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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철학적 하루 - 마음을 뒤흔드는 동물 우화 21편
두리안 스케가와 지음, 미조카미 이쿠코 그림, 홍성민 옮김 / 공명 / 2026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 책은 동물들과 관련된 우화를 중심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단순히 동물이 등장하는 이야기 모음집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동물의 관점에서 새롭게 사유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저자는 메이지가쿠인 대학교 국제학부 교수인 두리안 스케가와 교수로, 와세다대학교 제1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했습니다. 특히 그가 집필한 소설 『앙: 단팥 인생 이야기』는 전 세계 24개국 언어로 번역되었고,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력을 가지고 있어, 이 책 역시 문학적 완성도에 대한 기대를 갖고 읽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는 구관조, 비둘기, 다람쥐, 거북, 사슴벌레, 미꾸라지를 비롯하여 매우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여러 동물들과 함께 지내며 쌓아온 친숙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화를 집필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책을 읽다 보면 동물에 대한 관찰이 단순한 상상에 그친 것이 아니라, 동물의 생태와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책 안에는 동물을 의인화한 여러 가지 우화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것이 단순히 동물이 등장하는 소설처럼 가볍게 읽히는 이야기만은 아니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는 삶, 관계, 공포, 연대, 시선, 존재에 대한 질문 등 다양한 철학적 사유가 함축되어 있으며, 독자는 그 의미를 하나씩 찾아가며 읽는 과정 자체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동시에 사유를 확장해 나가는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독자가 스스로 특정 동물이 된 것처럼 그 동물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사슴이 되어 총을 든 인간과 개를 바라보며 극도의 위협과 공포를 느끼는 장면처럼, 인간 중심의 시선이 아니라 동물의 입장에서 인간을 인식하게 만드는 서술 방식은 매우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방식 덕분에 독자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세계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다시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와 해외에는 동화나 우화를 쓰는 작가들이 많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여러 언어로 번역된 작품을 쓴 작가의 우화집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교훈을 전달하는 우화가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완성도가 높고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치밀하게 구성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책 안에는 수많은 에피소드가 담겨 있으며, 「곰 소년과 시선」, 「누나 여우」를 시작으로 총 21화의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마지막은 「대화하는 새」로 마무리됩니다. 그 안에는 두더지, 박쥐, 새끼 멧돼지, 이구아나, 코끼리, 거북 등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각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각각의 동물은 서로 다른 생태와 성격, 본능과 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러한 차이를 단순한 설정으로 소비하지 않고, 각 동물이 중요하게 여길 법한 가치와 세계관을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이 동물은 이런 생각을 하겠구나’, ‘저 동물은 세상을 이렇게 바라보겠구나’와 같은 상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동물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한 사고방식과 감각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총 20편이 넘는 동물과 관련된 흥미로운 우화들을 통해, 이 책은 단순히 이야기를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화를 매개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고,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철학적인 사유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의 시선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돌려보고 싶으신 분들, 그리고 문학과 철학을 함께 사유할 수 있는 우화를 찾고 계신 분들께 의미 있는 독서가 될 수 있는 책이라고 느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