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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만에 배우는 철학 수첩
일본능률협회 매니지먼트센터 지음, 김정환 옮김, 오가와 히토시 감수 / 미래와사람 / 2022년 2월
평점 :

우리는 요즈음 '윤리와사상' 혹은 '생활과윤리'라는 과목명으로 채택된 윤리학을 통해 철학 사조를 학습하고 문제에 적용하며 시험을 치른다. 그 과정에서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인 플라톤, 그리고 다시 플라톤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 등 옛 대사상가를 접견하는 자리에 마주하게 되며, 이어지는 스토아학파, 스콜라철학, 에피쿠로스학파, 인본주의, 데카르트, 쇼펜하우어 등을 포함한 수많은 철학의 학파들과 철학자들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철학은 마치 역사학과 비슷하게 그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지 않으면 어디서도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수많은 학파들이나 철학자들을 배운다고 하더라도 그 흐름이 잡히지 않으면 우리는 철학이라는 과목의 한 가운데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이 책은 철학 학습자에게 발생하는 이 주요한 문제를 바로잡아줄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철학 교양도서라고 나는 평하고자 한다. 철학이 거쳐 온 시대의 흐름, 즉 철학 사조가 시대 순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구성이 깔끔하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이 책이 내게 가르쳐 준 철학의 본질은 시대적 흐름에 대한 지식뿐만이 아니다. 바로 현대인인 우리가 철학을 왜 하나의 주요한 대상으로서 학습하고 연구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철학이 없는 세상에서는 심오하고 진중한 글은 결코 탄생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인본주의, 전체주의, 군주주의 등 철학을 통해 사회에서 사용되는 중요하면서도 이해하기 까다로운 각종 용어와 개념에 대해 인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처음 접하는 어려운 용어들을 모든 페이지 아래에 저자가 그 설명을 주석으로 달아 놓았기 때문에, 따로 일일이 인터넷을 검색해서 이 책에 사용된 용어에 대한 개념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철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은 어떤 인문학의 갈래에서든지 높은 빈도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언제 변화할지 불분명한 사회적 논의와 토론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꼭 철학 공부를 따로 하기를 다른 독자들에게도 나는 바란다. 이 책에서 다루는 용어들은 또한 그 양도 꽤 되기 때문에 많은 지식을 배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이 사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이전에는 특정 학문이 경제적으로 수입을 벌어들이기에 얼마나 적합한가에만 주안점을 두고 있던 나의 고질적인 생각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할 수 있도록 이 책이 가르쳐 주었다는 점이다. 인간의 완성도와 죽음에 대한 고찰을 다루는 이 책의 중반부 쯤에 등장하는 하이데거의 담론이 떠오른다. 그의 '이 세상의 존재하는 것 중 오직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사실만이 확실하다'는 말에서 내가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확실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에 대한 관념이 마치 통째로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처럼 나는 그 누구도 철학에 대한 연구 없이는 지적으로, 또는 영적으로 성숙해질 수 없다고 확정적으로 단언할 수 있다. 인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인문학을 비실용적인 영역으로 구분하고 괄시하는 보수적인 이공학도에게 그 사고의 방향을 전환할 것을 조언한다. 철학은 완벽한 영역 하나이며,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이 책은 '철학 입문서'답게 철학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어도 첫걸음과 동시에 중간 걸음까지는 내딛게 해 준다. 시중에 나와있는 철학 서적들은 한 철학가의 사상을 담은 특정한 분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으므로 입문서로 삼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어떤 독자라도 철학에 대해 입문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철학 입문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모든 용어에 대한 설명은 주석으로 존재하므로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있게, 그리고 주저없이 이 책의 첫 장을 넘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