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생태가 답이다 -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문화 공동체 박원순의 희망 찾기 4
박원순 지음 / 검둥소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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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동네, 마을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동네 형, 동네 언니같은 친근한 이웃을 칭하는 말도 어색하다. 나 어릴 땐 이런 동네 친구, 언니, 오빠들과 하루종일 놀이터나 집 앞 골목에서 함께 놀고는 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내가 시골태생이겠거니 생각하겠지만 난 서울을 떠나서 살아본 적이 한 번도 없는 서울토박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학교를 다녀오고 잠시 학원에서 피아노나 컴퓨터, 영어를 배우고는 했지만 우리는 저녁 식사 전까지 다시 모여 열심히 놀았고 심지어는 저녁을 먹고 난 후에 다시 만나자는 비장한 약속을 했지만 엄마의 노기띤 목소리에 눌려 놀고 싶은 욕망을 꾹꾹 참아내야 한 적도 많았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겐 형제, 자매도 많지 않은데 이런 동네 형, 언니들도 없다. 부모나 학교가 채워주지 못하는 그 어린 시절의 설익은 우정과 사랑을 주고받을 대상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들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생 최초의 멘토들이였는데...

내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무엇을 함께 하고 나눈다는 것, 그런 과정을 몸소 실천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지금 우리시대에 가장 기초적인 삶의 공존방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조금씩 해오던 찰나, 이 책을 만났다.

 

얼마 전 혜성처럼 등장해 지금은 서울시장이 된 박원순 희망제작소 전 상임이사가 2006년부터 약 5년간 발로 뛰어 찾아간 생태마을들이 고스란히 소개되고 있는 책이다. 자연 속에서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 농작물을 경작하고 그것을 토대로 도시와 연계시켜 경제적 자립은 물론 마을의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는 공동체의 이상적인 모습이 빼곡히 담겨져 있다. 모든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기를 꿈꾼다는 연두농장은 전통 농업을 통해 토종종자를 길러내고 부안시민발전소는 재생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어 사용하고, 또 도심 속 생태보전시민모임은 동네습지, 하천 살리기 운동을 통해 진정한 생태교육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았던 ‘홀로세생태학교’는 한 사람의 집념과 노력이 얼마나 큰 일을 해낼 수 있는지 눈물겹기 까지했다.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온 식구가 시골로 내려가 그곳에서 곤충을 살리고 보존하는 일을 시작한다. 아무것도 없던 그곳이 지금은 멸종위기의 곤충표본까지 합해 약 2500여종의 표본을 가진 작은 박물관이 되어있었다. 생태학교를 짓고 보존하기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 성과가 조금씩 보이지만 현재는 그 주위에 개발이 되어 이 생태학교에 환경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하니 안타깝다. 게다가 이곳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또한 시급한 처지라하니 정부에서 발 벗고 나서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마저 들게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여러 공동체와 마을들이 지금의 모습을 하기까지 숱한 고생과 시행착오를 거쳤음이 분명 할테니 섣불리 이렇게 해야하고 저렇게 해야하지 않겠나라는 말을 꺼내지는 못하겠다. 다만 그들의 모습, 그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면서 저자가 항상 고민했던 문제 - 다함께 잘 사는 방법이 있을까?-에 대한 답은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시골이 아닌 도시에서는 우선 인간적인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킬 마을개념의 공동체를 부활시키면 어떨까싶은 조금은 엉뚱한 생각이 들지만, 공존의 답은 분명 있다는 사실이 고맙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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