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이야기 - 시대를 움직인 뒤틀린 정의 예문아카이브 역사 사리즈
월러 뉴웰 지음, 우진하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폭군 이야기 ( 월러 뉴웰, 예문이카이브, 20170423)

민주주의의 대립 개념으로 ‘폭정’을 규정하고, 고대로부터 거슬러 올라가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폭군의 역사를 기술한 정치사상사이며 정치 철학 등을 서술해 놓은 책이다. 폭정을 휘두르는 권력 집단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늘 존재했으며 더욱이 근대에 이르러서는 그 실체가 더욱 분명해졌다. 작가는 왜 그리고 어떻게 폭정과 전제정치가 인류의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화두가 되는지를 알려주려고 하고 있고, 공포정치라는 이름으로 압제자가 되기를 바란 이들을 포함해 폭군들의 뒤틀린 심리적 특성을 추적한다. 작가의 기본적인 인식은 우리가 민주주의의 올바른 정신을 보전하고 전파하기 위해서는 이 위대한 체제의 가장 강력한 적인 ‘폭정’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며, 같은 세상에 살고 있더라도 그 세상과 민주주의적 자유에 대한 현재적 폭정 위협을 제대로 직시한다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다고 느끼는 자유민주주의가 결코 물질적인 탐욕과 평온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며, ‘기억상실’이라는 병을 더 이상 앓지 않으려면 말이다.

역사에서 진보란 실제로 이뤄지고 있을까? 그렇더라도 아직까지 그 진보는 폭정을 확실히 몰아내지는 못한 듯 보인다. 오늘날 우리는 전 세계에 걸쳐 진행되는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그리고 그 투쟁이 폭압적 지배 체제가 커져가는 상황을 막아내는 모습을 동시에 목격한다. 폭압적인 정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것을 담담하게 인정만 해서는 안 된다. 바로 그 태도가 폭군과 폭정의 부활과 윤회를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폭정을 당하면서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교묘히 행해지고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고대로부터 오늘날까지의 폭군과 폭정에 관한 이야기는 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한 ‘대항의 역사’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공화국은 뭔가를 시작하는 과정은 느리지만 그 분노가 한 번 폭발하고 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 그 이유는 지도자 한 사람의 분노가 아닌 전체 국민의 분노이기 때문이며 그 분노는 엄연히 공포가 아닌 희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워싱턴, 처칠, 드골과 같은 정치가들이 위대한 지도자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명예에 대한 추구와 권력의 허락된 한계에 대해 늘 생각하며 되돌아봤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현대 정치사를 돌아보면 작가의 주장에 십분 공감하면서도 왜 인간의 본성에 대한 대중적 성찰이 그렇게 미흡하고 올바르지 못하는지에 대한 또 다른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한국 근대화의 아버지라는 박정희대통령은 분명한 폭군이며, 그러한 폭군의 딸을 다시 대통령으로 만든 대한민국의 민중은 불을 보듯 뻔 한 결말을 자초하는 선택을 존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미국에서도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들의 선택은 분명히 결론이 뻔 한 길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것을 우매한 글쓴이도 알 수 있겠다. 민주주의는 태생적으로 국민의 능동적인 의식을 요구하는 정치 체제다.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탄생시킨 고대 그리스는 페르시아 제국과의 전쟁 후 스스로 민주주의를 버렸던 경험이 있으며, 공화국 로마는 제국이 되어 황제를 탄생시켰다. 중세를 지나 근대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 공화국은 지구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계몽’이라는 명분 아래 전제정치가 근대를 열었다. 시민의 힘으로 이룬 프랑스 혁명은 곧이어 최악의 공포정치를 목도했고, 의지의 승리와 프롤레타리아의 해방을 외쳤던 나치와 소비에트 공산주의는 천인공노할 대량학살을 자행했다. 왜 이런 역사가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우매한 민중들이 각성할 것인가?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때 학살된 수천 명의 죽음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고사하고, 대중을 기만하는 정치권력자들을 계속 선출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이러한 답답함은 나만 간직하는 것은 아닌지 작가의 책과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폭정>(티머시 스나이더)이 얼마 전에 출간되었다. 미국의 지식인 사회는 결코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당선 후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설명한 가장 신속한 대응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의 집권은 민주주의가 굳건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믿음에 균열을 내는 하나의 충격이었다. 한국 사회도 분명 트럼프 집권으로 가져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에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계형 인문학 -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비상구
안성민 지음 / 책읽는귀족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계형 인문학 (안성민, 책읽는귀족, 20170401)

인문학과 관련한 책들이 봇물을 이루어 출판되고 있으며, 상업적인 측면에서 인문학이란 제목만 들어가도 세상의 먹고사는 직업과는 상관없이 독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먹히는 세상이다.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인문학’인데 왜 ‘생계형’일까 생각했는데, 아마 인문학을 생계로서 먹고 살아야 할 만큼 삶의 기본적인 탐구 본능을 자극하는 것이고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세상은 온통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혁명인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그러한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인간의 단순하거나 복잡한 육체적 노동력뿐만 아니라 복잡한 정신적 노동력까지도 기계가 대신할 것이라는 미래는 장밋빛 전망만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세상은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여기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본다.

폴 고갱의 유화 제목이기도 한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는 인류가 생겨난 이래로 아마 모든 사람들이 품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인간의 탐구 열정이고, 이러한 지적 탐구가 아마 인문학이 자리 잡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인문학적 방향성이 작가가 의도하는 오늘의 우리가 맞닥뜨린 벼랑에서 살 길이며, 미래의 어떠한 기술진보가 와도 인문학적 탐구 정신을 경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인문학적 방향으로 작가는 이제는 ‘개인주의, 단순주의, 유목주의(노마디즘)’가 대세인 시대가 왔다고 한다.

작가가 주장하는 인문학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정확히 “왜” 그러한 방향으로 가야만 하는지에 대한 좀 더 심층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이 있었다면 뭔가 시중에 범람하는 나열식 언어의 유희라는 인상은 줄었을 것이라고 본다. 인문학적 방향성으로 ‘개인주의’라는 현상을 방향으로 설정했다는 것이 잘 이해하기 어렵고 그것이 어쩌면 ‘고립주의’로 오해받지 않을까 우려스럽고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공유경제의 “방향”으로 가는 것과 상충되지 않나 생각해 본다. ‘단순주의’와 ‘유목주의’ 에서는 “왜” 그렇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성에 대한 설명보다는 현실에서 어떻게 처신하고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인문학적 방향성에 대하여 독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작가가 생각하는 것의 차이는 아마 작가가 경영학 박사 출신의 현실 직장인의 시각에서 머물렀기 때문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나에게도 시간을 뛰어넘는 것들이 있다 - 겨울공화국 시인 양성우의 젊은 날의 연대기
양성우 지음 / 일송북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나에게도 시간을 뛰어넘는 것들이 있다 (양성우, 일송북, 2017.3.26.)

격랑의 한국 현대사에서 독재와 억압에 맞서서 온 몸으로 저항했던 시인 양성우의 젊은 날의 자서전 형식의 에세이다. 서슬 퍼런 군부독재정권의 폭압적인 자유압살정책에 항거하였던 작가는 젊은 날의 상처 많고 굴곡진 삶의 편린들이 읽는 이들에게는 때로는 거울이 되고 반면교사가 되었으며 한다는 생각으로 이 자서전을 적었다고 고백한다. 시대적인 격랑 속에서 ‘시’라는 돛대를 껴안고 험한 파도를 헤치며 살아온 상처 많고 굴곡진 젊은 날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작가는 자조하지만 그 시를 적는다는 것이 목숨을 걸고 써야하고 돌아오는 것은 눈물과 상처뿐이었음을 이 시대를 사는 젊은 세대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조작과 기만이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민주와 자유를 위한 피의 희생 덕분에 오늘날 우리들은 그럭저럭 자유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만약 지난 폭정의 시대에 작가와 같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오늘 날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 시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억압과 폭정이 잘못되었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런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 싸운 사람은 아주 소수일 것이다. 작가가 섭렵했던 책들도 똑같이 읽었고, 또한 불의를 느꼈지만 얄팍한 자기 정당화의 논리로 안전하고 편안한 삶의 길을 선택한 우리 자신에게 부끄러움과 끝없는 부채 의식을 지게 만드는 자서전이다.

앞으로의 한국 현대사도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고 또다시 역사의 질곡에 내던져졌을 경우에 과연 우리들은 작가와 같은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너무나 평화적이고 질서정연하고 안정적인 마치 축제와 같은 촛불시위 현장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이러한 것도 모두 피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는 것을 자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두 딸들과 함께 광화문 촛불 시위에 기꺼이 참가할 수 있었던 것도 수많은 열사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가 마지막에 국회의원이 되면서 한국 현실정치의 민낯을 경험했던 이야기 분량이 너무 적은 것이 아쉽다. 자유로운 영혼이며 시를 쓰는 작가가 아직도 세상의 거의 모든 대립과 모순 그리고 편견이 집약된 한국 현실 정치에서 작가가 느꼈을 배신과 소외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겠다. 작가의 필력도 좋지만 기억력이 그렇게 무한정 좋은 것은 아마 온 몸으로 각인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술가게
너대니얼 호손 외 지음, 최주언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술가게(허버트 조지 웰스 외 3인, 몽실북스 ,20170224)

어린이를 위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환상과 상상력이 가득한 어른을 위한 동화로 바꾸어 버린 것 같은 책이다. 저명한 작가 4명(하버드 조지 웰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나다니넬 호손, 로드 던세이니)의 소설 6편을 묶은 단편집인데, 어릴 때 보았던 동화책이나 최근에 영화로 본 ‘반지의 제왕’이나 ‘헤리포터’ 같은 느낌을 준다. 단편이라 아쉽기는 하지만 읽을 때는 전혀 단편같이 않은 6편이 모두 긴 여운과 상상력을 가져오게 하는 고전이다. 

 

1. 목소리 섬(Robert Louis Stevenson)

순간이동을 통하여 목소리 섬으로 가게 되면 섬에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그들의 소리는 들을 수 있는 섬에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야기하는 덧없는 말로를 암시하는 듯한 얘기이다.

2. 마술가게(Herbert George Wells)

아빠와 말 잘 듣고 착한아이가 어느 날 골목에 있는 마술가게에 들어가게 되는데, 아빠가 보기에는 너무 진짜 ‘같은’ 마술이지만 믿을 수 없고, 아이는 ‘진짜 마술’이라고 그대로 믿어 버리는,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상상을 하는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3. 초록문(Herbert George Wells)

어린 시절 우연히 초록문을 통해 들어갔던 세계가 너무나 편안하고 황홀하였지만 현실의 중요한 기로에서는 늘 초록문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다른 선택을 하는 주인공에 대한 연민과 번뇌를 느낄 수 있는 단편이다.

4. 눈먼 자들의 나라(Herbert George Wells)

세상과는 높은 암벽과 산으로 철저히 고립되어 있는 마을에 전염병이 돌아 사람들은 모두 장님이 되어 버리고 15세대가 지나지만 모두들 아무런 불편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어느 날 눈이 보이는 사람이 굴러 떨어진다. “눈먼 자들의 나라에서는 외눈박이가 왕이다.”라는 속담을 굳게 믿고 있는 주인공은 눈이 보이는 이점을 사람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이러한 생활에 적응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 때까지 눈먼 자들의 나라에서는 추녀라 결혼도 못하는 처녀를 눈이 보이는 주인공은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눈이 보이는 아름다움과 자유를 포기하지 못하고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을 감행하게 된다. 우물 안 개구리격인 인간의 편견과 편협함 그리고 인간의 자유와 욕심 등에 대하여 반추하게끔 만드는 소설이다.

5. 얀 강가의 한가한 나날(Lord Dunsay)

‘강에 노니는 새’호를 타고 여러 아름다운 도시를 항해하면서 여유롭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관조하게끔 만드는 소설이다. 신이나 종교에 대하여 아무런 편견이나 선입감 없이 서로가 모든 것을 인정해주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그들이 부럽기만 할뿐이다.

6. 페더탑(Nathaniel Hawthorn)

유능한 마녀가 마법으로 허수아비인 페더탑으로 하여금 담배를 계속해서 피우게 하여 생명을 불어넣어 사람으로 만든다. 사람들은 모두들 페드탑을 사람으로 여기고. 허수아비마저 점점 자신을 사람이라 여긴다. 사람들은 페더탑을 그 누구보다 화려하고 부유한 귀족일 거라며 우러러보게 되고, 마을의 유지인 쿠킨 판사의 딸마저 페더탑을 첫눈에 반하게 되지만 텅 비어 있고 열정 없는 세상에서 특권을 누리며 살아가기에는 너무 마음이 진실한 페더탑은 거울을 보고 진정한 자신의 실체를 알아버리고 만다. 누더기를 걸친 졸렬하고 텅 빈 모습이라는 것을. “이 세상에는 페더탑처럼 닳아빠지고 잊혀 버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로 만들어진 허풍쟁이, 겉멋만 든 것들이 널리고 널렸는데! 그래도 잘만 살아가고 있고, 그것들은 도통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보는 법이 없지. 그런데 왜 불쌍한 내 새끼만 자기 본모습을 알아 버려서 죽고 만 것”이라는 마녀의 넋두리가 귀에 맴맴 거린다.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의 회귀를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때가 너무 묻어있고, 있는 그대로의 상상력으로 봐야 하는데 우리들의 눈은 이미 온갖 선입관, 편견, 아집으로 물들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일방통행의 주입식 교육에 절어 있어서 그런지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 조금 불편하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단편들을 모아서 호평도 크지만 왠지 상상력과 담쌓고 지낸 지 오래 된 것 같은 이 느낌이 싫다. 하지만 한창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두 딸들과의 소통을 위하여 그나마 조금의 인내를 갖고 굳어버린 뇌에 나름 윤활유를 부어서 아바타가 되어 이크란을 타고 날아 보고자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키겠습니다, 마음 - 직장에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나를 위하여
김종달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키겠습니다, 마음 (김종달, 웨일북, 20170211)

 

대기업 10년차 과장 직원이 적은 직장생활 지침서 같은 책이다. 10년의 직장 생활 과정에서 겪은 여러 힘든 일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보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으로 자신을 채근해왔는지를 알 수 있게 하며, 그럼으로써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각종 심리학적 이론들과 고전에서 인용한 사례들이 보다 설득력 있게 상황을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중에서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환경이 다르면 견디지 못하고, 오히려 환경에 맞춰 생각을 바꿔버린다는 인지부조화 이론에 대한 설명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높은 곳에 열린 탐스런 포도를 먹지 못하자 생각을 바꾼 여우처럼 환경이라는 색안경을 쓴 채 자신을 속이지 말고, 환경을 직시하고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펼쳐 자신이 만족하는 평온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혜로운 삶은 갈등을 줄여가는 삶이자 자신과 주변이 어울리는 조화로운 삶이다. 머릿속 생각과 환경이 따로 놀면 절대 평온 할 수 없다. 머릿속 욕구와 현실은 같은 방향을 향해야 한다. 자신의 욕구를 발견하고 추구하면 현실과의 간극을 한 걸음씩 좁힐 수 있다. 좁히는 한 걸음마다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마음을 전혀 다치지 않고 직장에서 오래 일하기는 힘들다. 다만 덜 다치고 다친 마음을 위로하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직장 이외에도 소중한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직장상사가 왜 나만을 탓하는지 심리학의 '귀인이론'관점에서 접근한 부분도 설득력이 높았다고 본다. 행위자(부하)는 상황(환경)적 요인을 과대평가하고 관찰자(상사)는 상황적 요인은 과소평가하고 행위자의 기질요인(무능력)을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를 누구의 탓도 아닌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 일로 보았으며, 상사가 나에게서만 원인을 찾지 않도록 평소 자주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또한 착각은 대부분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려는 데서 비롯된다는 확증편향이론으로 볼 때 현실의 상사는 극한 악당이 될 그릇이 못되고, 그럭저럭 봐줄만한 점과 부족한 점이 뒤섞인 소시민일 뿐이라는 점을 인식하면 직장 상사와 적대적 관계로 갈 필요가 없음을 이해하게 해준다.

 

작가보다 살았던 연륜이나 직장 생활 경력 측면에서 월등하게 앞서는 자신을 참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다. 상사도, 회사도 바꿀 수 없는 일상에서 바꿀 수 있는 건 바로 마음이며, 고통은 일 자체가 아니라 일에 대한 판단 때문이라고 어쩌면 잘못된 판단과 감정으로 내 마음부터 오해하고 있었는지 모른다는 작가의 생각과 자세로 직장 생활을 한다면 억지로 다니는 생활인으로서 직장인 아닌 회사와 개인이 함께 성장하고 즐기면서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직장인으로 성장할 것이라 본다. 멘탈 강한 직장인은 없다고 본다. 다만 좀 더 참는 법을 알고, 좀 더 유연하게 상황을 해석할 뿐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또한 제조업, IT, 건설업 등 다양한 규모와 업종의 여러 회사에 다녀보고 여러 직책을 맡아봤지만 어디서나 불합리하고 모순적인 시스템과 경직적인 조직문화를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었고, 경영진의 부조리 역시 기업마다 빼놓을 수 없었는데 이는 돈이면 무엇이던지 정당화 되는 한국 사회의 천박한 자본주의 윤리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풍토에서 기계의 부속품처럼 취급받으며 신음하는 직장의 노동자는 모두 감정 노동자가 되어 오늘도 설움과 울분을 분에 못 삭이고 쓰디쓴 소주로 위로 달래보지만 허망하고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절망감에 몸부림친다. 이 책은 이러한 척박한 직장 환경에서 단비와 같이 위로를 준다.

 

책 속으로

당신이 외부의 일로 고통받고 있다면, 고통은 일 자체가 아니라 일에 대한 판단 때문이다.”라고 어쩌면 잘못된 판단과 감정으로 내 마음부터 오해하고 있었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고전과 심리학, 인지자료 등을 공부했다고 한다. 바꿀 수 없는 것들에 휘둘리지 말고 그 안에서 내 마음을 지켜보자는 것이다.

 

미리 상사에게 충분히 보고하고 처리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직책과 직급을 넘어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수행 일정은 반비례로 짧게 잡아야 한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당신은 가파르게 소모되다가 결국 탈진해버리고 말 것이다.

 

당신이 괴로운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법을 찾자. 해결법이 없으면 탈출법을 찾자.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맹목적 인내가 아니라 직시와 실천이다. 부하에게 일을 시킬 때 해당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이유와 배경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줬다. 부하에게 일하라는 의무보다 일하고픈 동기를 먼저 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회사는 보다 따뜻한 곳이 된다.

 

장기적으로는 서로 존중하고 칭찬하며 격려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상사에게 해야 할 말은 당당하게 하자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성과는 혼자서 달성할 수 없다. 충실한 부하들과 협조적인 동료, 이해심 많은 상사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만 성취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조차 챙기지 않는 사람은 그 누구도 보살피지 않는다. 사람을 사람으로 여기고 감정을 공유하는 공감능력이 낮기 때문이다. 그는 단지 사람을 도구로 이용할 뿐이다. 부하와 주변사람에게 희생을 강요할 것이다. 공감능력이 낮은 삶은 언제 버릴지 또는 버려질지 모르기에 위태롭다. p29

 

상대의 입을 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경청이다. 일단 ,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다. 부장의 의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대화가 시작되지만,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맞받아친다면 전투가 시작된다. 그런 다음 상사의 추진방향과 이유를 잘 끄집어내라. 의문점이 있으면 이건 이런 뜻인가요?’라고 물어보라. 상사의 의견을 제대로 검토해보지 않은 당신이 상사의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상대에게 인정받고 싶다면 먼저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 33

疑人勿用 用人勿疑 의심스러워 믿지 못할 사람은 쓰지 말고, 일단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 p36

 

눈에 띄는 성과물 없이 하루를 보낸 것도 물론 바람직하지는 않다. 다만 하루 동안 당신이 어떤 것을 경험하고 무엇을 배웠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서체를 공부한 덕분에 유려한 디자인의 매킨토시가 탄생했다. 당장의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당신이 무언가를 열심히 했다면 당신은 경험이라는 구슬을 마련한 것이다. 구슬은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불평불만으로 그 구슬을 방치할지, 잘 꿰어 보배로 만들지는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_p40

 

단색의 조직문화는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해롭다. 조직에서 모두 한 목소리만 낸다면, 다양한 변수와 위험을 의사결정에 반영하지 못해 조직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개인 역시 든든한 자기 중심없이 주변의 의견에 끌려가기만 하다간 경쟁력을 잃는다. p49

확증편향- 착각은 대부분 자기가 원하는 것만 보려는 데서 비롯된다. 현실의 상사는 극한 악당이 될 그릇이 못된다. 그럭저럭 봐줄만한 점과 부족한 점이 뒤섞인 소시민일뿐이다. p55

완벽한 직장은 없다. 어디나 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함께 서 있는 자리에서 충실하자. p56

 

마음속에서 상사를 악인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1)夫婦相敬如賓 : 부부는 서로 손님을 대하듯 공경해야 한다. 눈앞의 이 사람이 잠시 스처 지나갈 손님이라고 생각할 때, 그를 그리 원망할 필요도 없으며 자신에 맞춰 고치라고 강요할 필요도 없음을 깨닫는다. 업무를 함께 완수해야 할 단기 파트너로서 그 특징을 잘 활용하여 존중하면 될 일이다.

2) 和而不同 : 군자는 화합하되 붙어 다니지 않으나. 소인은 무리 지어 다니면서도 화목하지 못한다. 겉으로만 한 목소리를 내는 척하고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품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서로를 헐뜯고 있지는 않은가? 동료와 나느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자. 동료 때문에 속 앓으며 참지만 말고, 진심어린 충고를 통해 업무 공동체로서 화합해야 한다. 다만 충고에 앞서, 진심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관찰하고 장점을 파악하자. 장점을 먼저 말하고 달랜 후에 충고를 해야 한다. 번거럽지만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3) 자신의 세계를 넓히는 것 : 회사 밖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 마음에 담고 배워야 한다. p60

 

질문은 상사와의 갈등이 있느냐가 아니고 상사와의 갈등을 잘 풀어가고 있느냐가 되어야 한다. ‘갈등이 없는 상태가 답이 될 순 없다. 답은 갈등을 풀어가는 방향성이 되어야 한다. 모든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으니 그 방향성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 갈등이 모두 해소된다 해도, 끊임없이 새로운 환경과 사람을 마주할 것이며 새로운 갈등이 잉태될 것이다. 갈등은 변할 순 있어도 사라질 순 없다._p62

 

분노는 분노한 사람의 가슴 속에만 있다. “분노란 뜨거운 숯을 자기 손으로 잡는 것이다라고 붓다는 말했다. 아무리 분노해봤자 소용없다. 신은 당신의 아픔을 위로해주지도, 상대에게 벌을 내려주지도 않는다. 감정만으로는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해서 어떤 감정이 생성됐는지를 역으로 추적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오해를 바로잡거나 그 사건 자체를 방지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재발을 막을 수 있다._p100

 

갈등이 있는 한 사람의 인격을 무리의 특징으로 확대시키지 말아야 한다. 갈등의 원인을 인격과 무리에서 찾지 말고, 행위 그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 당신은 숲에 있고, 어디선가 소란스런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숲 이곳저곳에 마구 화살을 날린다. 하지만 소음은 그치지 않고 오히려 더 커진 느낌이다. 소리를 지르는 원숭이를 찾아내 화살로 명중시키자. 지혜로운 자는 문제의 초점을 잘 맞추는 사람이다. 초점 없이 숲을 향해 아무리 화살을 쏘아봐야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_p200

 

현재의 고통을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습관이 필요하다. 당신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다. 지난날의 시련이 이제는 고통을 줄 수 없듯이, 오늘 당신이 겪은 고통 또한 훗날 하찮아질 것이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소중한 현재를 너무 많이 소모하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보아야 한다._p2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