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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유하 지음 / 열림원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읽는 시집이어서 그런지, 혹은 유하의 이 절묘한 연애시들이 나를 울려서 그런지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시를 읽을 때,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매혹이 바탕이 되는 떨림 혹은 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일회적이며 소모적이며 어쩌면 즉흥적일지도 모르는, 어느 순간 현현해 나를 당혹시키고 어찌할 줄 모르게 만드는 삶의 비밀들을 일러주는 시들이 내게는 늘 좋은 시였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집은 비록 다수의 연가풍의 시를 많이 담고 있지만 그 말의 울림에 단지 사랑노래라는 토를 달 수 없는 시들이 가득 담겨있다. 사랑은 잃은 뒤에, 혹은 지나간 뒤에야 더 절실히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어느덧 마흔에 가까워진(혹은 살짝 넘어선) 나이에 밝혀주는 이 시들의 주인에게 고마워할 수 있는 건 진짜 사랑이 지나간 사람들뿐이라는 생각을 살짝 해본다.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라고 살짜쿵 말할 수 있는 시인에게 사랑이란 이름의 지난 날들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으리라.