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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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레드스톤,20170108)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가리도가 쓴 13세기의 중국 송나라를 배경으로 한 역사추리소설이다. 중국 송나라 때의 인류 최초의 법의학자 송자가 집필한 <세원목록>을 모티브로 하여 어느 정도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적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것을 팩션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서구인이 그것도 공학교수가 송나라 때의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소설을 만들었다니 아주 놀랍고, 추리소설의 모든 요소를 갖추어 한편의 짜여진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구성과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찬사를 보내고픈 책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송나라는 학문과 문화로 백성을 다스리는 문치주의 덕분에 과거시험, 인쇄술 등이 발달하고 주희와 같은 뛰어난 학자들이 많이 나왔지만, 국방 등 부국강병을 소홀히 해 인접한 요나라에 항복하였고, 이어서 금나라와 협력하여 요나라를 멸망시켰지만 곧 금나라의 침입으로 항주에 도읍을 옮겼던 남송 시대(1127)를 배경으로 한다. 한때 악비 장군이 금나라에 강력하게 저항하였지만 문치주의 빠진 문신들의 모함에 빠져 역적으로 몰려서 죽고 만다. 이 소설에서 악비의 손녀가 등장하여 원수를 갚는 맥락이며, 주인공인 송자는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어렵게 공부를 하지만 그나마도 한꺼번에 온 가족이 몰살당하는 불운이 겹쳐 집안은 풍지박산이 되어 어린 셋째 여동생만을 안고 현상수배범이 되어 도주생활을 하지만 세상은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힘들게 한다. 시체감별사지지리도 없는 집안에 태어났지만 아버지처럼 믿었던 이에 대하여 철저한 배신을 당하고, 집안은 풍지박산이 되어 어린 셋째 여동생만을 안고 탈출하여 전전긍긍하는 생활고에 시달린다. 공동묘지에서 시체판독가로 살지만 우연하게 형부의 판관을 양성하는 밍교수를 만나서 인생은 달라지고, 황궁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을 맡으면서 소설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작가는 중국 소설의 유형과 패턴을 너무나 잘 알고 연구를 많이 한 것 같다. 노신이나 위화의 소설처럼 주인공은 온갖 고난과 역경을 불굴의 의지로 이겨내고 이루고자 하는 인생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스토리며, 전기 소설, 추리 소설, 역사 소설이 혼재되어 있는 듯한 점도 닮은 것 같다. 황궁의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다소 비약이 있지만 그 시대에서 자행되었던 고문 수사의 관행이나 유교주의 영향으로 사체를 검안할 수 없는 장애를 극복하고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오랜만에 통쾌하고 짜릿한 수사활극을 보는 느낌이었고, 과학수사라고 하면 서구의 전유물이었다는 편견을 깨는 소설이다. 마지막 반전의 반전이 진한 여운을 남기고, ‘라는 의문을 스스로 품어서 추리하게끔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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