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 오단계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2
이루카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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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오단계는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2권으로 여성과 소수자, 환경에 관한 글을 쓰는 이루카 작가의 단편 3편이 실려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일정 비율로 섞이는 게 일반화된 미래를 배경으로 한 <독립의 오단계>, 사람의 남은 수명 단계에 따라 구역이 나뉘어진 케어 센터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여성과 오랫동안 함께 바이크를 타며 삶을 함께한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새벽의 은빛 늑대>, 마지막으로 헤븐나이츠라는 게임을 통해 뇌 신호 전달 이상을 치료하기 위한 의식 귀환 프로그램과 새로운 가족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루나벤더의 귀가>.

세 편 모두 소외 받거나 차별 받는 소수자(초인공지능 안드로이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거부감 없이 잘 다루고 있어 흥미에 더해 생각해 볼만한 이슈들을 던져주었다. 첫 번째 단편인 <독립의 오단계>는 문소리 주연의 <인간 증명>의 원작 소설로 소재도, 이야기에서 다루는 윤리적 법적 문제도 매우 신선하고 충격적이어서 드라마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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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1
김혜진 지음 / 허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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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가 우릴 구해줄거야 시리즈의 1권 깃털은 3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우주장의사 세영과 우주를 건너는 세 조에의 이야기인 <깃털>, 간병 로봇과 그의 선택을 다룬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종말 이후의 해저 세계에서 사랑하고 고군분투하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백화>.

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소설은 민규동 감독의 <간호중> 원작 소설인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였다. TRS는 간병 로봇으로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10년 째 무의식 상태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어머니와 그를 돌보는 아들 성환을 돌본다. 깨어나지 않는 어머니를 오랫동안 간병하며 지치고 우울감에 빠진 성환이 위급하다고 판단한 TRS는 성환을 살리기 위해 어머니의 생명 유지장치를 제거하고, 방황하던 성환은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돌아온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어머니를 죽이고 결국 방황을 끝내게 만들었지만, 그 이면은 생각지 못한채 어머니를 살인한 로봇으로 치부하여 구타하고 괴롭히는 성환.

나는 이 상황에서 프로그램에 따른 로봇의 논리적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 시대에 생명 연장과 안락사 사이에 선택에 대한 끊이지 않는 논쟁의 쟁점과 맥락을 같이 한다. 짧지만 깊이 생각해 볼만한 점들이 많았던 소설이었다. 당연히 드라마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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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의 전장에서 - 최초의 항생제, 설파제는 어떻게 만들어져 인류를 구했나
토머스 헤이거 지음, 노승영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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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0여년 전만 해도 1차 세계대전 전장에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상처 감염으로 죽어나갔다. 감염 시킨 세균도, 그 세균을 다루는 방법도 몰랐으니 감염 부위를 넓게 잘라내고 다시 감염되지 않는 행운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의대생 신분으로 참전하여 부상병을 돌보던 게르하르트 도마크는 전쟁과 감염으로 인한 수많은 죽음을 목도했다. 그는 상처 자체는 전쟁의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에 이은 감염은 틀림없이 과학으로 예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이 파멸적인 광기에 맞서겠노라고 신과 나 자신에게 맹세했다.” - p.38.

지금 우리는 항생제 남용을 걱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최초의 항생제는 1930년대에 개발된 설파제였다. 설파제는 20여년에 걸쳐 도마크를 비롯한 수많은 과학자들의 집착에 가까운 노력과 바이엘이라는 독일계 제약사 그리고 국가의 협업이 만들어 낸 마법의 탄환같은 존재였다. 이 책에는 이 최초의 항생제가 어떤 기나긴 여정을 거쳐 만들어졌으며, 항생제 탄생의 명암 그리고 개발 이후 의료 방법이나 질병 통제 방식, 신약 개발 방식 등 사회에 미친 영향이 총체적이고 집약적으로 담겨있다. 여러 감염 질환에 대한 특이적 세균을 찾아내는 과정이나 세균에 작용하는 특정 화학 물질의 구조를 발견하는 일, 최초로 약을 개발하여 인정 받고 세계적으로 통용되기까지 험난한 여정의 단계 단계가 모두 소설만큼 흥미로웠다.

항생제 남용이 무서운 이유는 세균의 내성 발생이다. 감염 질환이 발생하면 항생제로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허나 모자란 양을 써서 세균을 남겨두거나, 자주 사용하여 세균이 적응하게 만들거나, 너무 많은 양을 써서 내성을 가진 세균을 증가시키지 않도록 적절한 양을 적절한 기간 동안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나의 항생제에 내성이 발생하면 그 항생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되고 더 강력한 또 다른 항생제가 개발되어야 한다. 최초의 항생제를 개발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력과 자본과 시간이 소요되었는지 보면, 지금 우리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진다. 당연하게 존재하던 약의 당연하지 않은 역사를 생각할 때 좀 더 신중하고 분별있는 항생제 사용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 이후 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이 책도 제목만 보고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책이라 오해했다. 현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항생제의 탄생 과정을 이렇게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상세히 밝혀주는 고마운 책을 그냥 지나칠 뻔했다. 기적같지 않은 과정으로 기적처럼 항생제가 나타났 듯, 현재 전세계에서 동시 다발로 이루어지는 연구 개발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도 정복할 수 있는 마법 탄환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첫 기적의 약물 설파제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과학에는 사실 ‘기적’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이다. 대단한 약물이 발견될 때마다 두 가지 상반된 결과가 따른다. 하나는 긍정적이고 치유적이고 이로우며, 다른 하나는 부정적이고 종종 의도와 다르고 이따금 치명적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사실을 알았다. 우리도 명심해야 한다 -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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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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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덕후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책 좀 빌려줄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카툰 에세이다. 겉모습이 가벼운 그림책이라고 우습게 보면 큰 코 다친다. 오랜기간 다양한 책을 넓고 깊게 읽은 사람만이 그려낼 수 있는 책과 글쓰기에 대한 고찰과 사유를 참신한 그림과 위트있는 문장으로 압축하여 담았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지러울 정도로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야기들이 한 가득이다.

원제는 I will judge you by your bookshelf.
“타인의 책장” 이라는 카툰에도 나와 있는 대사 중 하나로 “책장을 보고 널 판단할 거야” 이다. <책 좀 빌려줄래?> 보다는 좀 더 무서운(?) 제목이지만,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이 그 사람에 대한 많은 것을 알려 준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멋 부렸지만 얄팍한 사람, 고등학교 수준에 머문 사람, 정리벽이 있는 사람, 진정한 독서가, 구제불능.... 나는 아마도 첫 번째 부류에 속할거라 스스로 판단하지만 이게 나의 전부는 아니므로 책장만 보고 함부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자는 유익한 교훈을 얻었다고나 할까? ㅎㅎ

저자인 그랜트 스나이더는 낮에는 치과 의사,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뉴욕 타임스>에 만화를 연재하면서 알려졌다고 한다. 2013년 카툰 어워드에서 ‘최고의 미국 만화’에 선정되었다고. 이 책은 읽고 쓰고 그리면서 겪은 이야기를 녹여낸 것으로, 시적인 문장과 위트 넘치는 그의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책과 보낸 우리의 삶도 함께 환하게 빛날 것만 같다고 소개되어 있다. 대표작인 <생각하기의 기술>이 굉장히 궁금해졌다.

입꼬리를 귀에 걸고 책에 대한 카툰을 하나씩 읽어가다가 갑자기 막 소문을 내고 싶고, 다른 사람들도 꼭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선물을 한다는 게 내가 아무리 좋아하는 책이라도 각자 취향도, 소장하고 있는 책도 다르니 참 쉽지가 않은데, 이 책은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책이어서 고민할 것도 없이 선물하기 버튼을 눌렀다. 늘 편하게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지인들도 책에 대한 그림과 이야기에 푹 빠져들기를 바라며!!

여러분~ 이 책 소장도 하고 선물도 하세요! 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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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 과도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아름다운 지적 여정
나탈리 크납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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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나은 뒤 부모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견뎌낼 수 있을까? 중병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실직한 뒤 새로운 직업을 구할 수 있을까? 은퇴한 뒤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P.19) 마음 속에 이런 질문들을 하나라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질풍 노도의 시기를 잘 버텨내면 화려한 캠퍼스 생활이 기다릴 줄 알았다. 남들이 캠퍼스에서 웃고 즐기는 동안 스펙을 쌓으면 탄탄대로가 펼쳐질 줄 알았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기업에 취직하면 승승장구하여 적어도 CEO로 아름답게 은퇴할 줄 알았다. 은퇴 이후 노년의 삶은 여유롭고 우아할 줄 알았다.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버티고 버텼지만 어느 것 하나 이루어 내는 게 요원하고 결국 평생 고민과 걱정을 안고 뼈 빠지게 고생하다 후회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삶. 비단 우리 개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우리의 미래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되었다. 매 순간을 짙은 안개 속에서 헤매이는 듯.

독일의 임상 철학자이자 실용 철학 협의회를 창립한 나탈리 크납은 이 책에서 자연으로부터 우리 스스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불안한 시기들은 인생에서 꼭 필요함을 받아들이고 다른 태도로 보낸다면 오히려 내재된 창조성을 일깨우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1부에서는 공간적 계절적 변화에 대처하는 자연의 능력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를 보여주며, 2부에서는 탄생부터 죽음까지 각 인생의 과도기를 보내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고, 마지막 3부에서는 더 나아가 범사회적 위기를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협력하여 대처할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제목에 들어있는 ‘철학’ 이라는 단어 때문에 읽기 전에 여러 번 고민했다. 많은 철학책들의 뜬구름 잡는 듯한 전개 방식이 나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위터에서 이 책을 역주행하게 만든 문장 하나가 이 책은 좀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바로 이 문장.

아이가 아이인 것은 성공적인 직장인이나 훌륭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이로 세상을 경험하고 세상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다 - p.32

이 책으로 철학이 실용적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연을 관찰하며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쉬운 언어와 흥미로운 예시와 논리적인 전개로 지금 바꿀 수 없는 상황에 연연해하지 말고 다른 눈으로 세상을 봐~ 라며 희망을 북돋워주고 길을 제시해 주었다. 물론 내 마음이 내 맘같지 않고, 마음 먹는다고 당장 세상이 밝게 보일 수 없음을 안다. 하지만 내 삶과 사회에 대한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미래의 성공을 담보로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다. 어떻게 내 삶을 ‘개선’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내게 무슨 ‘이득’이 될까? 그것들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라는 질문 대신 ‘지금 내 삶은 얼마나 충만하게 펼쳐지는가?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고 지금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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