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로 이야기 2 - 홀로서기
시모무라 고진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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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는 어리지만 다부지고 씩씩했던 아이 지로와는 1부에서 작별을 하고 오늘은 어느새 소년으로 성장한 지로를 다시 만났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성장소설은 대개 짧은 기간 동안 한 사건을 계기로 자아에 눈을 뜨고 급격히 성장하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던 반면, 이 지로이야기는 그야말로 탄생의 순간부터 아이가 되고 청년이 되어 마침내 독립적인 한 인간으로 자라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조명해주는 보기 드문 수작이라고 여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 7부를 계획하고 20여년간 집필한 시모무라 고진이 5부(한국 지로이야기로는 3부)를 끝으로 생을 마감한 사실이 너무도 안타깝고 아쉽기 그지없다.

1부에서는 어린 지로가 자신의 가족과 길러준 유모, 그리고 학교 친구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면 조금 더 자란 지로는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주고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미워하던 할머니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새 어머니와의 관계도 그럭저럭 유지하지만 인간관계가 넓어지면서 지로가 그들로부터 받는 상처는 더 깊고 크기만 했다. 또한 중학생이 된 지로가 학교와 갈등을 겪는 가운데 부당한 권력에 대항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알아가는 과정이 세밀하고도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이 시기에 지로를 이끌어주는 가장 중요한 인물은 지로를 가슴깊이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아버지 순스케와 지로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 아사쿠라 선생님 이 두 사람이었다. 그는 지로에게 모든 인간은 아름답게 창조되었기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면 안 된다고 하지만 지로가 만나는 어떤 사람들은 추악하고 이기적인 얼굴을 하고 있어 어린지로는 상당히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지로는 여전히 그를 지지해주고 묵묵히 바라봐주는 아버지, 선생님 덕분에 뾰족한 마음도 둥글게 가다듬어 가며 성숙한 자아를 만들어 간다. 즉, 가게를 경영하고 집안을 이끌어가는 아버지로부터는 교만과 이기심이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와 진실성에 대해 배웠다면, 아사쿠라 선생님으로부터는 군국주의의 잘못된 시대, 사상 속에서도 끝까지 양심의 자유와 진실을 지킬 줄 아는 용기와 신념을 배운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성장하면서 많은 좌절과 고민을 하고 성찰의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오로지 자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희생과 시련이 따라오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 지로라는 한 소년이 있다.
존경하는 스승을 위해 유임운동을 계획하고, 잘못된 시대와 부당한 권력에 저항할 줄 아는, 그래서 결국 끝까지 소신을 지켜나가 바르게 사는 방법을 온몸으로 표현하려는 성숙한 한명의 인격체로 당당하게 자라고 있는 소년이 바로 지로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로는 순스케의 말처럼 자신의 신념을 꿋꿋이 지키고 한 인간으로 정당한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하는 일들을 보면서 올바르게 살기 위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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