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 주는 것들 - 달리기와 명상, 그리고 인생에 대한 이야기
사쿙 미팜 지음, 강수희 옮김 / 불광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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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대해 달리기가 말해 주는 것들> 이 책은 마라톤을 하는 티벳트의 라마(티벳어로 스승) 사쿙 미팜의 명상과 달리기의 마음 수련법이다. 신체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활동이고, 마음에 도움이 되는 것은 정적인 고요함이다. 신체와 마음에 각각 도움이 되는 것을 할 때 자연스러운 조화와 균형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신체와 마음의 통합적인 행복과 건강과 지혜에 이르는 길로서, 명상과 달리기를 하나로 본다. 저자는 티베트에서 추앙받는 영적스승 초걈 트룽파 린포체의 아들로서 자연스런 명상 문화에서 성장하였다. 그래서 마음 훈련과 몸 단련은 함께 간다는 것을 누구보다 깊이 체득한 경험을 이 책에 담고 있다. 저자는 처음에 운동이나 좀 하려고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달리기를 시작한 후에, 자신이 평생 명상을 하면서 살아온 몇 가지 원칙을 달리기에 적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달리기와 명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네 가지 단계를 보여준다. 전사의 왕국인 샴발라의 전통에서 호랑이, 사자, 가루다, 용은 4대 영물로 알려져 있다. 이 동물들은 용맹한 사람의 내면 발전상을 상징한다. 저자의 말이 무척 인상 깊었다. “나는 용맹함을 특징으로 하는 샴발라의 계승자이자 수호자이다.(p.66)” 이 말을 만트라처럼 마음에 새겼다. 히말라야의 강인한 산맥 같은 당당한 삶의 자세를 본받고 싶었다.

 

 

전사가 되는 과정은 마음챙김 명상의 원칙과 일치한다. 호랑이 단계(부드러운 몰입)-사자 단계(깨어있는 기쁨)-가루다 단계(자유와 균형)-용의 단계(의도의 힘)로 나아가게 되는데, 이것은 달리기 같은 외부의 활동과 참 자아에 이르는 명상의 원칙과 일치한다. 4대 영물의 단계들은 서로를 이끌어주며 점점 완성되어 나간다. 저자는 달리면서 이 네 가지 원칙들을 적용하면 흥미와 기쁨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 용맹한 정신적인 전사, 티베트의 스님은 달리기라는 보편적인 운동을 통해 자유의 기쁨을 누리지만, 얼마나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초등학교 때 오래달리기를 처음 했을 때 세상에서 가장 쓴 맛 같은 것이 달리기였다. 나는 느렸고, 거기다 완주가 힘겨웠던 기억이 난다. 그것은 트라우마처럼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자신의 레이스 계획으로 완주, 즐기기, 좋은 추억 만들기 세 가지를 꼽는다. 달리기는 그야말로 인생을 닮아있다.

 

이 책을 통해 마음과 몸의 조화와 균형이, 행복한 사람으로 살게 한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달리기’에 내가 하는 일들을 적용해서 육체적·정신적 한계를 넘어서는 용기를 지니고 살아가고 싶다. 이 책은 티벳의 영적 지도자이면서 수행자가 전통과 삶을 통해 익혀온 명상법을 달리기라는 활동을 통해 신체를 단련하고 명상의 삶으로 이끌어주므로, 이 책을 자주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저자가 달리기를 다른 사람들을 돕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었고, 현재도 달리기를 하면서 느낀 기쁨을 전 인류와 나누고 살아가는 모습은 너무나 존경스럽고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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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스트레스와 집중력 향상을 위한 점잇기&컬러링북 : 도시편 안티 스트레스와 집중력 향상을 위한 점잇기 & 컬러링북
토마스 패빗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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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잇기&컬러링북> 이 책은 1000 DOT-TO-DOT 시리즈의 도시편이다. 점에서 점으로 이어지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점이 이어질 때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이국의 도시와 건축물들이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게 한다. 시간의 흐름을 잊고 몰두하게 된다. 나만의 창작의 시간인 셈이다. 이 책이 왜 안티 스트레스와 집중력 향상이라고 말하는지 알게 된다. 이 책의 저자인 토마스 페빗은 6,239개의 점으로 모나리자 그림을 완성하여 기록을 세웠고, 독자들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과 현재의 삶 속에서 단순해 보이는 점잇기로 즐거움을 주고 있다.

 

동물편 인물편 도시편 명화편이 있고, 이 책은 도시편이다. 도시편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건축물과 최고의 찬사를 받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작품에 가까운 도시의 풍광이 점에서 점으로 이어질 때마다 모습을 나타낸다. 네델란드 제일의 무역항 암스테르담, 신의 나라 그리스 아테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독일의 베를린, 스핑크스로 유명한 이집트의 카이로, 미국의 건축도시 시카고, 인도의 델리,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홍콩, 런던, 모스크바...등 20개의 이국의 도시들을 만날 수 있다.

                                                         (두바이)

 

점잇기로 나타나는 모습들은 다소 거칠고 날카로운 느낌을 준다. 그러면 독자들은 컬러링으로 자신만의 색채테라피로 그 건물에 빛과 미소를 그려 넣으면 좋을 것이다. 언젠가 TV에서 ‘꽃보다...’시리즈의 두바이편을 보았는데 사막 위에 세워진 인간의 손길로 빚어낸 건축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직접 가보고 싶은 곳의 도시를 나의 손으로 창조해내는 점잇기로 그 도시를 만난다. 선이 만들어질 때마다 조금씩 몰입이 되고 생각도 안정이 되면서 알파파가 되고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게 된다.

 

 

이 책에는 컬러링을 할 수 있도록 부록편이 함께 있어서 점잇기와 색칠하기 둘 다 경험해볼 수 있다. 내가 점잇기를 해보고 싶었던 곳은 두바이였는데 천개의 점을 이으면서 나타나는 선에 놀라웠고, 내가 가보고 싶은 도시를 마음속으로 창조해내는 기쁨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막 위에 세워진 인간의 예술과 위대함을 볼 수 있었던 두바이를 점잇기로 만날 수 있었고, 라라와 닥터 지바고의 나라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컬러링해 보았다. 두바이의 분수가 축제처럼 하늘을 날고, 라라의 테마곡이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모스크바-성 바실리 대성당)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페이지마다 천개의 점이 빼곡한 숲처럼 보였다. 숫자를 쉽게 연결하면서 점에서 선으로 나타나는 그림이 신기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생각이 사라지고 없었다. 대수롭지 않은 평범한 점을 이으면서 천개의 점이 한 시간 만에 완성될 때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직접 여행해 보기 힘든 곳도 이 책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실제처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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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가꾸는 정원 - 흙을 만지고 꽃과 나무를 돌보며 나를 성찰하는 치유와 명상의 정원 가꾸기
자키아 머레이 지음, 이석연 옮김, 제이슨 디앤토니스 그림 / 한문화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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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가꾸는 정원> 이 책은 정원 가꾸기 명상 책이다. 저자 자키아 머레이는 기독교인이면서 세계적인 선승, 틱낫한 스님의 명상공동체에서 선과 명상을 수행해온 분이다. 이 책의 한 구절 한 구절마다 사색과 명상의 기운이 가득 차 있다.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고, 잡초를 뽑는 생명을 꽃피우는 정원은 바로 나의 내면을 가꾸는 일로 통하고, 아름다운 나를 꽃피우는 일임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외부의 정원은 마음의 세계에 그대로 투영된다.

 

8살의 나이에 정원사가 된 저자는 정원을 가꾸는 일을 통해 자연의 순환, 생명으로 존재하는 것의 상호의존성을 깨닫고 세상의 모든 것이 자연 안에서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자각한다. 자연을 마주 대하는 정원 가꾸는 일을 통해 마음을 알고 살피는 수행으로 독자들을 이끌어준다. 이 책을 한 페이지씩 읽을 때마다, 깊은 숲이나 정원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자연에서 나는 나 자신으로 돌아간다.’(시작하는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정원으로 들어가는 일은 자신의 마음의 공간으로 초대받는 즐거운 일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가타’라는 짧은 시가 소개되어 있고, 마치 호흡처럼 편안하고 따스한 내면의 소리들이다. 가타를 낮게 읽으면 마음이 고요해짐을 느낀다. 정원의 작은 꽃이나 풀, 나무, 가지치기, 두엄, 물, 햇빛, 바람, 가타라는 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생명으로 이어져 있다.

 

자연 속에서 모든 감각이 되살아난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향기로운 숲 냄새를 맡는 것 같았고. 태양이 숲으로 쏟아져 내리는 광경, 나무들에서 흘러나오는 피톤치드의 맑은 공기와 물소리, 연둣빛 잎사귀들이 내 마음에서 들리고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런 느낌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현존이고, 모든 속도를 늦추고 정원의 한 가운데에서 마음의 현존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정원은 삶이고, 자연이고, 수행의 공간이며, 명상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다. 정원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한 그루 나무가 그저 존재하고, 잡초를 제거하면서 내 마음의 뿌리가 내린 곳을 들여다보고, 웃자란 가지치기를 통해 자신에게 익숙한 세계를 버릴 줄 아는 용기를 알게 된다. 꽃은 퇴비가 되고 퇴비는 다시 꽃과 나무가 되는 생명의 순환을 통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정원에서 일어나는 생명의 과정을 통해 온전한 나로 성장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마음을 가꾸는 정원>으로 자연과의 공존을 통하여 조화로운 삶을 보여주는 정원 가꾸기가 마음을 가꾸는 일임을 배울 수 있었다. 생명이 자라나기 위해 물을 주는 작은 행위 하나, 꽃이 져서 거름이 되고 거름이 꽃이 되는 과정을 통해 마음에서 일어나는 이기심이나 욕심들을 알고 자각하면, 마음 안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음을 알게 된 시간이다. 정원의 지혜로 가득한 이 책으로 나날이 새로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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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필사 - 나를 다시 꿈꾸게 하는 명시 따라 쓰기 손으로 생각하기 1
고두현 지음 / 토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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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필사>는 명시를 따라 쓰는 필사의 책이다. 손으로 행하는 기능적인 따라쓰기가 아니라 제목이 의미하듯 ‘마음필사’는 내면이라는 종이에 정신의 펜촉이 스르륵 내려 앉아 마음과 펜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며, 정신의 깊은 안정감과 몰아의 시간을 느끼게 한다.

 

필사는 처음 해보는 것이고, 그냥 따라 쓰는 것이겠지 생각했는데, 저자는 마음필사가 온 몸으로 교감하는 일이라고 한다. 천천히 편안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문장 전체나, 마음에 드는 일부 문장이나 단어를 골라 써도 좋다고 한다. 낮게 소리를 내면서 몸과 마음이 리듬을 느끼면, 우리 신체는 완전한 공명체를 이루어 마음의 기쁨을 느끼는 시간이 된다.

 

 

저자가 어린 시절 연필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면서 연필이 종이 위를 지나가는 소리를 좋아하였고, ‘하나의 점을 찍고 그 점에서 다음 점으로 선을 긋는 일종의 제의용 성물 같았다’(‘작가의 말’중에서)라는 말이 무척 인상 깊었다. 너무 쉽고 편안한 것에 안주하였고, 작고 보이지 않는 것에 무관심하게 살아온 것은 아닐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어 주었다.

 

 

책에서 오랜만에 빈 공간을 보는 것이 반가웠다. 내가 필사를 함으로써 이 한 권의 책이 완성된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일상의 디지털화에 모든 것이 빠르고 완성된 것만이 우리 삶을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내 안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이 편안하고 느린 속도로 나를 다시 불러 세우는 시간이다. 오랜만에 시를 읽어보았다. 예전에 외웠던 시들이 반갑게 다시 내 안에서 되살아난다.

 

언제부터인가 홀로 있는 시간이나 사색과는 거리가 멀어진 채 살고 있었다. 늘 디지털 기기와 함께였고, 잠시라도 틈만 나면 인터넷이나 TV로 시선을 돌리고 정신이나 신체가 온전히 쉼과 여유를 가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책 ‘마음필사’를 통해 낮게 시를 읽어보기도 하고, 시를 만나면서 마음의 여유가 새록새록 커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필사는 생각의 보따리가 가득한 머릿속에서 삶의 스트레스와 생각들을 순화하고 걸러주는 마음 정화의 아름다운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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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보낸 5년 - 인생의 갈림길에서 시작된 아주 특별한 만남
존 쉴림 지음, 김진숙 옮김 / 엘도라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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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보낸 5년>을 읽는 지금은 6월이지만 크리스마스를 느끼게 되는 책이다. 눈이 사락사락 내리고, 아우구스티노 수녀님을 만나러 성요셉 수녀원으로 가는 길 위에 축복처럼 하얀 눈이 내리는 것만 같다. 책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깊고 따스한 눈빛과 미소를 지닌 이 멘토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사랑으로 자신을 변화해 구순의 나이에 이른 노수녀의 모습으로 독자들을 맞이한다.

 

세상에는 잊혀진 수녀원 한 모퉁이에 도자기 공방이 있다. 주인공 존 쉴림은 서른 살의 청년으로 방황의 시기에 우연히 들른 공방에서 인생의 스승을 만나면서 5년여 동안 나눈 대화가 이 책 속에 담겨져 있다. 존은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정규직 교사가 되지 못해 임시직 교사의 현실을 견디기 힘들어하고, 요리책 작가로서의 성공도 꿈꾸지만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모호함 속에서 거대한 자석처럼 소박한 공방으로 이끌린다.

 

고양이와 노수녀와 그리고 수녀님이 만드는 도자기 성물이 빼곡한 공방은 시간을 거슬러 살아가는 곳이고, 현대적 기술이나 물질적 욕망이 문턱을 넘지 못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이 세상에서 점처럼 작고 소박하지만 우주처럼 반짝이는 곳이랄까. 독자로서 감탄이 나오는 대목이 많았다. 주인공 존은 사랑스럽고 착한 심성을 가진 청년이지만, 나는 주로 구순이 된 노수녀님의 일상과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굳이 상품으로 팔려는 의도는 없다. 성모 마리아, 성 요셉, 동방박사 세 사람, 양치기 소년, 아기 예수, 갖가지 모양의 포도주병과 컵과 물망초꽃 받침대들을 진흙으로 빚고 그림을 그리고 가마에서 굽고 잘 만들어진 것은 필요한 사람에게, 가마에서 깨져 나온 것 하나하나에는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수녀님의 일상의 낱낱의 움직임이 하나의 기도였다. 그것은 완전한 봉헌이었고 삶의 순간들과의 일치였으며, 사랑의 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북이와 개구리 조각상에는 ‘성모송 세 번’, 무당벌레에는 ‘성모송 한 번’이라는 가격이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물질문명과 디지털의 기세 속에서 가격을 기도로 매기는 이 수녀님을 나는 충분히 책 속에서 만나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비록 지금 이 책은 저자가 천국에 계신 수녀님을 회상하면서 쓰는 글이지만, 수녀님이 이미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고 수녀님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도자기를 통해서 인생을 보는 시각이 참으로 놀라웠다. 찰흙으로 형상을 만들고 가마에 넣고 뚜껑을 덮고 나면 가마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이미 만든 이의 손을 떠났기 때문에 완성품이든 아니든 그것은 하나의 섭리로 보는 시각을 배울 수 있다. 특별히 인상적인 것은, 깨어진 도자기 하나하나에 자신이 삶에서 받은 은총을 자각하며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대목이었다, 보통 사람들의 시각과 다른 수녀님의 시선은 중요한 순간에 속도를 늦추라는 가르침을 나에게 주는 것 같았다.

 

존이 행복에 대해 질문하자, “행복해지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가진 걸 사랑하면 돼요.”(p.81) 수녀님의 대답은 신선한 공기처럼 독자에게 다가온다. 삶조차 무게가 느껴지지 않고, 자신을 다 비운 후에 채워진 충만한 천국의 시간이 담겨진 것 같았다. 정말 그랬다.

 

천국으로 향하기 직전 마지막 만남에서 존이 “천국은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나요?” 질문하자, 수녀님은 우리는 이미 그 이야기를 수없이 했다고 대답하신다. 수녀님의 일상 이야기 속에 들어있던 것이 바로 천국 그 자체였음을 알 수 있었다. 기쁨도 슬픔도 선물이라는 것, 용서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또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선물(p.102)이며, 그것은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사랑과 공감 자유의 선물이라는 수녀님의 이야기가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소박함이라는 작고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며, 이 세상에서 이미 천국을 보여주고 살았던 한 노수녀님의 일생이 바로 크리스마스였음을 감사하며 이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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