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적 검은별이 떴다! 똑똑! 역사 동화
신은경 지음, 최현묵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애들이 어렸을때 앞마당에서 경찰놀이(도둑놀이라고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를 많이들 했다. 누군가는 도둑이 되고 누군가는 경찰이 되고 또 누군가는 상황에 따라 택시 아저씨도 되고 수퍼아줌마도 되어 그들을 숨겨주기도 하고 증언하기도 하고... 그렇게 추적하고 도망치는 아이들의 놀이는 지나가면서 슬쩍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했다. 

 

의적 검은별이 떴다의 앞 장면. 엄청 흡인력 있게 우리를 빨아들였는데 알고 보니 아이들의 포졸놀이일 줄이야. 우리 아이들이 경찰놀이를 할 때 도둑을 하고 싶어한 아이도 있었을까. 아마 가위바위보에 져서 어쩔 수 없이 도둑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 나오는 세홍이와 동개 이 아이들은 반대였다. 도둑인 검은별 역할을 하고 싶어한다.

 

검은 복면을 하고 지붕 위를 훨훨 날아다니는 검은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하며 비록 도적질을 하지만 의로운 일을 하기 때문에 검은별은 한양 아이들의 영웅이다.

과연 검은별은 누구일까? 왜 도둑이 되었을까.

 

작품 첫장부터 검은별의 정체를 알게 되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의구심과 호기심을 가진 채 여기 나오는 아이들(세홍이와 그 친구들) 뒤를 계속 따라가게 된다. 나중에는 풍개 아저씨를 잔뜩 의심하다가 또 세홍이 아버지인 장포교 나리도 수상하다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면 마치 내가 그 시대에 살았던 거 같다. 왜 아니겠는가. 사립문이며 솔고개, 아침에 일어나면 물지게를 지고 물을 길어오는 이웃의 모습, 서당, 미전, 순라 도는 포졸들, 횃불이라든가 짚신, 파루를 알리는 종소리, 미로와도 같은 전동의 작은 골목들, 종루, 피맛길의 국밥집, 마구간, 무과시험장의 풍경 등 작품 속의 깨알같은 디테일들이 장치가 아니라 다 살아 숨을 쉬고 말을 거는 현장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검은별은 왜 도둑이 되어야 했을까. 그리고 어째서 그토록 오랫동안 잡히지 않을 수 있었을까. 세도정치가 판을 치고 탐관오리들이 백성들의 삶을 짓누르던 시대에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을 살리기 위해 의적이 되어야 했던 검은별. 백성들은 그가 잡히기를 원치 않았던 것이다. 비록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검은별 이야기에는 전후 배경과 사건의 저변에 깔린 맥락들이 복잡한 편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첫장에서 이미 마음을 홀랑 뺏긴 듯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로 책에다가 코를 박고 있으니 말이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