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 편의점 2호 - 섬마을점 긴급 기름 제거 작전 ㅣ 24분 편의점 2
김희남 지음, 이유진 그림 / 사파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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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이 아니고 24분이네?"

책을 받아든 아이들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알고 보니 24분 편의점 사장인 '편사장'은 24시간 내내 문을 열면 전력 낭비에 체력 낭비, 그리고 시간까지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하루에 딱 24분 동안 편의점 문을 열어 낭비가 생길 틈을 없앤 거였다. 그것도 그렇지만 편의점은 일종의 위장이었다. 알바생 고양이인 '기냥이'와 24분의 알찬 영업을 마친 편사장이 머리에 꽂고 있던 은비녀를 빼서 허공에 커다란 별 모양을 그리며 "노별!"하고 외치면 그의 정체가 드러난다. 바로 행방불명된 천재 과학자 노별 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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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섬마을에 숨어든 노별박사는 커져레이의 성공을 눈앞에 두고 마음이 급했다. 커져레이는 노별 박사가 오랜 연구 끝에 발명한 극비 광선인데, 어떤 물건이든 그 광선을 맞으면 몇 배는 커진다.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과 실패가 거듭됐다. 화나고 억울하고 허투루 써 버린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노별 박사가 아니다. 그에게는 다시 일어날 힘이 솟는 비법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지은 이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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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노노노노노,

별! 별 일 아니야."

24분 편의점 2호,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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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사장의 뛰어난 과학 지식과 기냥이의 관찰력은 어려움에 처한 손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체를 통해 크기가 다른 두 물질을 나누고, 소금과 물이 섞여 있는 혼합물인 바닷물을 끓여 '하마수'를 출시했다. 어느 양심이 불량한 선주가 폐기름을 바다에 몰래 버려 그 기름이 섬마을 앞바다까지 흘러들자 뉴커져레이를 통해 만든 대형 깃털로 기름을 흡수시켜 바다를 지켜냈다. 그러는 동안 맨붕 박사의 명령을 받은 팥붕과 슈붕 쌍둥이는 노별 박사를 뒤쫓고 있었다. 하지만 물질이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삼투압 현상을 모르고 바닷물을 마시고, 한여름에 붕어빵을 만들어 파는 등 맨붕 박사의 화만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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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냥이는 24분 편의점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기로 마음먹었어요. 편의점에서 일을 하면 신기하게도 점점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편사장님의 칭찬을 받을 때마다 어깨가 으쓱으쓱, 하늘 끝까지 솟을 것 같았답니다.

24분 편의점 2호, 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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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가 탄로난 이상 더 이상 섬마을에 머무를 수 없게 된 노별 박사, 아니 편사장과 기냥이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편의점 버스를 출발시켰다. 편사장 역시 기냥이와 함께라면, 맨붕 박사의 눈을 피해 커져레이보다 더 대단한 발명품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기냥이는 책임감 있고 성실하고 무엇보다 새로운 과학적 영감을 주는 최고의 알바생이기 때문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생각난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편사장과 기냥이의 다음 행선지가 어디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책의 크기는 작지만 실생활과 밀접한 과학과 흥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한 <24분 편의점>처럼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겠다는 생각도 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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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뭇잎에서 숨결을 본다 - 나무의사 우종영이 전하는 초록빛 공감의 단어
우종영 지음, 조혜란 그림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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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는 시간, 전국 수만 그루의 나무들에 안부를 묻고 다닌 나무의사.

이 한 줄의 저자 소개에 메마른 상상력을 동원해 보았다. 경상남도 사천의 어느 해안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나무, 전라북도 김제의 너른 평야에 풍년을 상징하듯 높다랗게 솟아있는 나무, 강원도 철원에서 분단의 아픔을 함께하며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을 어루만지는 손길.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하며 다정한 인사를 나누는 반백의 할아버지.

저자의 어릴 적 꿈은 천문학자였다. 하지만 색약 판정을 받고 꿈을 포기한 채 방황하다 어느 원예 농장에서 도제 생활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식물 공부길에 들어섰다. 군 제대 후 여러 가지 일에 의욕적으로 도전해 봤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때 정답을 찾고자 오른 산에서 우연히 바위틈에 꿋꿋이 자리를 잡은 소나무를 발견하고 '나무처럼 살아야겠다'는 해답을 얻었다.

베스트셀러인 저자의 전작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신간인 <나는 나뭇잎에서 숨결을 본다>를 먼저 읽게 됐다. 서문과 차례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르는 놀라운 경험은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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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감수성이란 이렇게 자연의 참모습과 마주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나 할까요? 인간과 자연을 나누어 바라보지 않고, 사람이 자연의 지배자가 아닌 생태계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각각의 생물체가 고유한 방식으로 세상을 지각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일입니다.

나는 나뭇잎에서 숨결을 본다,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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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고 지친 우리는 초고층 빌딩숲으로 향하는 대신 초록의 숲과 푸르른 바다를 찾아간다. 숲과 바다는 늘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우리를 품어준다. 자연으로부터의 소외가 인간에게 상실감을 느끼게 하고 우울증 같은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진다는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경험해 보면 알 수 있다. 인간은 자연을 통해 치유된다는 것을. 어떤 경우에는 그저 눈을 감고 잠시 푸르른 들판과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굳어 있던 몸과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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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과학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그 발달 속도에 숨이 찰 정도지만,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는 결코 살 수 없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꾸 외면하면 언젠가는 회복불가능한 상태가 되고 말 것이다. 저자는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생태감수성을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일상에서 자연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것을 제안한다. 그 중 하나로 반려식물 기르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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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에서 '반려돌'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아마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보다 비용과 노고가 덜 든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일 텐데, 하루 일과를 마치고 종일 혼자 집을 지킨 돌에게 말을 걸며 단장을 해주는 모습이 아직은 좀 낯설다. 반려 식물은 반려돌보다는 살아 있다는 느낌이 강하니 해볼만 할 것 같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는 반려 동물뿐 아니라 반려 식물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저자의 경우 30여년 전부터 버림받은 화분을 거두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리가 내리고 몸이 웅크려지는 가을날, 개업 화분으로 들여왔다가 관리가 잘 되지 않아 죽어가는 나무들이 가게 앞에 버려지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미 죽은 나무에게는 명복을 빌고, 살릴 가망이 있는 나무는 데려와 유기 동물에게 하듯 목욕시키고 이발시킨 후 영양가 있는 음식을 주듯 분갈이하고 물을 준다. 죽은 부위를 잘라낸 후 소독을 마치면 햇살이 잘 드는 창가에 한 자리를 내어준다. 버려졌던 나무를 온 힘을 다해 새싹을 피우는 것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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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행동 하나하나가 지구의 생태계뿐 아니라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면서도 모른 척합니다.

나는 나뭇잎에서 숨결을 본다,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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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매년 큰 산불로 숲이 사라지고 있다. 하나의 씨앗이 싹을 틔워 아름드리나무가 되기까지의 시간이 한순간에 불타버리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게 된다. 까맣게 타버린 잿더미 어디에서도 희망은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말한다. 그 순간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다시 일어나야 할 때라고. 미래는 바꿀 수 있지만 과거는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미래 사람들의 과거를 바꾸는 셈이 된다.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자연과 공존하며 자연에서 힘을 얻고, 그 힘을 다시 자연에 돌려주며 더불어 사는 것이다.

내가 어릴 때 들었던 '어른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있었다. 돌고 도는 물레방아 인생. 욕심내지 않고 머물다 가는 순환이 우리를 살리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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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존감 - 2025 제2차 오디오북 제작지원사업 선정
전미경 지음 / 카시오페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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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내 인생의 4분의 1을 엄마로 살고 있다. 그 시간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나 혼자 살았던 시간이 진짜 있었던 건지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결혼 전 직장인으로 살아가면서 해가 갈수록 경력이 쌓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엄마'로서의 일상은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이 예측불가능하고 변화무쌍한 날들 속에서 나뒹굴다 보면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등 뿌리채 흔들리는 질문이 불쑥불쑥 솟아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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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자존감>.

몇 번이고 책 제목을 소리내어 말해 봤지만 엄마로서의 자존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나같은 사람을 위해 책의 시작 부분에 '엄마의 자존감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가 나와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가끔 그렇다, 자주 그렇다, 매우 그렇다로 대답해야 하는 문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왠지 이번에는 동아줄 잡는 심정이 되어 내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결과는 100점 만점에 73점. 대체로 안정적이지만 몇몇 영역에서 보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10점 이하인 영역이 있다면 그와 관련된 장을 먼저 읽어보라고 추천해서, 7점이 나온 1장 '엄마라는 이름으로 자꾸만 작아지는 날들' 부터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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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소아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컷은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개념을 말했습니다. 이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아이의 필요에 충분히 반응해 주는 엄마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엄마는 조금씩 실패하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는 존재이며, 아이는 그 틈에서 세상의 현실을 배우고 조금씩 단단해지는 기회를 얻는다는 뜻이죠.

엄마의 자존감,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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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여러 모로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아이들에게 물심양면으로 지극 정성을 다하는 나의 엄마를 보며 한 번씩 삐뚤어진 마음이 들곤 한다. 치, 나한테는 그렇게 안 해줬으면서. 엄마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했지만 나는 곳곳에서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며 자랐다. 학부모 참관 수업 같은 건 당연히 안 되려니 하고 아예 말도 안 꺼내봤다.

언젠가 빙 둘러앉아 할머니표 국수를 먹다가 아이들이 저희들의 엄마인 나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나의 엄마가 한 마디했다.

"너희 엄마는 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컸어."

순간 나는 참지 못했다.

"엄마는 내가 어떻게 컸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뭘 하고 싶은대로 다 했어? 엄마가 내가 어디서 뭘 하는지도 모르고 엄마 인생 산 거지, 내가 언제 하고 싶은 걸 다 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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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나와 동생을 낳았다. 20대의 엄마는 나처럼 혼자 여행도 못 해봤고, 하루 종일 뒹굴거리며 책 볼 시간도 없었다. 그저 오직 엄마의 몸에서 나온 아이들을 먹여 살리는 일이 지상 최대의 과제였을 것이다. 그건 나와 동생이 직접 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그저 각자의 생활비를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계속됐다. 매일 직장에 나가 일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월급을 받아 보니 엄마의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새삼 와닿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사춘기의 곳곳에 남아 있는 엄마의 빈자리와 손길, 다정한 말 한 마디는 여전히 나를 삐딱하게 만든다.

저자의 말처럼 그 어쩔 수 없는 세상의 현실에 적응하려 애썼고, 덕분에 많은 일을 나 스스로 해결해 왔다. 그 과정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내 아이들에게는 다른 엄마이고 싶었다. 아이들이 하교 후 나처럼 빈 집에 들어서게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은 나에게 필요했던, '환하게 웃으며 문을 열어 반겨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 나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나중으로 미루었다. 그런데 그 선택이 나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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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는 '정답'과 '해답'을 구분해야 합니다.

정답은 단 하나만 존재하고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마치 수학 문제 풀이와도 같은 것이지요. 반면 해답은 개별적 맥락과 상황,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실제적 해결책입니다. 육아에서 정답 하나만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 무리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엄마의 자존감,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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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까지만 해도 나의 경험으로 만들어낸 정답은 '일하는 엄마보다 집에 있는 엄마가 더 좋은 엄마다.'였다. 다른 상황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아이들은 나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또 그 또래 일하는 엄마와 살며 제 살 길을 찾아나선 아이들과 비교해 보면 나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선택한 정답에 맞지 않는 나날이 계속될수록 나의 젊은 엄마가 떠올랐다. 아마 그때의 엄마는 자존감 같은 걱정을 할 틈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너무 생각이 많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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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선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정의하는 법입니다.

엄마의 자존감,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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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말이 있다. 세상 모든 일에 적용되겠지만 '애바애'라는 말로 육아의 전반에도 크게 들어맞는다. 저자의 표현대로 매일을 '복사'하듯 버텨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지 하는 희망은 점점 빛을 잃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나의 선택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어릴 때부터 혼자 쌓아온 책임감이 고개를 들었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고,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다.

저자는 아이를 위해 나를 버릴수록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텅 빈 물병을 가지고는 목마른 아이에게 물을 줄 수 없듯이, 자존감이 바닥난 엄마는 아이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남은 평생을 엄마로 살아내기 위해 지금 내가 할 일은 비어가는 물병에 물을 채우는 일이다. 병째로 아이에게 줄 것이 아니라 내 마른 목도 축이며 지내다 보면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문득 이런 말이 생각난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 한 번 엄마도 영원한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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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쏘라와 함께하는 색연필 드로잉 클래스 - 매일 그리고 싶은 귀여운 아날로그 손그림 일러스트 ㅣ 어텐션 시리즈 13
쏠쏘라(박현진) 지음 / 제이펍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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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해도 종종 뭐든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무엇을 어디서부터 그려야 할 지 알 수 없는 그 막막함에 명화책을 펼쳐 보곤 감상자로서의 자리를 지키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깜찍한 손그림에 홀딱 반해 만나게 된 <쏠쏘라와 함께하는 색연필 드로잉 클래스>는 나에게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의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줬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말도 서툰 어린 아이들이 작은 손에 쥔 크레용으로 자유롭게 선을 그어 나가는 것을 보고도 '그림을 그린다'라고 한다. 자신의 느낌이나 떠오른 생각을 종이 위에 글이 아닌 선과 색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림'이라는 것이다. 그림에는 정답도 오답도 없는데 내가 여태 망설이는 이유는 단지 나의 손이 그림 그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에 당장 색연필 하나를 들고 덤벼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싹을 닮은 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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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림을 시작하는 분들께 제가 추천하고 싶은 재료는 바로 색연필입니다. 연필과 비슷한 감각이라 친숙하고, 색도 다양하며 가격 부담도 적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지요. 브랜드에 따라 발색이나 질감은 다를 수 있지만, 그런 차이를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쏠쏘라와 함께하는 색연필 드로잉 클래스,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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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쓰든 안 쓰든 손에 연필을 쥐고 있으면 설렌다. 왠지 색연필 드로잉을 하기 위한 운명인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을 하며 책을 넘기다 보니 자신감이 차오른다. 가로선, 세로선, 사선부터 시작해 달팽이집이나 꽈배기 같은 곡선 등 왕기초부터 연습하다 보니 어느새 내가 사람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여러 장점 중 하나인 빨간 화살표가 나를 그리로 인도했다. 연필 쥔 손이 갈 곳을 찾지 못해 헤매지 않도록 빨간 화살표로 그리는 순서를 알려주어 따라그리기에 아주 편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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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책의 제목에도 나오듯 색연필의 종류와 특징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초코파이도 제조사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듯 색연필도 제품마다 발색이 다르다. 때문에 여러 색연필 브랜드의 다양한 특징을 살펴보고,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이 바로 '발색표 만들기'다. 같은 색이라도 연하거나 진하게 칠했을 때 차이가 있으므로 원하는 색감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각 브랜드별로 1~3단계의 힘 조절을 했을 때의 발색표를 만들어 두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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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것보다 그림 그리는 일을 즐기는 둘째 아이가 잠든 후, 아이의 책상 위에 있던 <쏠쏘라와 함께하는 색연필 드로잉 클래스>을 가져다 틈틈이 그림 연습을 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자연과 동물, 노는 일과 먹는 일, 너와 나를 사랑해야겠구나 하는 것이다. 개미 한 마리를 그리려고 해도 개미를 오랫동안 관찰해야 하는데 사랑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고난을 겪은 끝에 스스로 정신 병원에 입원했던 반 고흐가 떠올랐다. 그는 얼마나 오랜 시간 별이 총총 떠 있는 밤하늘을 바라봤을까. 그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행복했을까. 부디 그랬기를 바라며 오늘부터 나도 나만의 그림을 위하여 관찰하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대상은 먼저 나 자신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선선한 바람이 부는 숲속이 떠오른다.

<쏠쏘라와 함께하는 색연필 드로잉 클래스>을 보며 손목의 강약 조절만으로도 한 가지 색을 사용해 세 가지 톤을 만들고, 기본색을 기준으로 한 톤 밝은 색과 한 톤 어두운 색을 이용해 블렌딩하면 색감을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가진 초록색 계열의 색연필을 모두 꺼내고, 노란색과 갈색도 몇 가지 더했다. 물론 내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단번에 완성할 수는 없겠지만, 시작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계속 칠해가다 보면 어딘가에 도착하리라 믿는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림도 그리는 사람. 그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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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하버드 새벽 4시 반
웨이슈잉 지음, 이정은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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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새벽, 네시 반.

'넘사벽'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새벽 네시 반까지 안 자고 공부를 하든, 새벽 네시 반에 일어나서 공부를 하든 독한 사람들이다. 초등 의대반이다, 4세 고시다, 또 그것이 아동 학대다 말이 많다. 나는 하버드 근처에도 못 가봤고, 우리 아이들도 아마.. 뭐, 그래도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떤지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을 테니 구경이라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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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와 비판을 이기는 마음을 기르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해요. 일단 목표를 정하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글로 써 보세요. 내 선택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남들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테니까요.

어린이를 위한 하버드 새벽 4시반,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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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다. 과연 이 책이 어린이만을 위한 책인가. 물론 성인을 위한 책인 <하버드 새벽 네시 반>을 읽고 실천하기 위한 전 단계겠지만 이 책 한 권에는 데일 카네기와 유대인의 가르침이 가득 들어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 기르기, 명확하고 현실적인 목표 세우기,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기 등 하루라도 빨리 받아들이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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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생들의 목표는 '좋은 대학 가기'다. 하지만 그들 중에 "나는 왜 좋은 학교에 가고 싶은 걸까?", "나는 좋은 학교에 가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전 국민의 역사 선생님이 된 최태성은 그의 책에서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여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 '변호사'가 아닌 의사가 되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무슨 일을 하는 변호사가 될 것인지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늦기 전에 치열한 고민을 하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거친 후 소신 있는 선택을 했다면 또 하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세파에 흔들려 꺾이지 않으려면 내 목표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작은 거절, 불편한 말, 사소한 오해부터 견디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그걸 넘어서는 경험이 마음의 근육이 되어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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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빠르게 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가는 것이에요. '앞 사람만 따라잡자.'라고 생각하며 달려갔던 이야기 속 아이처럼, 우리도 어제의 나보다 한 발짝만 더 성장해도 충분합니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 우리를 더욱 큰 성장으로 이끌어 줄 테니까요.

어린이를 위한 하버드 새벽 4시반,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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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아직은 아이들에게 말해주지 못했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세상이 가르쳐줄 텐데 나까지 더할 필요 없다는 생각에서다. 언젠가 아이들이 지난 날의 나처럼 쓰디쓴 실패를 맛보고, 다시 일어설 기운 따위 없다고 느낄 때 어떤 말이 가장 큰 위로가 될까. 그 시절 나는 어떻게 다시 일어나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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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내가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어.

다음에는 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할게."

어린이를 위한 하버드 새벽 4시반,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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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온갖 핑계와 변명이 쓰러뜨린 나를 일으켜 세운 건 나 자신의 과거와 현재 상태에 대한 솔직한 인정이었다. 실패할 만 했으니 실패한 거였다. 물론 그 배경에는 경험 부족과 불성실 등이 있었지만 회복 불가능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 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마침내 이뤄낸 것도 있고, 아직 진행 중인 인생의 과제도 있다. 과연 이번 생에 마무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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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도 등교 준비는 뒷전으로 하고 게임 얘기를 하며 시간을 다 보내는 아이들에게 잔소리 폭격을 날렸다. 30년 째 계발중인 나 자신을 돌아보며 숙연해지려 하지만, 자기애로 내 안의 어린 아이를 다독여 본다. '어른'으로 분류되어 살아가고 있지만 '어린이' 책을 보며 좋아하고 감동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어린이를 위한 하버드 새벽 네시 반>이라는 제목에도 나오듯 인생은 결국 시간 관리다. 이는 단순히 바쁘게 사는 것이 아닌 자신을 아끼는 일이다. 하루 10분씩만 모아도 일주일이면 70분, 한 달이면 무려 5시간이다. 오늘부터 당장 새벽 네시 반이 아니라 하루에 10분씩이면 뭐, 못할 것도 없지. 무엇부터 시작해 볼까. 하교 후 돌아온 아이들에게 숙제 얘기부터 꺼내지 않고 10분간 꼭 껴안기. 그게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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