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죄 : 프로파일링 심리죄 시리즈
레이미 지음, 박소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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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죄:프로파일링(레이미, 한스미디어, 20180524)


연쇄 살인마들의 범죄를 프로파일링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법학 대학원생인 팡무가 경찰을 도와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범죄심리 스릴러 추리소설이다. 작가가 범죄심리학과 수사학에 정통한 중국 공안부 직속 대학의 교수라고 하니 경력이 이채롭고 그러한 경력을 소설 속에 잘 녹여서 소설의 재미와 흡입력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세계 각지의 엽기적인 희대의 연쇄 살인마들에 대한 특징을 잘 살려서 소설을 구성하고 있으니 더욱 흥미진진하고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주인공인 팡무는 대학 시절에 발생한 연쇄 살인 사건이 특정한 책의 대출자에게 일어난다는 특징을 알고 대출카드에 적힌 사람들을 모아서 이에 대항하고자 했는데 자신을 제외하고 첫사랑과 동료를 모두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악몽과 죄의식으로 살아간다. 이후 다른 지방에 소재하는 대학원에 진핵하면서 운명적으로 프로파일러의 세계에 뛰어들면서 여러 연쇄살인범을 추적하게 된다. 프로파일러의 감정과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프로파일러가 연쇄살인범과 비슷한 심리 상태라는 묘한 자학적인 묘사도 일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 많다. 전체적으로 추리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과관계의 고리가 촘촘하게 잘 짜여 있다고 할 수 있고, 등장인물들 특히 경찰이나 대학생원들의 행동 특성과 심리도 사실에 부합하도록 잘 묘사하고 있다고 본다. 소설 속의 내용, 구도나 흐름이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정하고 있고, 용어도 최대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어서 읽는 내내 속도를 내어 몰입할 수 있었다.

 

 

다만 연쇄 살인범이 세계적으로 이미 알려진 연쇄살인범들의 수법을 따라하는 형식을 취하다 보니 사건들 간의 인과관계의 고리는 약하게 설정해도 되는 것 같은데, 주인공 팡무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피해자들로 무작위로 설정하는 것은 조금 거부감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범인이 누구인지 소설 후반에 가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도록 설정해 놓았는데 7번째 살인에 대한 단서 제공자, 피해자, 살해 장소 등을 뜬금없이 등장시켜 비약을 조금 심하게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설 전반부에는 사건 설명을 귀납법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연역법적으로 풀어가니 뭔가 미리 짜놓고 설명하는 것이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이해하 이것이 반복되다 보면 조금 억지스러운 면도 있어 보인다. 반전에 반전이 일어나는 묘미는 없는 것 같고, 팡무에게 찾아온 두 번째의 사랑 이야기도 그냥 흐지부지하게 끝나버려 못내 아쉽기도 하다. 팡무가 죄책감에 기숙사 옥상에서 혼자 가끔 벌이는 진혼제의 향 내음이 소설 속에 배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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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금보다 암호화폐 투자한다 - 돈을 불리는 최고의 투자법
김산하.윤혁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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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금보다 암호화폐 투자한다 (김산하와 윤혁민, 한국경제신문,20180501)

암호화페에 대하여 시중에 퍼져 있는 각종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고 암호화폐도 가치투자 즉 ‘미래’가치를 보고 ‘현재’에 투자해서 가치가 현실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암호화폐의 가치와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얻고, 암호화폐 투자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4차 산업혁명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음에 근거하고 있다. 즉 암호화폐는 하루아침에 수십에서 수백 퍼센트씩 폭등하고 폭락하여 튤립버블의 변종처럼 투기로 보일 뿐이고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도 어렵다는 편견에 맞서서 암호화폐는 혁신 그 자체이자 가장 진화된 화폐이며, 굉장히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가치와 환금성, 범용성, 보안성 등을 따져보았을 때 오히려 비트코인이 실물화폐보다 훨씬 더 나은 화폐라는 것이다. 몇몇 관리자가 정보와 장부를 독점하여 조작이나 도난, 해킹, 위변조 등의 사고가 발생하는 중앙화된 시스템의 문제점들을 탈중앙화라는 개념을 통해 블록체인은 해결했다는 것이다. 작가들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그야말로 가장 새로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새로운 시스템이 제도권으로 진입하기까지는 그야말로 엄청난 진통을 겪어야 하며, 이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블록버스터급 혁명이다. 이렇게 새로운 패러다임이 생기면, 당연히 기존 패러다임을 유지하려고 하는 기득권층과의 불협화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싸움이 일어나는 가운데 새로운 패러다임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기존 체제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또 도전하면서 새 패러다임의 가치를 퍼뜨림으로써 시대는 변화하는 것이다. 현재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즉, 시대의 풍파 속에서 암호화폐의 가치를 믿고 지켜야 하는 사명을 가지게 된 것이다.” 주장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혁명적 변화를 예측하며, 이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4차산업과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동안 암호화폐 시장은 더 성장할 것이고, 그만큼 기회가 많다고 믿고 있다. 앞으로의 암호화폐는 명성이 아니라 플랫폼의 대결이며, 데이터 조각에서 벗어나 실제로 결제에 사용되거나 IoT 등의 실제 세상에서 확장시킬 수 없다면 암호화폐로서의 가치를 더는 지니지 못하게 된다. 단순히 화폐로서의 기능만 하는 암호화폐들은 앞으로 실용화 과정에서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많은 암호화폐들 중에서 작가들은 메디블록은 블록체인 기술을 헬스케어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로 ‘퀀텀(Qtum)' 이라는 암호화폐가 제공하는 블록체인을 통해서 개인의 의료 정보를 안전하고 신속하게 전송할 수 있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으며, 암호화폐가 본격적인 실용화 단계에 이른다면 궁극적으로 블록체인의 미래는 플랫폼 코인인 퀀텀으로 집결될 것이라는 강한 확신으로 이 두 개의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암호화폐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처럼 이 중에서 몇몇만 살아남고 대부분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며, 옥석을 어떻게 가려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옥석 가리기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백서를 읽어보는 것이다. 백서는 암호화폐의 사업계획서와 같다. 주식 투자를 할 때 재무제표를 확인해보는 것처럼, 암호화폐 투자를 할 때는 반드시 백서를 읽어봐야 한다. 어느 암호화폐든지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백서가 제시되어 있다. 투자를 하기에 적절한 암호화폐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려면 다음 제시하는 네 가지 조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125P)

1. 암호화폐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2. 백서에서 제시하는 해결 방안이 적절한가?

3. 이 암호화폐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4. 이 암호화폐에 투자했을 때 투자자는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가?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하여 심해지는 규제와 통제에 대하여 저자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는 어쩌면 목마름보다도 더 강한 욕구이기 때문에 수요를 없애버린다고 해서 실제 수요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똑같은 비트코인인데 한국에서 더 비싸게 거래되는 코리안 프리미엄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재정거래(arbitrage : 각기 다른 시장 간의 가격차를 이용하여 저렴한 시장에서 매수하여 비씬 시장에서 매도함으로써 이득을 취하는 투자 방법)가 불가능한 환경이기 때문인데 이는 해외의 코인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지를 못하고 있으며, 기존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던 코인들만 계속해서 돌고 돈다는 것인데, 코인의 공급이 부족한데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니, 프리미엄이 빠지지 않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140~141P)”는 사실과 암호화폐의 거래량이 코스탁의 거래량 보다 많다는 사실 등도 알게 되었다. 암호화폐가 본격적으로 실용화되면, 그에 따라서 수많은 디앱이 활성화될 것이며, 이는 암호화폐 보유자들이 많아질수록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암호화폐를 통해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 이 블록체인 너트워크상에서 의료정보, 금융정보, 개인 데이터, 전기 및 에너지 관련 데이터 등이 오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야말로 거래의 장벽이 허물어진 시대가 오는 것이다. ( 160~161P) 암호화폐는 한 국가가 한정된 영토 내에서만 보증해주는 화폐와는 비교 자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한 자산이다. 암호화폐의 범용성과 신뢰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결재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의 글을 읽고 있자니 아무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변명해도 이미 현재의 기술 수준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감각과 이해력을 깨닫게 되는데, 굳이 이 책을 읽고자 한 이유는 요즘 핫이슈에 대한 나름의 지식을 얻고자 하며, 또한 자신의 머리로는 암호화폐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의 수준을 알아야지 성장하는 자식들에게 현재의 급격하게 흘러가는 새로운 추세에 일부라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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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가공선 손안의 클래식 3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전설 옮김 / 잇북(Itboo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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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가공선 (고바야시 다키지, 잇북, 20180428)

가난에 내몰린 소작농, 노동자, 광부, 학생들이 돈을 벌게 해준다는 사탕발림에 대부분 속아서 게 가공선에 들어오지만,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자본가들의 착취를 리얼하게 그린 일본에서 1929년에 출간된 노동소설이다. 돼지우리만도 못한 숙소, 추위와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으로 지쳐서 곯아떨어지고 개별적으로 살았던 굴종밖에 몰랐던 노동자들이 감독관들의 횡포가 극에 달하자 뜻하지 않게 등 뒤에서 엄청난 힘으로 밀어서 처음에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그것이 미처 몰랐던 자기 자신들의 힘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최고 걸작이라고 할 만큼 읽을수록 가슴 저 밑바닥에서 솟아오른 뜨거운 공분 때문에 책을 덮고 눈을 감아야 하는 것이 반복되며, 너무나 많은 은유적인 표현들이 문학성의 가치를 높이지만 직설적인 표현보다도 더 사실적으로 자본가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짐승보다 못한 수탈과 착취를 잘 묘사하고 있고, 제국주의 첨병으로서 군대와 관료가 어떻게 노동자를 탄압하고 각종 선전선동으로 갈취하며, 또한 자본가들에게 협력하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가 늘 정해진 곳에서만 이윤을 내면 머지않아 막다른 지경에 몰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가 내려가서 돈이 남아돌게 되면 말 그대로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하고, 아무리 곤란한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활로를 찾아낸다. 게다가 배 한 척에 수십 만 엔이 쉽게 들어오는 게 가공선, 그들이 미친 듯이 매달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게 가공선은 ‘공장선’이지 ‘선박’이 아니기 때문에 항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20년 동안이나 목숨만 부지해가며 운행한 터라 침몰시킬 수밖에 없는, 비틀거리는 ‘매독환자’ 같은 배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곁에만 진한 화장을 한 채 하코다테로 흘러 들어왔다. 게다가 게 가공선은 온전한 ‘공장’이었지만 공장법의 적용도 받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보다 안성맞춤인, 자기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은 달리 없었다.” (44~45P)

또한 제국주의의 유지는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도식으로 잘 설명하고 있고, 이것의 확장이 곧 한국과 대만 등에 대한 식민지 수탈인 것도 잘 보여준다. 미조직된 노동자들이 결국 어떻게 조직화되는지의 과정과 방법, 그리고 단체행동을 하는 단계인 태업-파업의 단계에서 어떤 전술로 진행해야 하는지도 아주 자연스럽게 소설 속에 녹여서 잘 설명되어 있고, 심지어 노동자들을 규합하기 위한 연락책과 구호 등도 잘 묘사되어 있다고 본다. “사람들은 해가 뜨기 전부터 일터로 내몰렸다. 그리고 곡괭이 끝이 희끗희끗 달빛을 받아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주위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일했다. 근처 감옥에서 일하는 죄수들이 오히려 부러울 지경이었다. 특히 조선은 십장들은 물론 같은 동료 인부들로부터도 ‘짓밟히는’ 대우를 받았다. 홋가이도에서는 말 그대로 어떤 철도의 침목도 그 하나하나가 그대로 노동자의 푸르뎅뎅한 ‘시체’였다. 항구를 축조하는 매립 공사장에서는 각기병에 걸린 인부가 ‘인간 말뚝’처럼 산 채로 묻혔다. 그런 노동자를 ‘문어’라고 부른다. 문어는 자기가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다리를 먹어버린다. 노동자의 처지와 정말로 똑같지 않은가. 그곳에선 누구라도 거리낌 없이 ‘원시적인’ 착취를 할 수 있었다. ‘돈’을 벌고자 하는 욕심에 모든 것이 남김없이 파헤쳐졌다. 더구나 그 일을 교묘하게 ‘국가적’ 재원개발이라는 것과 결부시켜서 감쪽같이 합리화했다. 빈틈이 없었다. 국가를 위해 노동자는 배를 곪고 맞아죽었다.” (85~86P)

자본가들의 수탈이 좀 더 교묘해졌고, 노동자들의 의식도 옅어져서 이젠 민주화되었다고 착각하고, 먹고살만하다는 빚으로 만든 허위허식과 성공신화에 절어서 얼치기 과잉소비자들이 넘쳐나는 현실이 여전히 그 때의 게 가공선의 실상과 크게는 다르지 않다고 보여 진다. 다만 정의는 모르겠지만 역사의 진보는 아주 느리지만 진행되고 있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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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종활 일기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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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하시다 스가코, 21세기북스, 20180422)

한국에서도 소개된 일본의 유명한 드라마인 <오싱>의 극작가인 하시다 스가코가 안락사의 당위성을 수필 형식으로 적은 글이다. 현대 과학의 발달은 이전 세대가 생각도 못한 문제인 죽음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는데,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 즉 회색지대에 놓인 환자들이 많아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는 날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할 뿐, 끝을 늘리는 것이 해답이 아니기에, 살아 있는 동안 제대로 살고, 죽는 순간까지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부디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안락사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주장하며,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삶은 자기 자신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죽음 또한 그 삶의 일부라는 것이다. 소극적 안락사뿐만 아니라 적극적 안락사(의사조력자살)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이는 회생 불가능한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며, 스스로 죽음을 결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방법을 선택한 후 의사 등이 실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무 살 생일에 죽음에 관해 생각하자는 제안은 삶을 보다 가치있게 만들고 삶에 대한 의지를 북돋우는 방법이며 동시에 우리가 고통스럽지 않고 편안하면서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주장도 신선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안락사가 인생의 마지막 소원이라는데, 이를 말리는 것은 오히려 내 마음 편하자는 행동이 아닌가라고 힐문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온갖 사람들이며 물건들을 붙잡고, 아픈 몸을 이끌고 치료를 다녀야만 하는가 묻고 있다. 세상이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달라며 끝없이 외치는 삶이 진정 존엄한 것인가. 우리는 언젠가 이별이 온다는 사실을 줄곧 인정하니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매년 CT, 위내시경, PET 검사 등 종합 건강검진을 받고, 또 매달 혈액, 소변, 혈당치와 종양 표시자 검사도 꼬박꼬박 받고, 병원에도 자주 가고, 감압제나 혈당이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 등을 매일 열 종류도 넘게 먹고 있다. “내일 죽어도 좋다고 말해놓고는 모순이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분명 검사를 받거나 약을 먹는 것은 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제대로 살고 싶다. 죽기 전까지는 건강하게 살고 싶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존엄성이다.”라며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어머니에 대한 글이나 남편, 자식에 대한 솔직한 글들을 보면 마치 이웃집 아주머니나 어머니를 연상할 수 있을 만큼 친숙하고 소박하게 다가오며, 드라마 작가라서 그런지 쉬운 언어로 솔직담백하게 가슴에 와 닿게 자신을 주장을 담담하게 피력하고 있는데, 읽으면서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가 줄곧 생각나게 했다.

꽤 오래 전에 이미 일본존엄사협회에 가입했음에도 아직 죽을 것 같지가 않아서 연회비 2,000엔이 아까워 내지 않고 있었는데 나이 아흔을 눈앞에 두고 임종 대비 활동을 고려하기 시작한 이상 다시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문구에서도 유머스러움과 소시민적 아줌마 정신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 또한 작가는 평범한 인물들도 어떤 이유와 상황에서는 전쟁에 협력했기에 이에 대한 벌을 내려야만 했다고 고백하며, 전쟁의 책임은 지도자뿐 아니라 소녀였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일본인에게 있다고 믿기 때문이며, 자신의 삶 역시 철저히 부정당했을지언정 그녀는 타인의 존엄을 잊지 않고 반성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점에서 일본의 참 지성인을 보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또한 누구보다도 일류인 작가가 스스로는 일류가 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놀이를 하듯이 쓱쓱 써왔을 뿐이라고 하는 문구에서는 A+로 인정받기를 거부했던 회사 생활의 나의 모토를 연계시키고 싶다.

여든이 넘기신 장모님의 머리맡에 불경의 구절과 함께 마지막 글귀가 ‘잠들듯이 저승으로 데려가게 해 달라’는 문구를 보면서 참 명예롭고 평화롭게 죽는 것도 복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카톨릭 교리의 문답서에 있는 내용이라는 김수환 추기경의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죽음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겸손하게 순응하였습니다.”라는 문구 역시 죽음에 대하여 좀 더 진지하고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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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제션 - 그녀의 립스틱
사라 플래너리 머피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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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제션 (사라 플래너리 머피, 한스미디어, 20180419)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내어 산자와 연결시키는 영매(소설 속에서는 ‘바디’)인 에디의 집착적인 사랑 이야기와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든 재개발구역의 폐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의 살인사건 그리고 에디 스스로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문제 등을 아주 잘 버물려 만든 심리 스릴러 연애소설이다. 에디가 일하는 '엘리시움 소사이어티'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망자의 영혼을 이어주어 심리적인 치유를 하는 곳이다. 죽은 자의 영혼을 이어주기 위해서 망자의 애용품을 착용하고 로터스라는 알약을 삼키면 죽은 자의 영혼이 바디의 몸속에 들어와 대화를 통하여 애환을 풀어간다. 회사의 엄격한 규칙을 5년 동안이나 지키며 자신만의 세계를 살아가던 에디는 아내를 잃은 패트릭과의 사랑에 빠지면서 규칙을 어기기 시작한다.

소설의 중반부터 폐가의 여성 살인 사건이 계속 부각되고, 에디의 몸속에 패트릭의 죽은 아내인 실비아가 들어오면서 실비아의 심리 상태를 에디의 몸을 통해 나타내는데 정작 주인공인 에디 자신에 대한 구체적인 과거 행적이나 심리 묘사가 없는 점이 계속 궁금증을 증폭시키면서 패트릭과의 일탈적인 사랑에 점점 빠져들게 만든다. ‘식스센스’류의 내용 전개와 반전을 기대하면서 소설 종반부까지 갔는데도 에디의 정확한 정체가 들어나지 않고, 패트릭과의 사랑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윤곽이 잡히자 않아서 더욱 초조하게 소설을 읽게 된다,

죽으면 그냥 모든 것이 자연으로 돌아가고 영혼 같은 것을 믿지 않는 글쓴이에게는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주인공들에 대한 아주 섬세한 심리 묘사와 입장 설명은 어떤 때는 더 따뜻하고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다만 사랑의 결말을 꼭 이렇게 몰고 가야 하는 불가피성이 있는지 그냥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도 더욱 성숙해지고 아픔을 극복한 에디의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둘째딸이 초등학교 1학년 때에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느냐가 묻기에 그냥 단순하게 모든 생명은 태어나서 성장하고 병들고 최종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며, 죽으면 다른 생명과 같이 사람도 그냥 끝이라고 대답했더니 둘째 딸이 그러면 아빠기 보고 싶거나 연락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하면서 울고불고 울음을 그치게 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너무 당황하여 어머니께 이 상황을 설명하였더니 죽어도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고, 말은 못하지만 말 하는 것을 다 들을 수 있다고 조언을 하여 간신히 어린 딸을 달래준 기억이 난다. 영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과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고 인생의 잃어버렸고, 잃어버릴 것에 대한 위안을 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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