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의 전쟁 1 - 흥상과 역모
이경식.김동걸 지음 / 일송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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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의 전쟁1.2 (김동걸과 이경식, 일송북, 20160130)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여 정치나 외교, 군사적인 측면보다는 경제사적 관점에서 조명한 특이한 역사소설이다. 역사적으로 검증되고 실체적이며 구체적인 임진왜란의 각종 자료를 기초로 유구국 상인 변광조라는 허구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소설을 전개하는데 너무나 정교하여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허구인지 구분하게 힘들게 할 만큼 독자를 역동적인 당시 상황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역사 소설을 공동으로 창작하였다는 것도 처음 듣는데,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었던 김동걸 작가가 임진왜란 관련 자료를 모으고 주제를 정리하고 이야기의 큰 틀을 마련했으며, 이경식 작가가 소설의 구성과 문체를 정리해서 완성했다고 한다.

중계무역의 강국이던 유구국(오키나와)의 국무대신 변광조(슈 아키다로)는 조선 출신 대상이다. 양반인 아버지 변계유가 노비인 어머니를 겁탈하여 태어났지만, 어머니가 9살에 죽자 어린 여동생과 함께 명나라로 건너가던 중 여동생마저 죽는다. 모질디 모진 인생은 운명처럼 일찍부터 장사에 눈을 떴고, 오랜 해적생활을 전전하다가 나중에는 중계무역으로 큰돈을 벌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유구국의 국무대신이 된다. 조선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전쟁을 통해 큰돈을 벌 생각으로 고국인 조선으로 건너온다. 어릴 때 아버지와 고국에 버림받았던 상처와 철저하게 상인 정신으로 무장한 변광조는 조선, 명, 왜 정권 수뇌부를 오가면서 이권을 팔고 사는데 만약 일본이 조선을 삼킬 경우 중계무역의 타격을 우려하여 이순신을 도와 전란에 깊숙하게 개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조선에 침략한 왜 장수들 간의 갈등과 조선에서는 광해와 선조, 사대부와 백성의 갈등과 권력투쟁을 서로가 이용하는 반간계 싸움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어떤 전쟁이던 정치적, 경제적 이유가 있겠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임진왜란이 경제전쟁의 성격이 강했던 이유를 점차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문화적으로 후진국이었던 왜인들이 조선의 각종 문화재와 서적을 도적질해 가고 수많은 도자기장들을 납치해 간 이유, 당시 은을 기축통화로 움직이던 세계경제에 조선이 편입하지 못하자 변광조가 강제로 편입하고자 한 이유, 왜란 이후에 실사구시의 실학이 등장하게 된 배경, 자본주의 맹아가 조선에서도 발원하여 근대화를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역사적 가정 등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전쟁은 무기와 군인들의 전쟁이기 이전에 군수물자와 무기를 보급해야 하는 측면에서 제목을 “상인의 전쟁”으로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또한 이 소설은 전쟁을 둘러싼 인간군상의 민낯을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내고, 정치권력을 둘러싼 갈등과 암투를 그려낸 역사정치소설이기도 하다. 역성혁명의 수준이 아니라 민중혁명을 꿈 꿀만큼 철저하게 애민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기도 하지만 돈이라면 무슨 일이던지 한다는 철저한 자본주의적 시각으로 조망하고 있기도 한 것 같다. 대하역사소설이라 할 만큼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지만 책 분량이 적어 스토리 전개가 전체적인 틀 속에서 이어지지 않고 다소 끊어지고, 구체성을 더하기 위하여 단말마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많다보니 다소 산만한 면도 있는 것 같다. 돈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상인이지만 정신의 근저에는 백성을 살리고자 하는 애민사상이 있는 변광조, 권력 암투 속에서도 진정한 군인이었던 이순신 장군, 조선의 천재이면서 혁명을 꿈꾸었던 허균을 이 책을 통해서라도 만나보니 답답하게 돌아가는 한국 정치현실과 천박한 자본주의의 갑갑증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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