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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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는 저녁 풍경이 흘렀다. 비쳐지는 것과 비추는 거울이 마치 영화의 이중노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등장인물과 배경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게다가 인물은 투명한 허무로, 풍경은 땅거미의 어슴푸레한 흐름으로, 이 두 가지가 서로 어우러지면서 이 세상이 아닌 상징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었다. 특히 처녀의 얼굴 한가운데 야산의 등불이 켜졌을 때 , 시마무라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가슴이 떨릴 정도였다.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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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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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앙지구라고 했는지 무슨 지구라고 했는지, 어쨋든 혼고, 고이시가와, 간다 주변에 있는 학교 전체의 마르크스 행동대장이 되었습니다. 무장봉기라는 말을 듣고는 작은 주머니칼을 사고(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연필을 깎기에도 너무 약해 보이는 주머니칼이었습니다) 그것을 레인코트 주머니에 넣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소위 '연락'을 했습니다. -55쪽

그렇지만 아아, 학교!
저는 학교에서 존경을 받을 뻔했습니다. 존경받는다는 개념 또한 저를 몹시 두렵게 했습니다. 거의 완벽하게 사람을 속이다가 전지전능한 어떤 사람한테 간파당하여 산산조각이 나고 죽기보다 더한 창피를 당하게 되는 것이 '존경받는다'는 상태에 대한 제 정의였습니다. 인간을 속여서 '존경받'아도 누군가 한 사람은 알고 있다. 그리고 인간들도 그 사람한테서 듣고 차차 속은 것을 알아차리게 (23) 되었을 때, 그때 인간들의 노여움이며 복수는 정말이지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상상만 해도 온모의 털이 곤두서는 것이었습니다. (24)-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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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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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용은 워낙에 유명하고, 이미 다이제스트판을 통해 다들 접해 봤을 터이므로 내용 소개 중심의 리뷰를 따로 달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가끔 별을 다섯개 주기도 모자라고 1개 주기도 아까운 책이 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다섯개 주기에 모자란 책이다. 저자(알렉상드르 뒤마)에게 10개, 역자(오증자님)에게 10개 해서 20개는 드려야겠다. 5권 2000쪽이 넘는 분량이 막막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책을 펼쳐들면 분량의 압박이 기우임을 알게 될 것이다.

몬테크리스토 백작 원문을 알기 쉽고 읽기 쉽게 번역한 역자에게 진심으로 노고에 감사드리고 싶다. 몇가지 오류들을 잡아서 개정판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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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의 일본인들 - 군인에서 상인 그리고 게이샤까지
다카사키 소지 지음, 이규수 옮김 / 역사비평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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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그렇게 부각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내 느슨한 관심분야라서.....)

지금의 안양에서 평촌신도시를 제외한 안양 구시가지 대부분이 일본인 1개 회사가 운영하던 농장이었다는 것... 안양이 집에서 가까운 곳이고 자주 지나다니고는 했지만 이런 역사가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글이 진중한 논문을 보는 기분이라서 자칫 따분할 수는 있지만 한반도를 점령한 일본제국주의가 아닌 일본인들의 동향을 비교적 충실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책값은 좀 비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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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 월야 (외) 범우 비평판 한국 문학선 9
이태준 지음 / 종합출판범우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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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주 가끔 이태준이 북으로 가지 않고 남한에 남았더라면, 그리고 많은 문인들이 북이 아니라 남에 남았더라면, 납북이든 월북이든 과정에서 죽은 사람들도 다 고스란히 이 땅에 남았더라면 지금의 한국문학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공상을 해본다. 그 정점에 이태준, 정지용, 김기림, 박태원과 같은 구인회 정예들이 있다.

사상의 월야는 이태준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상당한 사전배경을 요구하는 점도 없지 않지만,,, 100년된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는 독자가 이 위대한 작가가 쓴 우리 조선 땅을 배경으로 쓴 이 소설을 이해못할까. 내 취향에는 <사상의 월야>가 <수레바퀴 아래서>보다 딱 100배는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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