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지워 주는 문방구 살림어린이 숲 창작 동화 (살림 5.6학년 창작 동화) 16
조규미 지음, 홍지혜 그림 / 살림어린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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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묘사된 문방구가 너무나 독특하고 개성 있어서 나도 이런 문방구에 가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요즘은 문방구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우리 동네에 있던 청솔문방구도 벌써 사라진 지 오래다. 그 자리에 해장국집이 생겼다.

 

요즘 아이들은 준비물은 학교에서 나눠주거나 그게 아니면 엄마들이 대형 마트에서 한꺼번에 사다 쟁여놓고 쓰니까 사실 문방구에 갈 일도 별로 없다. 이러다가 미래의 어느 시점엔 문방구라는 말 자체가 없어지지 싶다.

 

책에 등장하는 문방구 할머니! 진짜로 만나면 엄청 무서울 것 같다. 마녀의 사촌쯤 되는 할머니 같다. 게다가 문방구에 갈 때마다 고양이가 등장하는 건 왜일까. 아무래도 나는 이 고양이가 수상하다. 혹시 고양이가 할머니로 변신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재미난 것들이 잘 어우러져 있는 이 작품은 학교앞 떡볶이집의 스페셜 A메뉴 같다. 달걀 넣은 떡볶이랑 튀김이랑 어묵으로 구성된 이 인기 메뉴는 세 명의 여자애들이 먹기에 딱 좋다.

 

이 이야기는 문방구를 통해 이루어지는 환타지다. 하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여자아이들의 문제는 더할 나위없이 현실적이다. 우리 애가 겪었던 일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미지, 우정이, 그리고 못된 해아. 해아와 우정이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주현이 등 작품에 나오는 여자애들이 딱 우리 동네 애들 같다. 그애들의 우정과 오해와 고민, 갈등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왕따 문제라든가 여자애들이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어제는 셋이었다가 오늘은 넷, 내일은 또 셋으로, 이합집산하는 친구문제는 딱 우리 애가 울고불고 고민하던 그 얘기이기도 했다. 아마 아이들은 (특히 여자애들은) 이 작품을 읽으면 초스피드의 감정이입을 경험하게 될 것 같다.

 

오늘을 깡그리 잊고 싶을 만큼 싫었던 시간, 알고 보면 아이들에겐 바로 친구 문제이다. 우리 딸도 겪었고 아마 문방구가 사라질 미래의 시대에 태어날 딸의 딸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 애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어른인 우리가 매번 그 사이에 끼어들어 그 감정을 교통정리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스로 겪어나가야 하고, 그러면서 아이들은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아파하거나 나서서 교통정리를 해줄 수는 없지만 아이를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는 있을 것 같다. 바로 위로가 될 만한 책을 건네는 것이 아닐까?

 

책이야말로 오늘을 잊는 초콜릿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내 경우엔 그렇다.) 자기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고, 최소한 그 시간만큼은 고통을 잊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나면 어제와 다른 새로운 날이다. 고통을 겪어내며 성숙해진 만큼 어제보다는 덜 힘들 것이다. 사실 작가의 말에도 써 있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들은 별일도 아니었다. 아이들아, 힘내자! 그리고 꼭 기억해다오. 오늘을 잊는 초콜릿은 바로 책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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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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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으면서 서늘하고,

서늘하면서 아름답고,

아름다우면서 묘하게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다.

 

전생을 기억하는 어린아이의 이야기인 <꽃밥>은 조릿조릿 계속 가슴을 졸이면서 읽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 번역에는 행간을 읽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공포스러운 반전이 펼쳐질 것만 같은 조마조마함까지 옮겨놓았다. (김난주, 이분의 번역은 믿고 읽게 된다. )

  

딸의 죽음 이후 연명을 위한 최소한의 식사만 할뿐 그 이상의 곡기를 끊어버린 아버지.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목숨으로 그저 딸의 무덤을 지켜낼 뿐인 부정이 가슴 아팠다. 그런 만큼  전생의 가족을 기억하는 어린아이가 충격적이면서 비극적으로 느껴졌다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엔딩이 믿음직스럽다. 작가의 인간애가 느껴진다. 

      

정서가 약간씩 다른 6개의 단편 중 재일한국인 정호 형제가 등장하는 <도까비의 밤>이 가장 끌렸고 또 가장 가슴 아팠다. 당시 재일 한국인들의 곤고하면서도 외로운 삶을 마치 옆에서 보는 것처럼 그대로 묘사해 놓아 감정이입이 절로 되었다.

 

병약한 몸으로 육신의 고통과 쓰디쓴 소외 속에서 고생만 하다가 생을 마친 어린 소년. 철저히 소외되었던 그 어린 이웃에 대한 화자의 진심어린 후회와 뜨거운 자책감이 후끈 마음을 덥혀주었다. 그러면서 홀연 뒤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또 얼마나 많은 정호를 가슴 아프게 하고 외롭게 하고 있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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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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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으면서, 서늘하고, 서늘하면서 아름답고

그리고 묘하게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다.

 

전생을 기억하는 어린아이의 이야기인 <꽃밥>은 조릿조릿 계속 가슴을 졸이면서 읽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 번역에는 행간을 읽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공포스러운 반전이 펼쳐질 것만 같은 조마조마함까지 옮겨놓았다. (김난주, 이분의 번역은 믿고 읽게 된다. )

 

딸의 죽음 이후 최소한의 식사만 하고 그이상의 곡기를 끊어버린 아버지 이야기가 참 가슴 아팠고, 전생의 가족을 기억하는 이 어린아이가 비극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엔딩이 믿음직스럽다.

 

정서가 약간씩 다른 6개의 단편 중 재일한국인 정호 형제가 등장하는 <도까비의 밤>이 가장 끌렸고 가슴 아팠다. 당시 재일 한국인들의 곤고하면서도 외로운 삶을 마치 옆에서 보는 것처럼 그대로 묘사해 놓아 그대로 감정이입이 되었다.

 

아픈 몸으로 고생만 하다가 생을 마친 이웃의 한국인 소년. 철저히 소외되었던 그 어린 이웃에 대한 후회와 자책감은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또 얼마나 많은 정호를 가슴 아프게 하고 외롭게 하고 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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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표 하시오 문지아이들 131
조지영 지음, 정문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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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게 읽었다. 여기 실린 단편들 모두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다. 

새학기가 되어 작년 친구들과 잠깐 같이 앉아 있다가 얼결에 하교 폭력의 가해자가 되어버린 혜미.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과 쑥덕거림 때문에 놀라고 당황하면서 압박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압박감이 만들어낸 또다른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놀라게 되는데....

 

사람은 늘 변하고 특히 아이들이 변하는 건 한순간이다. 

너는 이런 아이야, 라고 규정짓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우주를 한 마디로 잘라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리라.

 

달콤 씁쓸 분홍 상자, 어느 멋진 데이트, 최악의 짝궁 등 작품 속 아이들이 처한 환경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읽는 내내 마음이 쓰인다. 게다가 엔딩도 해피하거나 밝지는 않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해피엔딩이라면 그거야말로 판타지가 될 것이다.  

 

어린아이 내면의 심리를 차분하고 밀도 있게 잘 그리고 있어서 공감을 얻고 있으며 각각의 작품들이 모두 아이들 심리 싱크로율이 높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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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붕어빵 작은도서관 40
최은옥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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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의 계절에 딱 맞게 나온 신기한 붕어빵 얘기, 완전 재밌게 읽었답니다.

 

읽다보니 잔소리하는 병찬이 엄마 모습과 내 모습이 딱 겹쳐지더라구요.

 

슬며시 드는 생각은 작가님이 혹시 나 읽으라고 이 작품을 쓴 게 아닌가?’ 싶어지더군요.

 

병찬이는 어느 날 신기한 붕어빵을 체험하게 됩니다.

 

붕어빵을 먹은 후 엄마가 변합니다.

 

쫓아다니면서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고 감시하듯 미주알고주알

 

잔소리를 해대던 엄마가 내가 듣고 싶은 말만 골라서 하는 사람으로 변한 것입니다.

 

엄마를 예전처럼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병찬이는 걱정하는 마음이 담긴

 

진짜 잔소리를 해야만 했는데 그 체험을 통해 병찬이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렇게나 듣기 싫었던 엄마의 잔소리가 사실은 나를 안쓰러워하는 마음,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한 몸으로

 

학교생활 잘 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 간절한 희망이 담겨져 있는 게

 

바로 엄마의 잔소리였음을 병찬이는 비로소 알게 된 거였지요.

 

대한민국 모든 엄마의 마음이 전해진 것 같아 기뻤습니다.

 

그런 한편 내 잔소리를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병찬이 엄마에게서 내 모습을 보고 잔소리를 끊임없이 퍼붓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지요.

 

저렇게까지 잔소리를 늘어놓을 이유가 있을까. 그냥 두면 알아서 할 텐데.

 

애들도 바보는 아닌데....’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남을 지배하고자 하는 심리가

 

내면에 깔려 있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말이 맞다, 틀리다 말하기에 앞서

 

엄마인 우리는 아이들을 기르면서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데

 

그게 다 아이들이 어리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못 믿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인 내가 하라고 지시한 대로 아이들이 잘 하고 있는지,

 

정말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안달복달 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사실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데,

 

잔소리 안 해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는데 말이지요.

 

그러고 보면 내 안에는 내 아이를 믿지 못하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거 맞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적당한 선을 넘어서면 스스로 알아차리고

 

자정하는 능력이 있는데 나는 그동안 아이한테 그 기회를 주지 않고

 

가로채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러한 깨달음을 가졌으니 이제라도 참 다행입니다.

 

책을 덮으면서 병찬이와 엄마가 해피해진 것만큼 저 역시

 

마음이 크고 넓어진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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