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로 이야기 3 - 세상 속으로
시모무라 고진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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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당 500여 페이지를 훌쩍 넘기는 지로이야기 1,2부를 읽으면서 나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까맣게 잊었을 정도로 푹 빠져 읽었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 읽고 싶어지는 책. 지로이야기 시리즈는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그리고 오늘 지로이야기 3부를 마지막으로 이 책과 작별하고 지로와 이별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또 아쉬울 따름이다. 솔직히 처음에 이 책을 접할때는 나의 흥미를 끄는 요소가 거의 없었다. 지로라는 주인공이 그닥 호감가는 인물도 아니었고, 시대배경은 1920~30년대 일본이요 군국주의, 퇴임운동 등 무거운 단어들이 보였기 때문에 내가 과연 3편까지 읽어나갈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부수적인 이야기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지로라는 한 인간에 대한 정밀하고도 치밀한 심리묘사는 물론, 삶이 계속되는 한 치열한 고민과 통찰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뜨거운 과정들이 너무도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었기 때문에 책이 끌어당기는 흡인력은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지로와 그의 주변관계 속에서 나의 모습과 내 주변의 모습, 우리의 모습을 말이다.

1,2편이 좀 어린 지로의 이야기로서 개인적인 고민과 환경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 3부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도쿄로 간 청년지로가 우애숙이라는 청년학교에서 생활하면서 사회와 국가, 사상, 혼란스러운 시국에 눈을 뜨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려고 애쓰는 모습등을 담고 있었다. 더불어 미치에에 대한 지독한 짝사랑을 통해 또 다른 열정과 자아를 만나는 순수 청년의 모습도 그려지고 있어서 아련하면서도 풋풋하기까지 했다.
1,2부에서 지로가 아버지 순스케와 학교 선생님에게서 올곧은 교육과 가르침을 받았다면 이 3부에서 만난 청년 지로는 아사쿠라 선생님을 비롯해 우애숙의 여러 숙생들과의 관계에서 또 다른 배움과 교육의 진실을 직접 보고 느끼게 된다. 특히나 오가와라는 숙생에게서 묘한 질투심과 존경심의 이중적인 감정을 오가면서 진정 되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홍역처럼 뜨겁게 방황하는 시간도 갖게 된다.
그렇게 지로는 성장하고 또 성장하고 있었다.

양심의 목소리를 거스르지 않고 당당하게 세상과 자신에게 맞서 살아가려고 고군분투하는 한 청년이 바로 지로였다. 나약하고 추한 인간본성이 한번 씩 드러날 때는 화들짝 놀라 뒤늦게 정신을 차리기도 하고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감정 앞에서 인간적으로 고뇌하기도 하는, 또 때로는 어리석은 행동을 한 자신에게 부드러운 연민을 보내기도 하는 그런 모든 성장과정들을 지켜보는 일이 나는 너무 너무 행복하였다. 그렇게 책을 읽는 동안 바로 옆에서 잘못된 그의 행동에 질타를 하기도 했고 너무도 어른스럽게 변한 모습에서는 박수와 응원을 마음속으로 보내기도 했었다.
이제 그런 지로와 작별을 해야 한다. 이 책을 끝으로 말이다.
이 이야기가 미처 완결되지 못한 것은 남은 이야기를 우리의 인생으로 채워가라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남은 숙제를 이제 마쳐야 하는 것이다.

지로가 뜨겁게 자신의 삶을 살아갔던 것처럼 우리 역시도 당당하고 멋진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쓴 작가에게 내가 전하는 진심어린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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