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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락 ㅣ 알베르 카뮈 전집 3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8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알베르 카뮈의 <전락>은 희곡으로 보자면 모노드라마이다. 물론 그 대화를 하는 상대의 말이 생략되어 있는 셈이지만, 소설의 전부를 주인공 장-바티스트 클라망스의 말로 꾸려가고 있기에 이 소설을 읽고 모노드라마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같다.
파리에서 전직 변호사로서 과부와 고아들의 소송을 전담했던 바티스트가 지금은 암스테르담에 와 있다. 그리고 한 술집에서 파리 출신의 여행자인 한 남성을 만나면서 그의 넋두리는 시작된다. 변호사답게 달변의 말솜씨로 독자들을 유린하며 자신의 얘기를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풀어가는 바티스트. 그러나 결국 이 소설에서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자신의 도덕적, 사회적 전락에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어떤 다리에서 자살하려는 사람을 구하지 않고, 신고도 하지 않고 발길을 돌렸던 그 순간으로 귀결짓는다. 이는 마치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박하사탕'을 떠올리게 한다. 한 사내의 타락의 원인을 자신도 제정신이 아닌 채로 쏴버린 총에 맞고 죽은 한 소녀로부터 그의 삶의 어떤 도덕적이거나 사회적인 규준이 무너지게 되어버리는.
마찬가지로 바티스트도 그 이후(자살하는 한 사람을 방치한 뒤)의 삶이란 온통 그 기억을 씻지 못한 채 오욕의 세월을 보내고 있음과 다름이 아닌 것이다. 그렇듯 이 소설은 결국 인간에게 중요한 덕목인 도덕성에 대한 존경을 얼핏 내비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