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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 이야기 - 시대를 움직인 뒤틀린 정의 ㅣ 예문아카이브 역사 사리즈
월러 뉴웰 지음, 우진하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폭군 이야기 ( 월러 뉴웰, 예문이카이브, 20170423)
민주주의의 대립 개념으로 ‘폭정’을 규정하고, 고대로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폭군의 역사를 기술한 정치사상사이며 정치 철학 등을 서술해 놓은 책이다. 폭정을 휘두르는 권력 집단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늘 존재했으며 더욱이 근대에 이르러서는 그 실체가 더욱 분명해졌다. 작가는 왜 그리고 어떻게 폭정과 전제정치가 인류의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화두가 되는지를 알려주려고 하고 있고, 공포정치라는 이름으로 압제자가 되기를 바란 이들을 포함해 폭군들의 뒤틀린 심리적 특성을 추적한다. 작가의 기본적인 인식은 우리가 민주주의의 올바른 정신을 보전하고 전파하기 위해서는 이 위대한 체제의 가장 강력한 적인 ‘폭정’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며, 같은 세상에 살고 있더라도 그 세상과 민주주의적 자유에 대한 현재적 폭정 위협을 제대로 직시한다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다고 느끼는 자유민주주의가 결코 물질적인 탐욕과 평온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며, ‘기억상실’이라는 병을 더 이상 앓지 않으려면 말이다.
역사에서 진보란 실제로 이뤄지고 있을까? 그렇더라도 아직까지 그 진보는 폭정을 확실히 몰아내지는 못한 듯 보인다. 오늘날 우리는 전 세계에 걸쳐 진행되는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그리고 그 투쟁이 폭압적 지배 체제가 커져가는 상황을 막아내는 모습을 동시에 목격한다. 폭압적인 정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을 담담하게 인정만 해서는 안 된다. 바로 그 태도가 폭군과 폭정의 부활과 윤회를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폭정을 당하면서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교묘히 행해지고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고대로부터 오늘날까지의 폭군과 폭정에 관한 이야기는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한 ‘대항의 역사’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공화국은 뭔가를 시작하는 과정은 느리지만 그 분노가 한 번 폭발하고 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 그 이유는 지도자 한 사람의 분노가 아닌 전체 국민의 분노이기 때문이며 그 분노는 엄연히 공포가 아닌 희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워싱턴, 처칠, 드골과 같은 정치가들이 위대한 지도자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명예에 대한 추구와 권력의 허락된 한계에 대해 늘 생각하며 되돌아봤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현대 정치사를 돌아보면 작가의 주장에 십분 공감하면서도 왜 인간의 본성에 대한 대중적 성찰이 그렇게 미흡하고 올바르지 못하는지에 대한 또 다른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한국 근대화의 아버지라는 박정희대통령은 분명한 폭군이며, 그러한 폭군의 딸을 다시 대통령으로 만든 대한민국의 민중은 불을 보듯 뻔 한 결말을 자초하는 선택을 존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미국에서도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들의 선택은 분명히 결론이 뻔 한 길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것을 우매한 글쓴이도 알 수 있겠다. 민주주의는 태생적으로 국민의 능동적인 의식을 요구하는 정치 체제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탄생시킨 고대 그리스는 페르시아 제국과의 전쟁 후 스스로 민주주의를 버렸던 경험이 있으며, 공화국 로마는 제국이 되어 황제를 탄생시켰다. 중세를 지나 근대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 공화국은 지구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계몽’이라는 명분 아래 전제정치가 근대를 열었다. 시민의 힘으로 이룬 프랑스 혁명은 곧이어 최악의 공포정치를 목도했고, 의지의 승리와 프롤레타리아의 해방을 외쳤던 나치와 소비에트 공산주의는 천인공노할 대량학살을 자행했다. 왜 이런 역사가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우매한 민중들이 각성할 것인가?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때 학살된 수천 명의 죽음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고사하고, 대중을 기만하는 정치권력자들을 계속 선출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이러한 답답함은 나만 간직하는 것은 아닌지 작가의 책과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폭정>(티머시 스나이더)이 얼마 전에 출간되었다. 미국의 지식인 사회는 결코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당선 후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설명한 가장 신속한 대응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의 집권은 민주주의가 굳건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믿음에 균열을 내는 하나의 충격이었다. 한국 사회도 분명 트럼프 집권으로 가져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에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