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인간 1 - 밀약 운명의 인간 1
야마사키 도요코 지음, 임희선 옮김 / 신원문화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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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전도유명한 기자가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특종을 따내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특종기자라는 멋진 꼬리표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국익이 달린 민감한 외교문서를 확보했다. 이는 분명 국가가 국민을 속이고 굴욕적인 외교협상을 하는 것이 분명한데 이를 터뜨려야 하는가? 아니면 국익을 위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침묵해야 하는가? 또 자칫하면 당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자, 당신이 이 기자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일본작가 야마시키 도요코라면 잘 알지 못해도 ‘하얀거탑’의 작가라면 아!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8년씩 자료 수집을 하고 집필한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에 더욱 큰 이슈를 몰고 오는 것 같다.

 

주인공 유미나리 료타는 유명 신문사의 정치부 기자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을 취재하면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데 일본은 현재 오키나와 반환 문제를 가지고 미국과 협상중에 있었다. 오키나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점령한 곳으로 이제 전쟁이 끝났으니 본국으로 반환되어야 하는데 미국은 순순히 이에 응하지 않고 각국은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팽팽한 싸움을 시작한다. 그러나 강대국이 왜 강대국이겠는가?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일본의 체면을 살려주는 묘안을 생각해내고 일본은 굴욕적인 외교임에도 겉모습은 그리 나쁘지 않기에 이에 응한다.

그러나 정치부 기자인 유미나리 료타는 그들이 감추고 있는 외교 밀약의 뒷거래가 적힌 문서를 갖게 되고 국가는 국민들을 철저히 속이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결국 제 3자에 의해 이 문건이 폭로되지만 유미나리 료타는 외교 기밀문서를 누출했다는 혐의로 기소되고 만다. 여기까지가 2부의 내용이다. 총 4권이 완결인데 아직 국내에는 2부까지 밖에 출간되지 않아 뒷 이야기가 몹시도 궁금하다.

예상컨대 결국 국가에 의해 희생된 사람은 이 유미나리 료타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힘없는 한 개인의 국가를 상대로 하는 싸움에서 승리를 한 적이 거의 없다는 비참한 현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국가는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적이 거의 없지 않는가 말이다.

 

과연 8년 이라는 긴 시간동안 조사를 하고 집필을 해서 그런지 이야기의 구조가 매우 탄탄하고 현실감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저자가 진짜 현직 기자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정치현안과 매스컴의 관계, 신문사와 국가와의 대립, 기자들의 이야기 등이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알지 못했을 일들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얼마 전 떠들썩했던 강성주 대사의 일이 떠올랐다. 취재기자 마음대로 편집해서 내보낸 대사와의 인터뷰에 많은 사람들이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하고 비난의 화살을 돌렸고 결국 방송사는 사과 방송을 했다. 대중은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취재기자나 방송이라는 매체의 눈으로 한번 편집된 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들이 사건 앞에서 얼마나 진실해야 하고 객관성을 유지해야하는지 그 책임감은 막중할 것이다. 그런 그들이 국가라는 권력에 맞서서 뭔가를 알려야 할 경우라면 그들이 감수해야할 위험은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선택했다면 국민은 이제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닌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야 할 것이고.

 

작가가 이 책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최대한 공정한 관점을 유지해 주었으면 한다. 그래야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를 나름대로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라도 갖지 않겠는가 싶어서 말이다.

머릿속에서 ‘영원한 비밀은 없다’라는 말이 자꾸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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