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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검사생활
뚝검 지음 / 처음북스 / 2022년 2월
평점 :
호기롭게, 빠르게 책을 완독해 나갔다. 대한민국 검사로서 살아가며 인간의 희로애락의 감정을 모두 느낀 이야기들, 검사로 근무하며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열정과 안도감이 서려있는 책인듯하다. 검사는 형사사건을 담당하며 각종 증거를 수집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범죄와 범죄자의 이면의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직업이므로 현직 검사인 그가 저자로서 풀어 나가는 형사사건의 스토리는 여러 편의 스릴러 영화를 연상케 한다. 이 책의 첫 네이버 서평을 남기는 주인공이 내가 되어 진심으로 기쁘다.
단순히 검사로서 경험한 에피소드들뿐만 아니라 검사나 검찰청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접하기 힘든 상식들을 파악할 수도 있는 책이다. 검사의 수는 제한 없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수가 한정되어 있고, 증거 수집과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수사검사와 재판에 출석하는 공판검사로 나누어진다는 것, 영화에서 검사를 왜 '영감'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는지, 그리고 다양한 검사의 직무와 검찰 조직의 생리에 관한 상식을 이 책을 통해서 풍부하게 배울 수 있다.
내게는 무척 흥미롭고 읽을 만한 가치가 뚜렷하고 유익한 책이었다. 마음속에만 품고 다른 이들에게는 함부로 내비치지 않는 꿈이지만 하늘이 허락한다면 나도 현재의 본업을 정리한 후에는 늦게나마 로스쿨에 진학해 검사 임용에 도전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든 책을 출판해 나의 흔적을 남기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나로서는 이 두 가지를 해낸 저자를 우러러보게 되는 듯하다. 이 책을 읽어 볼 기회를 받고 두 손에 쥐게 된 그 날, 사람들은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나의 20세,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법학 교과서를 구해 헌법과 형법총론을 위주로 즐겨 읽으며 몇 번 취미 삼아 회독하며 공법에 흥미를 느끼던 때에 보았던 대법원 판례가 생각난다.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정확한 문구는 아니지만, '비록 사형이라는 선고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하늘이 허여하였다고 해서~'라는 구절이 나오는 판례였다. ('허여'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확실하다.)
이처럼 검사와 판사에게는 다른 이들의 생사를 여탈할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을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고 부여받는다. 검사는 정해진 법률 하에 자유롭게 수사하고, 법관은 자신의 소신대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판검사는 스스로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아야 하고, 업무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는 것이 법치국가로서 정의로운 대한민국으로의 기틀을 다지는 조건이 됨이 자명하다. 이 책에서 저자가 내내 보여 준 모습에서 나는 그가 이러한 부분에서 검사직에 어울리고, 그가 국민들의 신뢰를 부여받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살인사건의 범인인 안인득 사건을 포함하여 저자가 실무에서 직면해 온 다양한 형사사건들은 흥미로우면서도 애절하고, 가슴이 저리며, 긴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가 많으며, 미래의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범죄와 범죄인, 그리고 그를 법의 테두리에서 처단하는 법치주의에 대해 저마다 스스로의 고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본다. 내용과 소재가 매우 흥미롭고, 책의 활자가 술술 읽히면서도 풍부한 우리말 어휘력을 구사하는 저자의 글 솜씨에 솔직히 여러 번 놀라기도 했다. 저자가 느낀 다양하고 풍부한 감정은 그의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검사 또는 검찰 공무원, 경찰 등 수사기관, 교정직 공무원 등을 마음 속에 그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필독서라고 보며, 검찰과 관련된 소재와 접점이 없는 일반인이라도 한 번쯤은 꼭 읽어 보는 것을 권해본다.
* 도서 증정 감사합니다. (처음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