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완벽한 1년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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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완벽한 1년 (샤를로테 루카스, 북펌,20170205)

독일의 함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애정소설이다. 두 남녀 주인공인 요나단과 한나를 각각 번갈아가면서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독특하지만 아주 치밀한 구성을 전개하고 있고, 운명적으로 만날 사람은 만나고 사랑한다는 뻔한 결론을 인생을 회고하도록 만들고 진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소설이다. 늘 느끼는 바이지만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심리 묘사는 탄사를 불러일으키고, 특히 남자 친구를 잃은 한나의 심리를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마치 작가의 실제 경험인 것처럼 느껴졌을 정도이다. 또한 편집증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요나단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사실들이 드러나게 하고, 우연히 습득한 일기를 통해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 그리고 용서라는 마음을 저절로 품게 만들어 주는 화해의 소설이다.

한나가 암에 걸려서 인생이 얼마 안 남았다고 여기는 남자친구를 위해서 1년 동안 할 일을 미리 적은 일기를 준 것처럼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할일을 미리 기록해 놓았고, 삶이 1년밖에 안 남았다면 자신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소설 내용에서도 등장하는 영화 ‘버킷리스트’의 주인공처럼 그렇게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하게 되는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하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해서 안타까울 뿐이다. 주인공 한나는 마치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내용을 모두 다 실천하는 무한긍정주의자로서 인생의 의미에 대하여 좋은 것을 보는 것,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것,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 가끔은 우연에 삶을 맡겨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완벽한 1년이라는 일기 속에 등장하는 내용에는 감사목록을 적는 것, 모든 사람의 에너지는 그 사람의 생각을 따라간다는 것, 웃음없는 하루는 낭비한 하루(찰리 채플린)라는 것,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 걱정하는 것은 마치 흔들의자와 같이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한다는 것, 모든 것은 다 서로 연결되어있고 내면은 항상 외면에 상응하게 되어 있다는 것, 생각을 조심하라! 생각은 현실이 된다는 것,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과 마지못해 하지만 재미없는 일들에 대한 목록을 만들어 후자는 다 그만두고 전자의 내용들을 하며 살고 오직 앞으로 즐거움을 줄 것 같은 일들을 적어보고 오늘 당장 그렇게 해 볼 것,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대한 자신의 자각을 자극하는 비전 보드를 만들어 자주 봄으로써 반복해서 머릿속에 떠올리고 여기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은 우리가 문제를 만들었을 때와 동일한 수준의 사고방식으로는 풀리는 않는다(아인슈타인)는 것, 자신의 장례식 조사를 적어보는 것, 지금까지 살면서 저지른 실수들과 누구에게 상처를 줬고 누구에게 해를 입혔으며 언제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과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는지 마음 속 재고 정리를 해보는 것 등이 있다. 때론 유흥가에서 밤새도록 놀아도 보고, 평소 안 먹고 싫어하던 음식도 먹어보고, 일상에서 벗어나서 엉뚱하게도 살아보는 등 작가의 평소 인생과 행복에 대하여 적어놓았던 것을 모두 풀어놓은 소설이다.

삶은 유한하여 누구에게나 죽음은 오지만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은 오직 삶의 주인공인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누구든지 인간이라면 완벽하지 않고 불완전하고 실수투성이인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일 것이다. 불완전하고 실수투성인 사람들이 만나서 다투고 헤어지고 또다시 만나서 사랑하고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일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들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그렇게 한 세월이 흘러갈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가리개를 치고 인생을 살아가죠. 그래서 운명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힌트를 알려주어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해요. 시야와 마음을 열고, 새롭고 낯선 길을 갈 자세가 되어 있으면 지금 당신을 괴롭히는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될 겁니다.(151p) 희망을 잃으면 안 된다고, 하루하루 매 시간 심지어 매 분을 온전히 즐기고 누려야 한다고. 얼마나 오래 사느냐 상관없이 결국은 모든 사람에게는 매 순간 현재, 지금이 중요하다고.(256p) 우리의 에너지는 우리의 관심사를 따라가게 되어 있어! 그래서 원하는 것에 생각을 집중하면 원하지 않는 일에 불만을 품을 때보다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지는 거야. 반대로 부정적인 것에 집중하면 우리가 사실은 피하고 싶었던 상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고.(259p) 책을 읽고 모처럼 마음이 포근하고, 가족들이 더 사랑스럽게 보여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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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의 전쟁 1 - 흥상과 역모
이경식.김동걸 지음 / 일송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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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의 전쟁1.2 (김동걸과 이경식, 일송북, 20160130)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여 정치나 외교, 군사적인 측면보다는 경제사적 관점에서 조명한 특이한 역사소설이다. 역사적으로 검증되고 실체적이며 구체적인 임진왜란의 각종 자료를 기초로 유구국 상인 변광조라는 허구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소설을 전개하는데 너무나 정교하여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구분하게 힘들게 할 만큼 독자를 역동적인 당시 상황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역사 소설을 공동으로 창작하였다는 것도 처음 듣는데,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었던 김동걸 작가가 임진왜란 관련 자료를 모으고 주제를 정리하고 이야기의 큰 틀을 마련했으며, 이경식 작가가 소설의 구성과 문체를 정리해서 완성했다고 한다.

중계무역의 강국이던 유구국(오키나와)의 국무대신 변광조(슈 아키다로)는 조선 출신 대상이다. 양반인 아버지 변계유가 노비인 어머니를 겁탈하여 태어났지만, 어머니가 9살에 죽자 어린 여동생과 함께 명나라로 건너가던 중 여동생마저 죽는다. 모질디 모진 인생은 운명처럼 일찍부터 장사에 눈을 떴고, 오랜 해적생활을 전전하다가 나중에는 중계무역으로 큰돈을 벌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유구국의 국무대신이 된다. 조선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전쟁을 통해 큰돈을 벌 생각으로 고국인 조선으로 건너온다. 어릴 때 아버지와 고국에 버림받았던 상처와 철저하게 상인 정신으로 무장한 변광조는 조선, 명, 왜 정권 수뇌부를 오가면서 이권을 팔고 사는데 만약 일본이 조선을 삼킬 경우 중계무역의 타격을 우려하여 이순신을 도와 전란에 깊숙하게 개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조선에 침략한 왜 장수들 간의 갈등과 조선에서는 광해와 선조, 사대부와 백성의 갈등과 권력투쟁을 서로가 이용하는 반간계 싸움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어떤 전쟁이던 정치적, 경제적 이유가 있겠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임진왜란이 경제전쟁의 성격이 강했던 이유를 점차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문화적으로 후진국이었던 왜인들이 조선의 각종 문화재와 서적을 도적질해 가고 수많은 도자기장들을 납치해 간 이유, 당시 은을 기축통화로 움직이던 세계경제에 조선이 편입하지 못하자 변광조가 강제로 편입하고자 한 이유, 왜란 이후에 실사구시의 실학이 등장하게 된 배경, 자본주의 맹아가 조선에서도 발원하여 근대화를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역사적 가정 등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전쟁은 무기와 군인들의 전쟁이기 이전에 군수물자와 무기를 보급해야 하는 측면에서 제목을 “상인의 전쟁”으로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또한 이 소설은 전쟁을 둘러싼 인간군상의 민낯을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정치권력을 둘러싼 갈등과 암투를 그려낸 역사정치소설이기도 하다. 역성혁명의 수준이 아니라 민중혁명을 꿈 꿀만큼 철저하게 애민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기도 하지만 돈이라면 무슨 일이던지 한다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시각으로 조망하고 있기도 한 것 같다. 대하역사소설이라 할 만큼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지만 책 분량이 적어 스토리 전개가 전체적인 틀 속에서 이어지지 않고 다소 끊어지고, 구체성을 더하기 위하여 단말마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많다보니 다소 산만한 면도 있는 것 같다. 돈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상인이지만 정신의 근저에는 백성을 살리고자 하는 애민사상이 있는 변광조, 권력 암투 속에서도 진정한 군인이었던 이순신 장군, 조선의 천재이면서 혁명을 꿈꾸었던 허균을 이 책을 통해서라도 만나보니 답답하게 돌아가는 한국 정치현실과 천박한 자본주의의 갑갑증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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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자는 누구인가 - 유배탐정 김만중과 열 개의 사건
임종욱 지음 / 어문학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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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자는 누구인가 (임종욱, 어문학사, 20170112)

 

조선 중기의 속종 때의 인물인 김만중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추리소설이다. 숙종에게 장희빈 관련한 직언을 하다 절해고도인 남해에서 유배 생활 중에 발생한 각종 풀기 어려운 사건들을 특유의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풀어 가는데 그야말로 어디까지가 역사적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모를 만큼 작가의 김만중에 대한 집착은 소설 속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소설 속의 김만중은 유배를 온 고관대작이 아닌 암행어사와 같이 각종 사건을 해결하는데, 이를 도우는 남해현의 수석포교 박태수, 호위무사격인 호우와 시종인 아미, 제자 나정언 등의 인물들이 어느 추리소설처럼 소설을 더욱 풍성하고 재미있게 하고 있다. 또한 김만중 실제의 인물과 거의 유사하게 성격이나 사고방식을 표현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김만중이 뛰어난 유학자이지만 불교와 도교에도 아주 해박하고 관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음은 소설 속에 잘 나타나 있는데 특히 제9화 춤추는 알리바이에서 방점을 찍고 있고, 김만중의 어릴 때 이름이 강화도에서 피난을 나오다가 배 위에서 태어났다하여 “船生”이라고 한 것도 알았다.

 

 

지금은 다리로 이어진 육지이지만 조선시대의 남해는 절해고도의 귀양지로 유명했다고 하는데, 소설 속에 나타난 남해의 풍광과 지명을 그대로 살려 현장감과 소설의 사실성이 살아 꿈틀거리는 느낌을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다소의 비약과 과장이 있지만 합리적이고 현실을 잘 반영하여 풀어가고 있는 것이 소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고, 특히 인물들 중에서 포교인 박태수는 적절하게 타락하고 적절하게 정의감이 있는 인물상은 바로 우리의 이웃 아저씨를 연상케 하고 있으며, 선과 악의 중간 지점에서 고뇌하는 우리의 인간군상이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김만중은 기사환국 당년인 1689년 윤3월에 남해로 유배를 가게 되는데 거의 1년 동안의 시점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인데, 제10화 왕이 보낸 밀지에서는 국왕의 밀명으로 한글소설인 사씨남정기를 집필했는데 이는 남인의 권력남용에 대하여 경계하고 정치를 바꾸고 민심을 얻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숙종은 밀지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터 잡기를 할 의향을 김만중에게 보였고, 정국에 큰 변화를 가져올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지만 김만중은 쉰여섯 살인 1692년 4월 30일에 남해에서 죽게 되어 소설의 여운과 맞지 않아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유복자로 태어난 김만중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유배 중에 어머니를 여의고 혼절한 대목에서는 가슴이 먹먹해졌고, 어머니의 유지를 따르기 위하여 한글소설을 적는 김만중의 정성이 오롯이 전해오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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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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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레드스톤,20170108)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가리도가 쓴 13세기의 중국 송나라를 배경으로 한 역사추리소설이다. 중국 송나라 때의 인류 최초의 법의학자 송자가 집필한 <세원목록>을 모티브로 하여 어느 정도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적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것을 팩션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서구인이 그것도 공학교수가 송나라 때의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소설을 만들었다니 아주 놀랍고, 추리소설의 모든 요소를 갖추어 한편의 짜여진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구성과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찬사를 보내고픈 책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송나라는 학문과 문화로 백성을 다스리는 문치주의 덕분에 과거시험, 인쇄술 등이 발달하고 주희와 같은 뛰어난 학자들이 많이 나왔지만, 국방 등 부국강병을 소홀히 해 인접한 요나라에 항복하였고, 이어서 금나라와 협력하여 요나라를 멸망시켰지만 곧 금나라의 침입으로 항주에 도읍을 옮겼던 남송 시대(1127)를 배경으로 한다. 한때 악비 장군이 금나라에 강력하게 저항하였지만 문치주의 빠진 문신들의 모함에 빠져 역적으로 몰려서 죽고 만다. 이 소설에서 악비의 손녀가 등장하여 원수를 갚는 맥락이며, 주인공인 송자는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어렵게 공부를 하지만 그나마도 한꺼번에 온 가족이 몰살당하는 불운이 겹쳐 집안은 풍지박산이 되어 어린 셋째 여동생만을 안고 현상수배범이 되어 도주생활을 하지만 세상은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힘들게 한다. 시체감별사지지리도 없는 집안에 태어났지만 아버지처럼 믿었던 이에 대하여 철저한 배신을 당하고, 집안은 풍지박산이 되어 어린 셋째 여동생만을 안고 탈출하여 전전긍긍하는 생활고에 시달린다. 공동묘지에서 시체판독가로 살지만 우연하게 형부의 판관을 양성하는 밍교수를 만나서 인생은 달라지고, 황궁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을 맡으면서 소설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작가는 중국 소설의 유형과 패턴을 너무나 잘 알고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 노신이나 위화의 소설처럼 주인공은 온갖 고난과 역경을 불굴의 의지로 이겨내고 이루고자 하는 인생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스토리며, 전기 소설, 추리 소설, 역사 소설이 혼재되어 있는 듯한 점도 닮은 것 같다. 황궁의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다소 비약이 있지만 그 시대에서 자행되었던 고문 수사의 관행이나 유교주의 영향으로 사체를 검안할 수 없는 장애를 극복하고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오랜만에 통쾌하고 짜릿한 수사활극을 보는 느낌이었고, 과학수사라고 하면 서구의 전유물이었다는 편견을 깨는 소설이다. 마지막 반전의 반전이 진한 여운을 남기고, ‘라는 의문을 스스로 품어서 추리하게끔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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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 - 조선탐정 박명준
허수정 지음 / 신아출판사(SINA)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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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와라 유녀와 비밀의 히데요시 (허수정, 20161226, 신아)

일본의 역사 추리소설 형식이지만 경제적 상황이나 사회적 풍경 등이 너무나 사실적이라 17세기 중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 막부시대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가 순수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놀랍고, 두 전란 직후에 조선과의 관계와 정치 상황도 잘 썩어서 소설에 녹여 놓았다는 점에서 사실성이 더 돋보여지는 작품이라고 본다. 오사카에서 벌어진 집단 참살 사건 이후에 쇼군의 쌍둥이 동생인 바쇼가 조선의 박명진을 찾아가 사건 해결을 의뢰하면서 전개된다. 계속되는 복선과 반전의 묘미 속에 집단참살 사건의 고리가 반쯤 불타버린 금서에 있음을 안 이후에 금서의 내용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금서의 내용은 액자 소설 형식으로 또 다른 사건이 전개되는데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전국시대를 마감시키고 천하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군웅들의 힘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일으킨 이후에 히데요시의 죽음에 얽힌 비화를 담고 있고, 이것은 왜에 끌려간 정혼자를 찾기 위해서 왜에 거짓으로 항복한 ‘린’의 활약으로 세 번째 왜란이 발생하지 않고 종전이 되었다는 것이다.

소설은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가 전란이후에 국내적으로 평화를 구가하고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성장을 이룩하기 위하여 무역과 상업도시가 번성하는 광경과 조선과 명을 침략하기 전에 히데요시가 농민의 칼이나 무기 등을 회수하는 도수령과 무사를 제외한 농민 등의 신분 이동을 금지하는 신분통제령을 포고한 이후에 형성된 신분질서에 대한 반감도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조선의 판소리와 비슷한 일본의 노에 대한 해박한 설명은 소설을 더욱 부드럽고 수려하게 흘러가도록 하고 있고, 소설의 곳곳에 나타나는 위정자들의 부패하고 타락한 모습에 대한 분노와 전쟁 놀음에 죄없는 민초들이 겪는 고초와 사랑이 애닳고 가슴 아프다. 다만 액자소설의 구성이 조금 더 정치했으면 사건의 연관성이 더욱 빛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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