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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의 비밀 ㅣ 환상책방 4
조규미 지음, 김령언 그림 / 해와나무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대학가 상점을 지나다가 쇼윈도에 있는 고양이를 보았다.
따듯하니까 고양이가 저 안에 들어가 있구나... 생각했다.
후배가 툭툭 치면서 '가짜 고양이' 라고 했다.
나를 놀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저거 진짜로 가짜 고양이예요. 놀랐죠?"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서 고양이를 유심히 봤다.
이럴 수가! 아무리 봐도 살아 있는 고양이였다.
절대 가짜 고양이라곤 생각되지 않을 정도.
가짜 고양이를 저렇게도 만들 수 있구나 생각했는데
9.0의 비밀을 읽고나니 그 고양이가 생각났다.
9.0의 비밀은 순식간에 읽었다. 진짜 같은 가짜 강아지. 가짜 같은 진짜 강아지.
그런 강아지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하게 된 찬이 이야기는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게다가 지하공간에서 길을 잃은 장면부터는 얼마나 긴장이 되었는지....
지하공간에 대한 묘사가 훌륭해서 그런지 지하공간에서 생긴 일들에 감정이입이 아주 잘 되었다. 미래에는 스카이 레일이 대중화되면서 정말로 폐쇄되는 지하철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 작품에 묘사된 대로 지하철과 전동차 공간은 열악한 환경의 지하공장으로 재활용될 것이고
어린들이나 노약자들은 접근하기 힘들고 두려운 어둠침침하고 으스스한 공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와 보지 않은 낯설고 두려운 공간에 내던져진 찬이. 내 강아지를 구해서 데리고 나가겠다는 일념으로 생애 처음 대단한 모험을 한 것이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여기저기 깔린 장치들이 새롭다. 아이들과 토론하고 싶은 것들이 꽤 있다.
*바이러스에 걸릴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가정에서 애완동물 기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로봇 강아지나 길러야 하는 미래. 슬프지만 있을 수 있는 얘기다.
*더이상 쓸모없어서 폐쇄된 지하철. 그 거대한 지하공간들에 들어가 사는 전동차족들. 이또한 가능성 있는 얘기.
*이정도 환경의 세상이라면 가정에서 밥을 해먹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찬이 엄마는 공동식당에 가서 저녁 식사 세트를 가지고 와서 먹으라고 한다. 엄마도 아빠도 일 때문에 바쁘고, 한끼 식사를 위해 장보고 밥하고 설거지 하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난 모양이다. 이또한 있을 수 있는 미래의 풍경이다.
*우리의 생활은 점점 더 기계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자신은 모든 걸 내려놓고 산길이든 들길이든 사막이든 단 20분만이라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삶을 원한다. 참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기회가 되면 이렇게 작품 속에 작가가 깔아놓은 빛나는 바둑돌(토론거리들)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