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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전집 4 - 국가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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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국가, 우리들의 국가

 

 

 

 

 

 

의술은 의술에 유익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유익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선장과 통솔자도 선장에게 유익한 것을 생각하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선원과 통솔받는 자에게 유익한 것을 생각하고 지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치자든 그가 치자인 한 자기에게 유익한 것을 생각하거나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통치 대상인 피치자에게 유익한 것을 생각하고 지시해야 한다. 또 그의 모든 말과 행동은 이 점, 피치자에게 유익하고 적절한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60p). 치자는 70프로 이상이 비정규직인 피치자에게 유익한 정책을 펴야한단 말이다. 우리에게 집과 먹을 음식과 입을 옷을 달라. 말이다.

 

 

 

플라톤이 이 책을 쓴 게 도대체 언제냐. 소크라테스의 말을 더 들어보자. 필요 이상의 다채로운 음식은 병을 낳고 무절제는 법을 낳는다. 그래서 병원과 법정이 문을 열고 법과 의술은 으스대기 시작할 것이다. 평범한 육체노동자뿐 아니라 명색이 자유민으로서의 교육을 받았다는 사람들에게 숙련된 의사와 재판관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 주인이든 재판관이든 남들에게 정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교육이 잘못됐다는 명확한 증거다(185p). 교육을 재정비하란 말이다. 어디 교육뿐일까.

 

 

 

우리가 국가를 건설하는 목적은 한 집단을 특히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최대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는 무리하게 커져도 안 된다. 국가의 수호자들이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것은 부와 가난이다(사람들이 일단 토지와 집과 돈을 사유하기 시작하면 재산 관리인이 될 뿐이다). 부는 사치와 나태를 낳고 가난은 비열함과 기술의 퇴보를 낳기 때문이다(215p). 나를 가난에서 어서 빨리 구제하란 말이다.

 

 

 

아무튼 사유재산은 같은 목표를 추구하며 되도록 고통과 기쁨을 공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사적으로 만들고 고립시킨다. 몸 말고 사유한 것이 없는 나라에서는 모든 것을 공유하는 까닭에 그들 사이에 소송도 고소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사소한 어려움들,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에게 아첨하는 것,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생활비를 마련하는 어려움, 돈을 빌리는 것, 빚을 갚지 못하는 것, 학비를 마련하기 위한 대학생들의 노동, 여보게 이런 일들로 말미암아 생기는 온갖 어려움은 너무나 분명하고 ‘지저분’해서 언급할 가치도 없네(295p). 그렇다. 이 사람이 보기에 우리 현대인들의 삶은 마치 백화점 명품관처럼 깨끗하고 치안도 잘되어 있어 나름 안락하지만 ‘지저분’해서 입에 담지 못할 삶인 것이다. 내 삶이 이렇게 더러운 것일 줄이야. 급격하게 우울해진다.

 

 

 

소크라테스의 일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학문과 관련하여 이것저것 가리는 사람을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문학을 공부한다는 사람들은 문학만 읽고 말하자면 뭐 이런 식인데...음,, 또 까인거지. 수천년 전 사람에게 말이지. 썩 기쁘진 않아. 꿈에서도 소크라테스는 금국자 가질래, 나무국자 가질래? 하고 금이 그렇게 좋으면 금국자 줄게 이런다. 그런데 문제는 무거워서 쓸모가 없다는 것!! 아오 열받아.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가, 재산 평가에 근거한 정체는 과두제인데 이런 국가는 필연적으로 하나의 국가가 아니라 두 개의 국가를 갖게 된다. 즉, 가난한 자들의 국가와 부자들의 국가 말이다(454p). 우리 나라가 과두제란 말이다.

 

 

 

문제는 이 과두제적 인간에서 민주제적 인간이 생겨난다는 것. 민주제적 인간은 교만을 교양이라 부르고, 무질서를 자유라, 파렴치는 용기라 부른다. 이들은 아무 쾌락이나 닥치는 대로 즐기며 닥치는 대로 먹고 나서 다시 물만 마시며 살을 뺄 것이다. 말하자면 그의 생활에는 아무 질서도 필연성도 없는데 그는 이런 생활을 자유롭고 행복한 생활이라 여기며 평생을 지낸다. 민주제의 자유는 예속을 싫어하고 급기야 모든 법률을 무시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지경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참주이다. 지나치고 때이른 자유가 참주를 불러들인다(490p). 지금 우리 나라와 싱크로율? 되는가.

 

 

 

덩치가 커서 1박 2일 꼼짝 못하고 읽은 것 같다. 고전이란 게 안읽었는데 읽은 것 같고 그래서 또 안 읽게 되고 늘 그랬던 거 같다. 이것도 읽다말다만 했던 것 같다. 이번 기회에 꾹참고 앉아서 읽어보겠다 다짐하고 엉덩이 욕창생길 뻔 했다. 이 오래전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늘의 우리 모습을 예견하고 있다는 게 놀랍기만 했다. 이래서 고전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논문 발표가 코앞이라 심장이 쫄깃해진 채 읽어야했지만 많은 걸 얻고 간다. 학교보다 알라딘이 날 더 많이 공부시키는 것 같다. 알라딘 서평 마감과 겹친 중간기말 레폿 마감이 함께 올 때 그 쓰나미에서 즐거움을 찾는 나는 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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