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으로 산다는 것 - 사장이 차마 말하지 못한
서광원 지음 / 흐름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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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직책만으로도 뭔가 꿈을 이룬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언덕에 올라가는 것만큼 유지하는 것은 더 어렵고 외로운 자리가 아닐까 싶다. 회사라는 작은 사회를 이끌면서 또 다른 가족을 이끌어가야 하는 부담은 자녀 한 둘을 둔 가장의 무게를 초월할 것이다. 아무 걱정 없이 남을 부려먹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성공은 함께 기뻐해도 실패는 혼자서 책임져야 하는 가장 외로운 자리가 바로 사장이기 때문이다.

 

내 어린 시절, 조금은 우유부단하고 성격마저 여린 아빠는 작은 사업을 하면서 여러 번의 고비와 상처, 실패를 맛보았다. 그때마다 나는 아빠와 함께 롤러코스터같은 삶을 살아야했다. 한참 잘 나갈 때는 세상 부러울 것이 없고 우리 아빠가 최고인 것 같았지만 끝도 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때면 세상에서 가장 무능력한 사람이 바로 아빠라고 느껴졌었다. 그 시절 아빠는 지독한 괴로움과 외로움을 함께 할 사람이 없어서 한동안 술 없이는 버티지 못하는 날도 있었던 것 같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어야 할 날이 다가오면 집에 있던 엄마까지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분주하게 돈을 구하러 다니셔야 했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도저히 재기할 수 없을 정도만큼 망하고 나서야 아빠는 완전히 사업에서 손을 뗐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렇게 결정이 나자 오히려 편안한 얼굴이 되셨고 웃음과 여유를 찾으셨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오늘에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렇다. 이 책은 그동안 사장이라는 직책에서 힘겨워하는 이들이 어떤 생각과 외로움 속에서 홀로 투쟁하고 있는지를 대변하는 책이라고 봐도 좋다. 사실 이 책은 2005년도에 이미 발간되어 20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책인데 이번 기회에 새롭게 개정되어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장 처절하게 외로운 자리에 있는 CEO 혹은 리더라고 불리는 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커다란 짐을 떠안고 버티는지를 알려주며 마치 내가 당신 마음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눈물겨운 동조를 해주고 있다. 그랬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한민국에서 사장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쓸쓸한 밤, 함께 해주는 훌륭한 벗이 되어 줄 수도 있고 힘과 위로를 주는 작은 메신저가 될 수 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장이 아닌 이들이 이 땅의 리더들을 한 번쯤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일과 사람 때문에 힘들어 오늘 밤에도 홀로 소주잔을 기울이는 이가 있다면 술잔 대신 쥐어주고 싶은 멋진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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