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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1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다

 

죽음이 무엇일까.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죽어 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죽음은 나쁜 것이고 두려운 것이라 여긴다. 이런 생각은 미신에 가깝다.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아는 것인 양 말하니까 말이다. 죽음이 삶보다 좋은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 철학자들은 많다. 소크라테스부터 하이데거까지.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두려운 것’이라는 미신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는 젊은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고발당했다. 당시 사람들은 옳은 말만 하고 다니는 소크라테스가 싫었다. 그는 사형 선고를 받았고 플라톤과 같은 제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죽음 앞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추태를 부리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가 울고불고 목숨을 구걸할 것을 기대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지혜로운 사람답게 죽음은 나쁘고 두려운 것이라는 미신에 물들지 않고 죽음을 맞이했다. 

 

하이데거는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천년만년 산다면 우리가 지금 이 시간에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백년 쯤 후에 해도 될테니 말이다. 그래서 하이데거에게 죽음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와 함께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죽음은 언제나 두렵고 불길하며 무서운 것이다. 언제 찾아올지 몰라 두렵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죽을까 두렵고 내 애완 강아지도 나와 함께 백년해로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런 행복을 주지 않는다. 나도 어릴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그때는 어려서 뭐가 뭔지도 몰랐고 이제 간신히 어른이 되었지만 난 아직도 나의 죽음도, 가족의 죽음도 두렵다.

 

하지만 내가 죽는다면 그것은 이미 내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냉정하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죽음 이후라는 것이 있을까. 이 책의 저자 셸리 케이건은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죽음 이후의 삶이 존재하는지 따위의 질문이 아니다. 그는 하이데거처럼 “삶은 죽음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완성되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목적”이며, “죽음의 본질을 이해하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인간으로서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항상 우리는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죽음은 두려운 것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늘 나의 삶, 현재의 삶을 충만하게 하는 일종의 비타민이다. 그것은 어쩌면 부정적인 것이지만 바로 그것이 우리의 삶에 함께 거주하고 있을 때 내 삶은 빛날 수 있다.

 

사실 우리 인간들은 유한한 존재라는 것 자체, 즉 그 부정성을 안고 태어났다. 그래서 산다는 것은 곧 죽는다는 것이고 그 안에서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그리고 바로 그 유한성을 넘어 공동체에서 타자와 함께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의 유한성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 우리에겐 죽음이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그 죽음 즉, 유한성을 뛰어넘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무한한 세상이 있다. 세상에서 죽음(이라는 한계)을 넘어서 무한히 다른 사람들과 결합하고 부딪치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면서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은 인간에게 자유이고 즐거움이다. 자유와 즐거움을 누리고 살아가면서 자신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일 것이다. 언제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유한성에 갇혀서 부자유하게 살 수는 없다. 그곳에서 우리는 자유를 누리지도 못하고 세상을 만나지도 못한다.

 

가치 있는 삶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죽음이라는 조건 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죽음이란 것이 마냥 두려운 것도 아니고 우리에게 영혼이란 것이 있어서 죽음 이후에도 살 수 있다는 식의 허황된 생각으로 그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하기보다 당당하게 죽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죽음 그야말로 모든 것의 끝이다(p. 245).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모든 것의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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