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조와 나뭇잎 글씨 똑똑! 역사 동화
김영주 지음, 이영림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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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몇 개의 사화를 동시에 배우면서 기묘한 일이 벌어져서 기묘사화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화들과 구별지으려고 애썼던 경험이 있다.

 

지금 생각하니 조광조는 엄청난 혁신가였던 거다. 그가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 혁신의 칼을 휘두르는데 그게 곧 내 설자리를 잃는 것이고 내 밥벌이를 잃는 것이라면 누군들좋아하겠는가. 그래서 다들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거겠지.  

 

조광조의 혁신과 당시의 정치판.조광조와 나뭇잎글씨는 이 얘기를 담고 있다.

 

분명 어른들만 할 수 있는 얘기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한다고 해봤자 어른들 이야기를 들은 정도. 어른들조차도 구중궁궐에서 벌어진 얘기이니 건너건너 들은 풍월을 전할 뿐이겠고.  하지만 조광조와 나뭇잎글씨는 생생하게 이 얘기를 담아냈다. 이제 막 궁중에서 일을 시작한 어린 소녀 남순이와 말년이 시각으로 말이다. 조광조를 만난 적도 있고 대화도 나눠보았고 나름 팬심을 갖고 있는 두 소녀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설득력을 갖는다.

 

언젠가 박물관에 갔다가 가난한 사람이 스스로를 노비로 판 문서를 보았다32세의 복쇠라는 사람이 자신괴 아내의 몸을 25냥에 판다는 내용이었다. 대체 25냥이 얼마일까 계산해보았다. 175만원 정도? 후하게 쳐봤자 2백만원? 2백만원에 자기랑 아내를 노비로 판 것이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그러나 어디 복쇠만의 일이었겠는가. 군포를 못 내서 노비로 팔려가기도 하고, 그렇게 팔려간 후 대를 이어 노비가 되는 일. 영원한 흙수저의 운명. 남순이 말년이 개명이, 다들 같은 처지의 아이들이다.

 

가난하고 못 배웠고 아직은 어려서 사리판별조차 힘든 아이들. 그 아이들의 눈을 통해 어지러운 정치판과 그 시대의 부조리를 얘기한다는 것은 그래서 힘들고 그래서 특별한 것 같다.

 

내가 말년이였다면 어찌하였을까. 윗사람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린 생각시 주제에 어찌 나뭇잎에 글씨를 쓰는 일을 못한다고 버퉁길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남순이는 어떡하든 그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고 방법을 찾았다. 남순이는 영리한 아이다. 어린 소녀가 이 정도의 사유를 갖는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말이다. 

 

옳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면 그걸 피해가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이야기가 들어 있는 역사동화가 좋은 이유는 이래서일 것이다.

 

<만약 내가 말년이였다면> --아이들과 이 정도의 생각을 나눌 수만 있어도 성공적인, 행복한 책읽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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