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로 선생님 병원에 가다 - 나이 듦과 ‘인생’을 대하는 법
요로 다케시.나카가와 케이이치 지음, 최화연 옮김 / 청홍(지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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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이 즐겁다. 그리고 이 즐거움은 바로 내가 이런 책을 쓸 때 극대화되는 것 같다. 이 책은 10만 부를 돌파한 원서 베스트셀러이며, 일본 최고의 대학인 도쿄대(동경대) 의학부를 졸업한 뒤, 도쿄대 명예교수로 재직했던 의학박사인 요로 다케시 선생이 쓴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읽기로 선택한 이유는 일반인이 바라보는 현대 의료 현황과 시스템과는 달리 일본 최고의 의학 권위자 중 한 사람인 저자는 과연 현대 의료계를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역시 나의 의도대로 원하는 책을 골랐다는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그는 담배를 태우기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스스로가 의사이자 해부학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현대 의료계는 환자의 개개인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처방을 적용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담배를 태우지 마십시오.' 와 같은 말처럼 행동을 제한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학의 문외한인 일반인들은 자신의 몸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더라도 민간요법에 의존하거나 병원을 기피하다가 병을 키우기 마련이다. 그런데 요로 선생의 생각은 이러한 문외한들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것이다. 일단 그는 의학에 정통한 일본 최고 엘리트 의사 중 한 사람이며, 평소에는 스스로 진단하고 몸 관리를 하다가 정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온 지금, 병원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정신과 전문의가 바라보는 우울증이나 심리학자가 바라보는 사람들의 행동과 사회의 현상은 일반인들이 각 분야를 바라보는 시각과는 분명 다르다. 이 책 또한 의학 전문가이자 해부학자인 저자가 의학과 현대 의료계에 대한 시각을 담은 책이니 독자들이 전문가의 관점과 안목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현대 의료계를 비판하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현대 의학은 지나치게 통계화되었기 때문에 통계 데이터를 중시하는 의료에서는 확률이 낮은 쪽은 아예 없는 것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환자의 안색이나 청진기를 통해 각 환자를 개별적으로 세밀하게 진단하려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화된 정보를 기반으로 사람을 동일하게 인식하고 일률적인 처방을 내린다는 주장이며, 나는 저자의 이 말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암이 발병하는 구조는 실로 복잡한데 이러한 복잡성을 무시하고 현대 의료는 지극히 이를 단순화하여 인과관계를 좁힌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전문가로부터의 중요한 식견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독자들은 이 내용이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함께 집필한 요로 다케시 선생의 제자이자 도쿄대병원 의사인 나카가와 케이이치 교수는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았음에도 방광염에 걸린 적이 있으나, 흡연자인 요로 다케시 선생은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처럼, 사람의 몸은 너무도 복잡하고 질환은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는 물론 객관적인 지표를 제공해주지만 결코 데이터에만 매달리며 이를 맹신하는 현대 의료계는 큰 오점을 가지고 있다는 의학 전문가인 저자의 주장이 이 책에 존재한다. 이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현대 의료에 대한 우리의 시각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영감을 줄 수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요로 다케시 선생 외에도 공동 저자인 나카가와 케이이치 선생도 4장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의학 상식과, 일반인들이 잘못 인지하고 있는 사실들을 지적해주며 올바른 의학 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위에 언급한 중요한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나는 현대 의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이 두 의학자의 책을 한 번쯤은 여러분도 꼭 접해보기를 진심으로 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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