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갱스터/린치핀>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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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갱스터 -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경제파괴자
레이먼드 피스먼 & 에드워드 미구엘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즈니스맵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이코노믹 갱스터" 라는 제목이 심상치 않습니다. 갱스터하면 폭력배, 범죄단 등을 가르키는 말인데 이코노믹 갱스터(Economic gangster)라하면 경제학에서 말하는 데로 행동하는 폭력배라. 둘 사이의 단어가 왠지 썩 어울리지 않게 다가옵니다. 갱스터하면 폭력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는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사람일 것같은 선입견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경제학의 기본 전제가 바로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다"라는 것이므로 어찌보면 양심에 찔리지 않고 오로지 돈을 위해 온갖 불법행위를 일삼는 갱스터야말로 이기적인 경제학적으로 행동한다라는 말이 그리 틀린 것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들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본 법칙이나 이론을 알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행동은 경제학으로 설명가능하다는 것이죠.
오히려 자신의 이익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이 경제학에서는 설명불가능한 별종이니까요. 그런 예외가 있기에 행동경제학이라는 다른 경제학이 탄생할 것이걸고요.
이 책에서 말하는 갱스터는 길거리에서 사람들 돈이나 갈취하는 그런 좀도둑이 아닙니다. 한 나라의 경제를 흔드는 갱스터를 다루고 있어요. 특히 경제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 그리고 후진국에서 일어나는 폭력 사태와 부패의 이면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다루고 있죠. 이들의 행동을 보여주고 그들을 막을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깔고있는 전제는 이들 갱스터가 경제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그래서 이코노믹 갱스터라 불리는) 이들을 막을 만한 해법도 경제학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총 6개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의 독재자 수하르토 일가, 중국에서 밀수를 일삼는 업자들, 뉴욕시에서 외교관의 불법 주차,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폭력 사태와 가뭄의 관계, 탄자니아의 마녀사냥, 베트남의 전쟁 이후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결국 한 나라에서 자행되고 있는 부패와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어찌보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은 무겁고 거시적입니다. 한 나라의 산업과 경제를 흔드는 독재자 이야기나 세금을 덜 내기위해 꽁수를 일삼는 밀수업자, 무기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폭력단 이야기는 한 개인의 범위를 뛰어넘는 내용입니다. 한두사람이 조치를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의 시스템적을 고치거나 혹은 전세계의 나라가 뛰어들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겁니다. 그런 까닭에 <괴짜 경제학>과 같은 경제학과 다루는 스케일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아쉬운 건 바로 구체적인 숫자를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경제학이라면 숫자를 다루는 학문인데, 이 책에서 통계치같은 숫자를 볼 수가 없습니다. 단지 외교관의 불법 주차를 다루는 챕터에서만 나올 뿐이죠. 그런 까닭에 각 챕터에서 다루는 내용을 직접 연구하고 조사하여 발표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기 보다는 피상적으로 책상에 앉아 탁상공론을 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냥 말로 때운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대학 연구실에 앉아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연구결과를 발표한 게 아니라 직접 현실세계로 들어가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는 부패와 폭력을 조사하고 연구를 했을 텐데 말이죠. <괴짜 경제학>이 자신들이 조사하여 얻은 수치들을 보여줌으로써 신뢰성과 현실성을 독자들이 느끼도록 한 것과 사뭇 대조적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은 단순히 재미로 읽을 만한 내용도 아니고 이 책을 읽는다고 우리와 같은 보통 시민의 삶이 달라지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세계 경제를 다루는 각 나라의 대통령과 총재, 그리고 해외 구조 단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그들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일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