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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가까운 미국 ㅣ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김봉중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평점 :
이만큼 가까운 미국(김봉중, 창비, 20160815)
미국은 우리와 거리상으로는 아주 멀지만 근대 이후에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도 변화가 많았고 입장도 천양지차만큼이나 크고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교통수단, 인터넷, 군사기술 등 신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지리적 의미가 퇴색되는 세계화 시대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을 비롯한 열강의 각축은 개화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그 영향력이 크고 빠르다고 할 수 있으며, 남북분단과 국내 정치, 경제적 특성과 맞물리면서 그 양상이 아주 복잡하게 전개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한반도에 사드 배치 결정을 두고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각축과 국내 정치적 파급효과와 전개양상을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하고 가깝게 다가오는 국가가 미국이지만 과연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품으며, 미국에 대하여 역사/지리/ 정치, 경제, 사회/문화·생활/한미 관계 5개의 부로 나누어 반미도 친미도 아닌 실용주의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이민국의 나라로 시작하여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어떻게 현재와 같이 경제적, 정치적 세계 최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를 독립전쟁, 남북전쟁, 미서전쟁, 1,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냉전 등과 함께 조망하고 있다. 미국의 광대한 국토, 무궁무진한 자원 등에서 보다는 미국인들의 독특한 정신에서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성장한 근원을 찾아보고 있다는 측면에서 나름 설득력있게 전개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미국의 청교도들은 식민지 시대부터 자신들이 신대륙에서 지상 낙원을 건설하라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고 믿었고, 건국에 성공하고 국력이 일취월장하자 이러한 믿음은 더욱 강해졌다고 할 수 있다. 19세기 중반에는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륙팽창에 박차를 가했고, 기독교 복음의 전파, 나아가 민주주의 전파를 위해서 미국은 팽창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이 널리 퍼졌다. ’미국은 뭔가 다르다. 그리고 달라야 한다. 미국은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몸소 인류의 문명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라는 미국의 예외주의 혹은 선민사상은 미서 전쟁뿐 아니라 향후 미국이 세계 질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되는 중요한 배경이라는 것이다. 이 내용을 얼핏보면 유태인들의 선민사상과 맥이 닿아있다는 느낌도 난다. 그리고 미국 민주주의가 별 탈 없이 정착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배경은 ‘조건의 평등’과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문화, 다인종, 다민족을 받아들이는 포용성과 개방성이 현재의 미국을 있게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1998년 미국 LPGA에서 동양의 조그만 여자인 박세리가 우승을 차지했을 때, 골프의 종주국 쯤 되는 미국 관중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우렁찬 박수와 환호를 보낸 것에서 이를 입증한다고 본다. 한국에서 개최하는 태권도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만약 미국인 중에서 흑인이 우승하였다면 우리 국민들도 그렇게 열렬하게 환호하고 박수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오늘이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의 여러 민족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잔악한 식민지 수탈에서 벗어난 815 해방일이다. 일본 제국주의로 인한 학살과 수탈이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하여 종지부를 찍었던 국가가 미국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당시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정책 변화, 세계 패권전략 등 국제 정치경제적 요인에 의한 것이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우리 민족에게는 은혜로운 국가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남북분단의 책임, 군부독재정권에 대한 용인, 518 광주민주항쟁에 대한 외면 등에 대하여 미국의 책임이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본다. 기존의 반미 운동이 주로 한국의 민주화와 관련해 정치적, 이념적으로 전개되었고, 미국에 대한 피해의식도 강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 반미 운동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고 작가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민주화에 성공했고, 경제적으로도 선진국의 대열에 올랐으며, 문화적으로는 한류를 중심으로 문화 강국으로 성장했다. 비록 여러 사회 문제를 안고 있다 하더라도 성숙하게 토론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민주적인 토대가 마련되었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세계 속 한국의 위상과 이익을 생각하며 미국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세계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적일 수밖에 없기에 미국이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국제 질서를 냉정하게 인식하면서 우리가 세계화에 어떠한 태도를 보이느냐에 있다. 세계화는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주기도 하고 위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우리가 일궈낸 경제, 정치, 문화적 발전에 대해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는 한 위기조차 곧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작가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100년 전 개화기보다도 어쩌면 더 혹독하고 엄중한 열강들의 각축이 한반도에서 전개되리라 예측할 수 있다. 우리의 정치, 경제, 문화적 발전에 대해 자부심과 자신감을 갖고 국제 질서를 냉정하게 인식하더라도 아직은 주체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국력이나 역량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고 한 국가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피동적이고 수동적 입장에서는 탈피해야 할 것이다. 과연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 편향된 시각에서 보지 말고 대다수 국민들의 행복과 안위적인 측면에서 결정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역사적으로 세계의 패권을 장악한 국가는 이탈리아, 몽고, 스페인, 영국, 미국으로 흘러 왔다고 본다. 한 개인도 그렇지만 한 국가도 처음의 위대한 정신을 망각하고 과거의 잘못과 과오를 반성할 줄 모르면 결국 흥망성쇠의 공식에 따라 사라져갈 뿐일 것이다. 미국이 세계사에서 경제성장과 정치민주화의 과실을 많이 공유하고 긍정적 영향을 많이 끼친 점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세계 일극 패권국가로서의 유지, 자국 이익 우선주의 또 내부의 군산복합체의 이익, 유대 자본가의 이익 등을 위해서 세계 곳곳에서 여러 민족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인권을 유린하였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좀 부각했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