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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겠습니다, 마음 - 직장에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나를 위하여
김종달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평점 :
지키겠습니다, 마음 (김종달, 웨일북, 20170211)
대기업 10년차 과장 직원이 적은 직장생활 지침서 같은 책이다. 10년의 직장 생활 과정에서 겪은 여러 힘든 일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보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자신을 채근해왔는지를 알 수 있게 하며, 그럼으로써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각종 심리학적 이론들과 고전에서 인용한 사례들이 보다 설득력 있게 상황을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중에서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환경이 다르면 견디지 못하고, 오히려 환경에 맞춰 생각을 바꿔버린다는 인지부조화 이론에 대한 설명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높은 곳에 열린 탐스런 포도를 먹지 못하자 생각을 바꾼 여우처럼 환경이라는 색안경을 쓴 채 자신을 속이지 말고, 환경을 직시하고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펼쳐 자신이 만족하는 평온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혜로운 삶은 갈등을 줄여가는 삶이자 자신과 주변이 어울리는 조화로운 삶이다. 머릿속 생각과 환경이 따로 놀면 절대 평온 할 수 없다. 머릿속 욕구와 현실은 같은 방향을 향해야 한다. 자신의 욕구를 발견하고 추구하면 현실과의 간극을 한 걸음씩 좁힐 수 있다. 좁히는 한 걸음마다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마음을 전혀 다치지 않고 직장에서 오래 일하기는 힘들다. 다만 덜 다치고 다친 마음을 위로하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직장 이외에도 소중한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직장상사가 왜 나만을 탓하는지 심리학의 '귀인이론'관점에서 접근한 부분도 설득력이 높았다고 본다. 행위자(부하)는 상황(환경)적 요인을 과대평가하고 관찰자(상사)는 상황적 요인은 과소평가하고 행위자의 기질요인(무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를 누구의 탓도 아닌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 일로 보았으며, 상사가 나에게서만 원인을 찾지 않도록 평소 자주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또한 착각은 대부분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려는 데서 비롯된다는 확증편향이론으로 볼 때 현실의 상사는 극한 악당이 될 그릇이 못되고, 그럭저럭 봐줄만한 점과 부족한 점이 뒤섞인 소시민일 뿐이라는 점을 인식하면 직장 상사와 적대적 관계로 갈 필요가 없음을 이해하게 해준다.
작가보다 살았던 연륜이나 직장 생활 경력 측면에서 월등하게 앞서는 자신을 참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다. 상사도, 회사도 바꿀 수 없는 일상에서 바꿀 수 있는 건 바로 마음이며, 고통은 일 자체가 아니라 일에 대한 판단 때문이라고 어쩌면 잘못된 판단과 감정으로 내 마음부터 오해하고 있었는지 모른다는 작가의 생각과 자세로 직장 생활을 한다면 억지로 다니는 생활인으로서 직장인 아닌 회사와 개인이 함께 성장하고 즐기면서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직장인으로 성장할 것이라 본다. 멘탈 강한 직장인은 없다고 본다. 다만 좀 더 참는 법을 알고, 좀 더 유연하게 상황을 해석할 뿐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또한 제조업, IT업, 건설업 등 다양한 규모와 업종의 여러 회사에 다녀보고 여러 직책을 맡아봤지만 어디서나 불합리하고 모순적인 시스템과 경직적인 조직문화를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었고, 경영진의 부조리 역시 기업마다 빼놓을 수 없었는데 이는 돈이면 무엇이던지 정당화 되는 한국 사회의 천박한 자본주의 윤리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풍토에서 기계의 부속품처럼 취급받으며 신음하는 직장의 노동자는 모두 감정 노동자가 되어 오늘도 설움과 울분을 분에 못 삭이고 쓰디쓴 소주로 위로 달래보지만 허망하고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절망감에 몸부림친다. 이 책은 이러한 척박한 직장 환경에서 단비와 같이 위로를 준다.
책 속으로
“당신이 외부의 일로 고통받고 있다면, 고통은 일 자체가 아니라 일에 대한 판단 때문이다.”라고 어쩌면 잘못된 판단과 감정으로 내 마음부터 오해하고 있었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고전과 심리학, 인지자료 등을 공부했다고 한다. 바꿀 수 없는 것들에 휘둘리지 말고 그 안에서 내 마음을 지켜보자는 것이다.
미리 상사에게 충분히 보고하고 처리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직책과 직급을 넘어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수행 일정은 반비례로 짧게 잡아야 한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당신은 가파르게 소모되다가 결국 탈진해버리고 말 것이다.
당신이 괴로운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법을 찾자. 해결법이 없으면 탈출법을 찾자.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맹목적 인내가 아니라 직시와 실천이다. 부하에게 일을 시킬 때 해당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이유와 배경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줬다. 부하에게 ‘일하라는 의무’ 보다 ‘일하고픈 동기’를 먼저 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회사는 보다 따뜻한 곳이 된다.
장기적으로는 서로 존중하고 칭찬하며 격려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상사에게 해야 할 말은 당당하게 하자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성과는 혼자서 달성할 수 없다. 충실한 부하들과 협조적인 동료, 이해심 많은 상사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만 성취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조차 챙기지 않는 사람은 그 누구도 보살피지 않는다.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고 감정을 공유하는 공감능력이 낮기 때문이다. 그는 단지 사람을 도구로 이용할 뿐이다. 부하와 주변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공감능력이 낮은 삶은 언제 버릴지 또는 버려질지 모르기에 위태롭다. p29
상대의 입을 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경청이다. 일단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부장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대화가 시작되지만,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맞받아친다면 전투가 시작된다. 그런 다음 상사의 추진방향과 이유를 잘 끄집어내라. 의문점이 있으면 ‘이건 이런 뜻인가요?’라고 물어보라. 상사의 의견을 제대로 검토해보지 않은 당신이 상사의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상대에게 인정받고 싶다면 먼저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 33
疑人勿用 用人勿疑 의심스러워 믿지 못할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 p36
눈에 띄는 성과물 없이 하루를 보낸 것도 물론 바람직하지는 않다. 다만 하루 동안 당신이 어떤 것을 경험하고 무엇을 배웠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서체를 공부한 덕분에 유려한 디자인의 매킨토시가 탄생했다. 당장의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당신이 무언가를 열심히 했다면 당신은 경험이라는 구슬을 마련한 것이다. 구슬은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불평불만으로 그 구슬을 방치할지, 잘 꿰어 보배로 만들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_p40
단색의 조직문화는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해롭다. 조직에서 모두 한 목소리만 낸다면, 다양한 변수와 위험을 의사결정에 반영하지 못해 조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개인 역시 든든한 자기 중심없이 주변의 의견에 끌려가기만 하다간 경쟁력을 잃는다. p49
확증편향- 착각은 대부분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려는 데서 비롯된다. 현실의 상사는 극한 악당이 될 그릇이 못된다. 그럭저럭 봐줄만한 점과 부족한 점이 뒤섞인 소시민일뿐이다. p55
완벽한 직장은 없다. 어디나 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함께 서 있는 자리에서 충실하자. p56
마음속에서 상사를 악인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1)夫婦相敬如賓 : 부부는 서로 손님을 대하듯 공경해야 한다. 눈앞의 이 사람이 잠시 스처 지나갈 손님이라고 생각할 때, 그를 그리 원망할 필요도 없으며 자신에 맞춰 고치라고 강요할 필요도 없음을 깨닫는다. 업무를 함께 완수해야 할 단기 파트너로서 그 특징을 잘 활용하여 존중하면 될 일이다.
2) 和而不同 : 군자는 화합하되 붙어 다니지 않으나. 소인은 무리 지어 다니면서도 화목하지 못한다. 겉으로만 한 목소리를 내는 척하고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품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서로를 헐뜯고 있지는 않은가? 동료와 나느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자. 동료 때문에 속 앓으며 참지만 말고, 진심어린 충고를 통해 업무 공동체로서 화합해야 한다. 다만 충고에 앞서, 진심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관찰하고 장점을 파악하자. 장점을 먼저 말하고 달랜 후에 충고를 해야 한다. 번거럽지만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3) 자신의 세계를 넓히는 것 : 회사 밖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 마음에 담고 배워야 한다. p60
질문은 ‘상사와의 갈등이 있느냐’가 아니고 ‘상사와의 갈등을 잘 풀어가고 있느냐’가 되어야 한다. ‘갈등이 없는 상태’가 답이 될 순 없다. 답은 ‘갈등을 풀어가는 방향성’이 되어야 한다. 모든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으니 그 방향성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 갈등이 모두 해소된다 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과 사람을 마주할 것이며 새로운 갈등이 잉태될 것이다. 갈등은 변할 순 있어도 사라질 순 없다._p62
분노는 분노한 사람의 가슴 속에만 있다. “분노란 뜨거운 숯을 자기 손으로 잡는 것이다”라고 붓다는 말했다. 아무리 분노해봤자 소용없다. 신은 당신의 아픔을 위로해주지도, 상대에게 벌을 내려주지도 않는다. 감정만으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해서 어떤 감정이 생성됐는지를 역으로 추적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오해를 바로잡거나 그 사건 자체를 방지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재발을 막을 수 있다._p100
갈등이 있는 한 사람의 인격을 무리의 특징으로 확대시키지 말아야 한다. 갈등의 원인을 인격과 무리에서 찾지 말고, 행위 그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 당신은 숲에 있고, 어디선가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숲 이곳저곳에 마구 화살을 날린다. 하지만 소음은 그치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진 느낌이다. 소리를 지르는 원숭이를 찾아내 화살로 명중시키자. 지혜로운 자는 문제의 초점을 잘 맞추는 사람이다. 초점 없이 숲을 향해 아무리 화살을 쏘아봐야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_p200
현재의 고통을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습관이 필요하다. 당신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다. 지난날의 시련이 이제는 고통을 줄 수 없듯이, 오늘 당신이 겪은 고통 또한 훗날 하찮아질 것이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소중한 현재를 너무 많이 소모하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보아야 한다._p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