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종활 일기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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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하시다 스가코, 21세기북스, 20180422)

한국에서도 소개된 일본의 유명한 드라마인 <오싱>의 극작가인 하시다 스가코가 안락사의 당위성을 수필 형식으로 적은 글이다. 현대 과학의 발달은 이전 세대가 생각도 못한 문제인 죽음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는데,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 즉 회색지대에 놓인 환자들이 많아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는 날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할 뿐, 끝을 늘리는 것이 해답이 아니기에, 살아 있는 동안 제대로 살고, 죽는 순간까지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부디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안락사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주장하며,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삶은 자기 자신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죽음 또한 그 삶의 일부라는 것이다. 소극적 안락사뿐만 아니라 적극적 안락사(의사조력자살)의 필요성을 역설하는데 이는 회생 불가능한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며, 스스로 죽음을 결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방법을 선택한 후 의사 등이 실행한다는 것이다. 또한 스무 살 생일에 죽음에 관해 생각하자는 제안은 삶을 보다 가치있게 만들고 삶에 대한 의지를 북돋우는 방법이며 동시에 우리가 고통스럽지 않고 편안하면서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주장도 신선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안락사가 인생의 마지막 소원이라는데, 이를 말리는 것은 오히려 내 마음 편하자는 행동이 아닌가라고 힐문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온갖 사람들이며 물건들을 붙잡고, 아픈 몸을 이끌고 치료를 다녀야만 하는가 묻고 있다. 세상이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달라며 끝없이 외치는 삶이 진정 존엄한 것인가. 우리는 언젠가 이별이 온다는 사실을 줄곧 인정하니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매년 CT, 위내시경, PET 검사 등 종합 건강검진을 받고, 또 매달 혈액, 소변, 혈당치와 종양 표시자 검사도 꼬박꼬박 받고, 병원에도 자주 가고, 감압제나 혈당이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 등을 매일 열 종류도 넘게 먹고 있다. “내일 죽어도 좋다고 말해놓고는 모순이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분명 검사를 받거나 약을 먹는 것은 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에는 제대로 살고 싶다. 죽기 전까지는 건강하게 살고 싶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존엄성이다.”라며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어머니에 대한 글이나 남편, 자식에 대한 솔직한 글들을 보면 마치 이웃집 아주머니나 어머니를 연상할 수 있을 만큼 친숙하고 소박하게 다가오며, 드라마 작가라서 그런지 쉬운 언어로 솔직담백하게 가슴에 와 닿게 자신을 주장을 담담하게 피력하고 있는데, 읽으면서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가 줄곧 생각나게 했다.

꽤 오래 전에 이미 일본존엄사협회에 가입했음에도 아직 죽을 것 같지가 않아서 연회비 2,000엔이 아까워 내지 않고 있었는데 나이 아흔을 눈앞에 두고 임종 대비 활동을 고려하기 시작한 이상 다시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문구에서도 유머스러움과 소시민적 아줌마 정신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 또한 작가는 평범한 인물들도 어떤 이유와 상황에서는 전쟁에 협력했기에 이에 대한 벌을 내려야만 했다고 고백하며, 전쟁의 책임은 지도자뿐 아니라 소녀였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일본인에게 있다고 믿기 때문이며, 자신의 삶 역시 철저히 부정당했을지언정 그녀는 타인의 존엄을 잊지 않고 반성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점에서 일본의 참 지성인을 보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또한 누구보다도 일류인 작가가 스스로는 일류가 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놀이를 하듯이 쓱쓱 써왔을 뿐이라고 하는 문구에서는 A+로 인정받기를 거부했던 회사 생활의 나의 모토를 연계시키고 싶다.

여든이 넘기신 장모님의 머리맡에 불경의 구절과 함께 마지막 글귀가 ‘잠들듯이 저승으로 데려가게 해 달라’는 문구를 보면서 참 명예롭고 평화롭게 죽는 것도 복이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카톨릭 교리의 문답서에 있는 내용이라는 김수환 추기경의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죽음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겸손하게 순응하였습니다.”라는 문구 역시 죽음에 대하여 좀 더 진지하고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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