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 구하기 대작전 라임 어린이 문학 11
박현정 지음, 최정인 그림 / 라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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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 미스테리해서 궁금증이 일고,

발랄하며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묵직하면서 가슴이 아프고,

아련하다가 후련하면서 명쾌해지는 이야기 넷을 읽었다.

 

 

 

<하얀단지>는 읽는 내내 궁금증을 갖고 사연을 따라가게 되었다.

대체 이 아줌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지? 사실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그런데도  아줌마한테로 조금씩 마음이 움직이는 필호. 왜 그런 걸까?

 

우리 인간은 마음의 유전자가 같은 동족들을 기가 막히게 알아낸다. 어린 필호도 마찬가지였다. 아픈 상처가 있는 아줌마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 이유는 뭘까?

 

필호는 절친들을 두고 이사왔다. 원치 않는 전학이었다. 그러나 투정을 부릴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좀 생각을 하면서 사는 아이라는 뜻이다) 새로 전학온 학교에서 필호는 아직 혼자다. 까칠하고 건방진 전학생으로 찍혔는지 반친구들은 축구하는 데 끼워주지도 않는다. 외롭다. 두고온 옛 동네의 절친들이 몹시 그립다.

 

만약 필호가 이사를 오지 않았다면. 여전히 유치원때부터 친구였던 절친들과 몰려다니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면... 그래도 마음 자석이 아줌마에게 끌렸을까.

그런 걸 보면 '결핍'은 성숙을 위한 필요 조건인 것 같다.

 

 

<파트너구하기 대작전>은 발랄 명랑한 해피 코드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 이영이의 꼭두각시 춤 파트너를 구해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오빠. 동생은 나중에라도 오빠의 노고와 고충을 알려나? 재훈이라면 몰라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뭐 딱히 보답을 바라고 하는 행동은 아니었을 테니까. 

 

역시 사랑은 내리사랑이다. 재훈이를 따라 널뛰기했던 내 마음이 엔딩에 이르자 나도 모르게 활짝 웃고 있었다. 내 몸에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만땅 충전된 느낌이었다.

 

 

<고양이가 사라진 날>의 은비와 은혁이 남매 이야기는 짠하고 뭉클했다. 여기도 남매가 등장하는데 은혁이는 파트너의 재훈이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른바 츤데레 스탈.  은혁이도 원래는재훈이처럼 밝고 뒤끝없는 성격이었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후 바뀐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재훈이보다 복잡한 성격인 것만은 틀림없다. 자존심 강하고 자애도 강한 아이다. 가족사랑도 남다르고. 

 

은혁이가 동생 은비를 바라보는 시선이 애틋하면서 뭉클했다.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가난해지고 아버지와 떨어져 살게 되는 등 이 가정은 철저히 해체되어가는 과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뿐 아니라 아버지도 안간힘을 다해 함께잘 살아내려는 모습이 보인다. 그것이 고양이 일가로 표현되고 있다.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것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충격이고 아픔이다. 그러나 남은 사람은 어떡하든 살아야 한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아들딸을 두고 떠난 엄마의 소원도 그것이리라. 은비 은혁 화이팅!

 

<할아버지의 다음역>은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치매 걸린 할아버지를 모시고 전철을 탔던 날의 이야기. 사실 수환이가 할아버지랑 같이 전철을 탄 것 자체도 대단한 효심을 갖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집에 있는 시간이 지겨워서였고 빨리 시간이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랬으니 손자를 생각해서라도 얌전히 계셔주면 참 좋으련만 할아버지는 전동차에서 오줌을 싸고 그런 할아버지가 몹시 창피했던 수환이는 급기야 해서는 안될 행동까지 하게 된다.

 

수환이를 야단칠 수 있을까. 어느 누가 그럴 수 있을까. 치매 노인을 모신다는 건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비슷한 이야기를 소설로도 읽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김경욱 작가의 <천국의 문>. 병든 아버지를 간호하는 딸 이야기다. 책임감 때문에 병든 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해 결국은 가난해질대로 가난해지고 마음마저도 피폐해지고 바닥끝까지 내려온 상태. 그녀는 진심으로 병든 아버지가 빨리 돌아가시기를 원한다. 우리는 그녀의 이런 마음 상태를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병든 노인을 모셔야 하는 가족의 애환. 과연 일개인의 문제일까.

우리 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문제이며 사회 전체의 아픔이다.

 

그러므로 수환이는 일개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대표한 화자로 보아야 하고, 이 이야기를 수환이라는 어린이가 겪은 어느 특별한 날의 경험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노인의 병과 죽음을 이야기한 작품으로서 <할아버지의 다음역>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더 다양하고 더 고통스럽고 더 노골적인 작품으로 무수히 이야기 되어야 옳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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