제점이나 부족한 점을 찾고, 위기를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찾으려 한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슬픔이 밀려와 사방을 둘러봐도 막막하기만 할 때에는 그저 땅을 뚫고 들어서고 싶을 뿐 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에게는 두 눈이 있고 글자를 알기에 한 권의 책을 들고 마음을 위로하면, 잠시 뒤에는 억눌리고 무너졌던 마음이 조금 진정된다.(이덕무)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독서는 경쟁이 아니라 창조에 의해 얻어지는 블루오션이며, 여기에는 높은 수익과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하는 엄청난 기회가 존재한다. 책을 가까이하고 책을 읽는 삶은 배신하지 않는 정직한 보답을 해줄 것 같았다

매일 똑같이 살면서 어제와 다른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알버트 아인슈타인) 고독을 신뢰하고,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혼자있는 시간을 이용하여 혼자가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세계를 즐길 수 있다면 삶의 유한함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레드퀸효과 : 경쟁자적인 위치의 두 생물이 서로 앞 다투어 진화하다보니 한 생물의 관점으로 보았을 땐 상당한 진화가 이루어졌지만 경쟁하는 생물과 비교해 보았을 때는 결국 제자리일 뿐이고, 그마저 진화하지 않으면 뒤처지고 도태된다는 가설이다.

원인과 결과의 법칙 -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은 마음이다. 고민이나 괴로움, 고통이 존재하는 현실은 잘못 뿌리내린 생각과 사로로부터 생겨난다.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뿌리는 씨앗이며, 결국 그 씨앗과 같은 종류의 수확물로 자라나 우리 손으로 거둬들이게 된다.

15:4법칙 -15분 동안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루 업무를 조직화하면 나중에 4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바로 일에 착수하는 사람보다 미리 하루의 일을 생각해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루의 업무를 조직화한 사람은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글을 읽는다는 것이 신분이고 권력인 시절이 있었다. 현대에서는 신분제가 철폐되고 훌륭한 한글과 기초 교육 덕분에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치열하게 독서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더구나 작가처럼 나름의 독서법으로 생각읽는 독서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현대에서도 독서를 하는 것이 신분이고 권력일 것이라고 장담한다. 책을 읽자 그리고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하고 적자. 스스로 존중받으며 살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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