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 과도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아름다운 지적 여정
나탈리 크납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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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나은 뒤 부모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견뎌낼 수 있을까? 중병을 이기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실직한 뒤 새로운 직업을 구할 수 있을까? 은퇴한 뒤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P.19) 마음 속에 이런 질문들을 하나라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질풍 노도의 시기를 잘 버텨내면 화려한 캠퍼스 생활이 기다릴 줄 알았다. 남들이 캠퍼스에서 웃고 즐기는 동안 스펙을 쌓으면 탄탄대로가 펼쳐질 줄 알았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기업에 취직하면 승승장구하여 적어도 CEO로 아름답게 은퇴할 줄 알았다. 은퇴 이후 노년의 삶은 여유롭고 우아할 줄 알았다.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버티고 버텼지만 어느 것 하나 이루어 내는 게 요원하고 결국 평생 고민과 걱정을 안고 뼈 빠지게 고생하다 후회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삶. 비단 우리 개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여기에 전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우리의 미래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되었다. 매 순간을 짙은 안개 속에서 헤매이는 듯.

독일의 임상 철학자이자 실용 철학 협의회를 창립한 나탈리 크납은 이 책에서 자연으로부터 우리 스스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불안한 시기들은 인생에서 꼭 필요함을 받아들이고 다른 태도로 보낸다면 오히려 내재된 창조성을 일깨우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1부에서는 공간적 계절적 변화에 대처하는 자연의 능력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를 보여주며, 2부에서는 탄생부터 죽음까지 각 인생의 과도기를 보내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고, 마지막 3부에서는 더 나아가 범사회적 위기를 개인과 사회가 어떻게 협력하여 대처할 수 있을지 이야기한다.

제목에 들어있는 ‘철학’ 이라는 단어 때문에 읽기 전에 여러 번 고민했다. 많은 철학책들의 뜬구름 잡는 듯한 전개 방식이 나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위터에서 이 책을 역주행하게 만든 문장 하나가 이 책은 좀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바로 이 문장.

아이가 아이인 것은 성공적인 직장인이나 훌륭한 음악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이로 세상을 경험하고 세상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다 - p.32

이 책으로 철학이 실용적일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연을 관찰하며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쉬운 언어와 흥미로운 예시와 논리적인 전개로 지금 바꿀 수 없는 상황에 연연해하지 말고 다른 눈으로 세상을 봐~ 라며 희망을 북돋워주고 길을 제시해 주었다. 물론 내 마음이 내 맘같지 않고, 마음 먹는다고 당장 세상이 밝게 보일 수 없음을 안다. 하지만 내 삶과 사회에 대한 시선을 조금만 달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미래의 성공을 담보로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믿는다. 어떻게 내 삶을 ‘개선’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내게 무슨 ‘이득’이 될까? 그것들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까? 라는 질문 대신 ‘지금 내 삶은 얼마나 충만하게 펼쳐지는가? 내가 지금 경험하고 있고 지금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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